『밝은 곳에서는 별 소용이 없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방향이자 희망이 되는 존재』
‘극기 훈련’을 아는가?
내가 중학생일 때는 극기 훈련도 가고 수학여행도 갔는데, 언젠가부터 극기 훈련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없어진 것 같다. 하긴 요즘은 수학여행이라는 말도 듣지 못하고 있긴 하다. 내년이면 갈 수 있으려나? 추억을 가장 많이 만드는 여행인데, 요즘 학생들을 보면 좀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학창 시절의 추억 중, 2년은 떼어놓아야 하니 말이다.
극기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담력 훈련이다.
출발하기 전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공동묘지를 한 명씩 보낸다는 말도 있었고, 짝을 지어 보낸다는 말도 있었다. 한밤중에 아무 곳에 내려주고 알아서 찾아오라고 한다는 말도 들었다. 사실 쫄렸다. 한밤중에 낯선 곳에 있어야 한다는 자체가 좀 무서웠다. 호기롭게 자기는 상관없다는 상남자(?) 스타일의 친구도 있었지만, 막상 닥치니 그놈이 그놈이었다.
담력 훈련이 시작됐다.
소문으로 돌았던 공동묘지도 아니었고 아무 곳에 내려주는 것도 아니었다. 야영장 뒤편에 있는 산에서 진행되었다. 몇 명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데, 다만 불 그러니까, 랜턴을 켜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었다. 불을 켜지 않고 지정된 곳에 도착해서 표시하고 내려오면 되는,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한 게임이었다.
조별로 오르는 길이 달랐다.
그렇게 신호에 따라 한 조씩 올라갔다. 랜턴을 켜진 않았지만,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길을 따라 올라갔다. 한밤중에 산에 오르는 것 자체가 공포였지만, 친구들 몇 명이 함께 있어서인지 생각보다는 덜했다. 그렇게 우리는 어렵지 않게 미션을 성공하고 내려왔다. 대부분 우리와 비슷하게 별 탈 없이 잘 다녀왔다. 하지만…. 이렇게 끝났으면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겠지?
한 팀이 내려오지 않았다.
다녀올 시간이 좀 지났는데도 내려오지 않았다. 선생님 몇 분이 모여 상의를 하더니 흩어져서 산에 오르셨다. 우리는 운동장에 한참 있다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각자의 숙소로 들어갔다. 운동장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숙소로 들어가게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신 모양이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행히 그 친구들은 선생님들이 찾아서 데리고 왔다.
지름길을 찾겠다고 방향을 틀었던 게 화근이었다.
그냥 등산로를 따라 올랐으면 되는데, 굳이 다른 길로 가보겠다고 호기를 부렸다가 자칫 크게 잘못될 뻔했다. 한번 잃은 길을 다시 찾기는 어려웠고, 빠르게 길을 찾으려고 했던 게 오히려 반대로 향했던 모양이었다. 공포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일부러 불쌍한 표정을 지어 덜 혼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잔뜩 주눅이 든 표정이었다.
다음날이 되니 어느새 그 친구들은 무용담(?)을 풀어놓고 있었다.
왜 샛길로 빠지게 됐는지부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참 리얼하게 잘도 말했다. 전날과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그 친구들이 그렇게 깜깜한 산을 헤매면서 공포에 떨고 있는데, 저 멀리서 작은 불빛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래서 그 불빛이 있는 곳으로 쫓아왔다고 했고 그렇게 오다가 한 선생님과 만났다고 했다. 그 불빛이 선생님들이 비추던 랜턴 불빛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불빛이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불빛이 보였고 그것만 쫓아왔다고 했다.
어릴 때 살던 집에 지하실이 있었는데, 그 지하실은 완전히 암흑이었다.
한낮에도. 전구가 나갔을 때, 벽에 손을 대고 가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안 됐다. 몇 계단 내려가다 다시 올라와 촛불을 들고 내려갔었다. 그렇게 밝을 수 없었다. 찾으려 했던 물건을 찾아 다시 위로 올라왔는데, 지하에서는 그렇게 밝았던 초의 밝기가 그냥 그랬다. 있으나 마나 한 정도의 불빛이었다. 같은 초의 불빛인데도, 밝을 때는 그저 그런 불빛이지만, 어둠에서는 매우 소중한 불빛이 됐다는 말이다.
어둠에서, 빛은 방향이자 희망이다.
낮이나 밝은 곳에서는 작은 빛이 아무 소용 없지만, 밤이나 어두운 곳에서는 작은 빛이 전부가 된다. 빛이 간절한 사람에게는 보물과 같은 존재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빛을 발한다. 밝기가 다르기는 하지만, 빛을 발한다. 아무리 빛이 밝아도 밝은 곳이라면, 별 소용이 없다. 하지만 밝기가 매우 미약한 빛이라도, 암흑과 같은 곳에서는 매우 소중한 빛이 된다. 중요한 건 빛의 밝기가 아니라, 어디에 사용하고 있냐는 말이다. 어디에 그리고 누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