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 항쟁(抗爭)

by 청리성 김작가


『잘 못 흘러가는 흐름을 바꾸기 위해 앞장서는 마음과 행동』


‘1년 전 오늘’

SNS에서, 가깝게는 1년 멀게는 6~7년 전 오늘이라고 해서 그날 어떤 사진이나 글을 올렸는지 보여준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라고 느낄 때는,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을 볼 때다. 지금은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아기 때의 모습을 보면, 그때의 상황과 마음 상태가 떠오른다. 때로는 입꼬리가 올라가고, 때로는 그 당시 마음의 짐이 느껴져 잠시 가만히 있을 때도 있다. 지금보다는 여러모로 더 힘들었던 때라 그런지, 어떻게 지금에까지 왔는지, 나 자신이 대견스러울 때도 있다. 물론 함께 한 아내와 아이들도 큰 몫을 해주었다. 가장 큰 건 뭐니 뭐니 해도, 주님에 보살핌이다.

개인도 그런데, 한 나라의 역사는 어떨까?

역사의 흐름을 보면 군데군데 커다란 사건이 있다. 기존의 흐름을 바꾸고자 치열하게 싸운 사건을 우리는 ‘항쟁(抗爭)’이라 표현한다. 당연시해왔던 것들, 특히 잘못된 거라는 것은 알았지만, 원래 그런 줄 알고 그냥 그냥 지내왔던 상황을 바꾸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 있었다. 많은 항쟁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건,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이다. 민주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자는 것과 노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 보장되어야 할 것을 보장받자는 목소리에서 출발했다.

민주화 운동의 이유는 이렇다.

영화 <변호인> 재판 장면에서 변호사가 외친, 헌법 제1조 2항에 언급된 내용을 지키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에 명시된 내용을 무시하고,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하는 모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막아야 한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변호인> 영화에서는 변호인이 그랬고, 어린 나이에 죽어간 열사들이 그렇게 했다. 한창 좋은 것을 보고 즐길 나이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고 행동으로 옮겼는지 참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노동 운동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전태일 열사’다.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자신만 생각했으면 잘 먹고 잘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여공들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외쳐도 소리 없는 메아리로 돌아오는 것이 반복되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분신을 시도했다. 온몸에 화상을 입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자기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당부를 할 정도로 간절했다. 반드시 노동 시장의 환경을 변화시켜 달라고 하면서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목숨을 걸고 싸운 결과,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목숨을 내어놓지 않아도, 결정권자들이 조금만 귀 기울였으면 됐을 일인데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항쟁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 자기의 목숨을 내어놓을 만큼 절실하게 매달리고 싸웠다는 사실이다. 나를 보존하려는 생각이 아닌, 모두를 보존하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내달렸다. 그렇게 권력에 의해, 타인에게 혹은 자기 스스로 목숨을 잃었다. 어쩌면 그런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앉아있던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지 않았나 생각된다.

타인의 희생을 타인에게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우리 안에 들어와 머무르게 하고 마음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가 되게 했다. 사람들의 마음이 연결되었고 그 연결들은 더 강력한 마음이 되어 행동으로 드러나게 했다. 그렇게 잘 못 흘러가는 흐름을 하나둘씩 바꿔,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었다. 불과 몇십 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자유가 주어졌고, 보장받아야 할 것을 보장받고 있다.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아직 더 달라져야 할 것이 많이 있다.

아직 제자리인 것도 많이 있다는 말이다.

노동 현장에서 애꿎은 노동자가 죽어가도 본질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수십 년간 온몸으로 말하고 있고 약속을 했는데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실 이렇게 오랜 시간 투쟁을 하고 있었는지 몰랐다. 숨을 쉬듯 그렇게 당연하게 살아가고 있어서 그런 거라 생각된다. 이제라도 세상에 눈을 돌리고, 그늘에 외롭게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둬야겠다. 열사까지는 아니지만, 내 주위에 잘 못 흘러가는 흐름이 있다면 앞장서서 바꾸자고 외치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중심 역할을 한다면,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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