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 기억

by 청리성 김작가
『머리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가슴을 타고 손과 발로 이어져야 완성이 되는것』

“몸이 기억하면 무서운 건데”

학습법에 관련된 라디오 광고에서 나오는 말이다. 공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머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머리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겠지만, 몸으로 기억하게 하는 학습법이라 강조한다. 머리뿐만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는 공부는 절대 잊히지 않기 때문에, 무섭다는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몸이 기억하면 무서운 건 모르겠지만, 웬만해서는 잊히지 않는다는 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어쩌면, 잠시 잊었더라도 금방 기억을 되찾기 때문에, 무섭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자신도 깜짝 놀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운동이 그렇다.

어떤 운동이든 한 번 배워놓으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렵지 않게 다시 할 수 있게 된다. 어릴 때 배운 자전거를 성인이 돼서 타더라도, 잠깐 흔들리다 곧 제대로 타게 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머리에서는 잊고 지냈던 기억을, 몸이 빠르게 불러온다. 안장에 앉아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가면, 몸이 다음 역할을 맡는다. 핸들은 어떻게 조종해야 하고 페달은 어느 속도로 밟아야 하는지, 몸이 기억을 떠올리며 조절한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곧 안정을 찾게 된다. 캠핑 의자에 앉아 경치를 둘러보는 것처럼, 편안하게 경치를 둘러볼 수 있게 된다.


계절 스포츠는, 특히 그렇다.

여름에 할 수 있는 것과 겨울에 할 수 있는 것이 명확하게 구분된 스포츠는, 근 1년이 지난 후에나 할 수 있게 된다. 여력이 안 돼서 건너뛰게 되면,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후에나 그 스포츠를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머리로 기억했다면 세부적인 내용은커녕, 무엇인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해도, 처음에 잠시 감을 찾는 시간이 지나면, 금방 전처럼 할 수 있게 된다. 지난겨울 스키가 그랬다. 3년 만이었지만, 금세 느낌을 찾고 편안하게 탈 수 있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려했지만, 몸의 기억은 정말 대단했다.


기억의 본질은 어디일까?

머리와 가슴이 아닌 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추억을 회상하는 정도의 기억은 머리와 가슴에 머물러도 되겠지만, 행동이라는 결과로 내놓아야 할 것도 있다. 안타까운 사건이나 역사를 기억하겠다고 하는 이유도, 단순히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시는 그런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확신이 있다면,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 하자고 이야기할 수 있다.

행동은 머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제대로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알 수 없다.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 사람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저 사람 말이 맞게 들린다. 시간이 갈수록 더 혼란스러운 이유는, 판단하기 위해, 자기가 직접 확인하지 않거나 사유(思惟)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명확하게 이루어지면 머릿속에 머물렀던 그것은 가슴 즉, 마음으로 내려간다.


마음으로 내려오면, 잔잔한 호수에 돌이 던져진 것처럼 파동을 일으킨다.

확신, 사명, 소명 등의 이름으로 퍼져나간다. 그렇게 퍼져나간 파동은 손으로 그리고 발로 이동해서 행동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머리에서 시작된 기억이 마음을 거쳐 손과 발로 옮겨져 행동으로 옮겨져야 진정한 기억이라 할 수 있다. 머릿속에 머물러 있는 기억이 있는가? 아니면, 마음에 머물러 있는 기억이 있는가? 꼭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이제 행동으로 옮겨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기억이 완성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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