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처럼

by 청리성 김작가
『정당성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닌, 당위성으로 온전히 따르겠다는 결심』


‘처음처럼’

이 단어는 두 가지를 연상하게 만든다. 소주 병과 거기에 쓰여 있는 글씨체다. 신영복 선생님이 직접 써주신 글씨라는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신기해하기도 하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소주 브랜드가 되고 자주 입에 오르내리면서, 그냥 익숙하게 사용한다. 소주 이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은 아니었다. 좋을 때 편안하게 사용하는 표현도 아니다. 생각을 담아야 하는 어쩌면 묵직하게 다가오는 문장이다.

쉽진 않지만, 마음에 항상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문장이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는 열정과 패기로 달려들었는데, 익숙해지면서 그런 모습이 바래질 때가 있다. 모르니까 과감할 수 있는데, 아니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망설여지는 것과 같다. 그때 누군가 이 문장을 넌지시 얘기해 주기도 하고, 문득 스스로 되뇌기도 한다. ‘내가 지금, 처음 가졌던 마음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아이처럼’

순수함, 천진난만함 등을 간직해야 한다고 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어른이라는 단어는, 삶을 살아낸 성숙함과 단단함을 표현한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그림자가 지듯, 그렇게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그림자가 생긴다. 악착같아야 하고 사람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되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마음 말이다. 이런 마음은 진통제 같아서 잠깐은 괜찮은 듯하지만, 반복되면서 내성이 생긴다. 더 악착같이 그리고 의심의 눈초리로 살피게 된다.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 생긴다는 게 불편했지만, 어느덧 익숙해진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낼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몇 번의 안타까운 경험이 그렇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서 자기 이득을 취하는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다. 그 사람은 재물을 비롯한 이득을 취해서 나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한 건 한 사람의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 자신의 삶을 부정하게 만든 정말 나쁜 사람이다. 그 대가는 반드시 몇 곱절로 받아야 한다. 마음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와 잠시 감정적이었다.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처럼’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앞서 말한 ‘처음처럼’과 ‘아이처럼’을 포함해서 ‘~처럼’이라는 표현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지금 나의 위치에서, 조금은 떨어진 다른 모습을 표현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처음처럼’은 처음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표현한다. ‘아이처럼’도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표현한다. 궁극적으로 그곳에 머물고 있지 않으니, 그곳으로 가자는 의미로 사용한다. 앞서 표현한 두 단어는, 되돌아가자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처럼’도 있다.


닮고 싶은 사람일 때다.

내가 지향하는 모습이지만, 그곳에 도달하지 못한 나와는 달리 도달한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을 ‘멘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참고로, 멘토는 개인적으로 선정할 수 있지만, 조건이 있다고 한다. 나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위인으로 생각하는 옛 선인들은 멘토가 될 수 없고, 존경하는 마음만 간직하면 된다고 한다. 암튼, 내가 닮고 싶고 그분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이럴 때는 요렇게 하고 저럴 때는 조렇게 하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모양만 비슷하게 하는 건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할 순 있지만, 그건 정당성으로 포장하고 회피하려는 마음이다. 그대로 따라 한다는 건 정당성이 아닌, 당위성으로 쫓아가야 한다. 그래서 어려운 거다. 당위성을 지킨다는 게 그렇게 어렵다. 내 안에 들어있는 욕심을 내려놓지 않으면, 당위성의 삶을 살기 어려워진다. 내가 바라보는 분의 삶처럼 살려고 한다면,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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