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 가치

by 청리성 김작가
『나의 대명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중심』

“그 사람은 **빼면 시체지!”

시체라는 단어가 나와 섬뜩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종종 사용하는 표현이다. **에는,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하고 강력한 특징을 넣을 수 있다. 성실한 사람이라면 성실성 빼면 시체라고 표현하고, 정직한 사람이라면 정직성 빼면 시체라고 표현한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으로, 그것을 빼면 껍데기만 남는듯한 느낌을 받는 것을 말한다. 앙꼬 없는 찐빵은, 찐빵이 아니듯이 말이다.


가장 씁쓸한 표현은 뭘까?

“그 사람은 돈 빼면 시체지!”라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내가 돈이 없어서 시샘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돈은 그 사람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기에, 어떤 사람의 대명사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빼면 시체라고 하니, 과연 그 사람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서 씁쓸한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돈 이외에도 그 사람 안에 있는 것이 아닌, 바깥에 있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이 그 사람을 대표하는 말이라면 참 씁쓸할 것 같다.

나는 무엇을 빼면 시체일까?

아! 너무 시체 시체 하니까 좀 그러니, 이렇게 질문을 바꿔볼 수 있겠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이렇게 하니 좀 그럴듯해 보인다. 가치는 그 사람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어쩌면 삶의 목적일 수 있다.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말이다. 그것을 빼면, 그 사람을 정의하는 힘이 약해지고 그 무게가 가벼워진다. 우리 선조 중에 그런 분이 참 많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에 못지않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든다.


내 마음에는 어떤 가치가 담겨있을까?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그것과 타인이 바라보는 그것이 다를 수 있다. 그 차이가 클수록 내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타인을 너무 의식하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가치의 온도 차가 크다는 건, 분명 좋은 현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소개해 볼까 한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목욕탕을 갔다.

할아버지가 탕에 들어가더니 “아이고 시원해라!”라며 좋아하셨다. 손자는 그 말만 듣고 탕에 풍덩 하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깜짝 놀라며 바로 탕을 뛰쳐나왔다. “할아버지 시원하다면서요? 너무 뜨겁잖아요?” 어른들은 왜 열탕에 들어가서 시원하다고 하셨는지 어릴 때는 몰랐다.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간다는 의미일까? 뜨거운 탕에 몸을 담글 수 있는 날이 빨리 돌아오기를 소망해 본다.


가치의 가치를 따질 순 없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 기준으로 타인의 가치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건, 그래서 위험할 수 있다. 다만 그 기준이 이타적이면 어떨까? 이타적인 것을 설명할 때 가장 손꼽는 예는, 초와 소금이다. 자신을 태우면서 빛을 밝히는 초와 자신을 녹이며 맛을 내는 소금 말이다.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마음 한구석에라도 자리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빛을 밝히거나 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그 빛의 밝기가 적더라도 그 맛의 강도가 얕더라도, 존재 이유가 있진 않을까? 무엇부터 할지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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