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 이해

by 청리성 김작가
『한다는 말보다, 하고 싶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마음의 위로』


“네 심정, 충분히 이해해.”

슬픔에 빠진 사람이나 곤란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위로할 때 건네는 말이다. 때로는 자신이 듣기도 한다. 인생(?)을 좀 살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말을 들어보기도 했을 테고 건네기도 했을 테다. 그만큼 우리는 위로를 받거나 건네는 데 익숙하다. 같은 상황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하는 목소리의 톤과 눈빛 그리고 작은 손짓에서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온전히 전해지는 위로의 마음은, 온몸에 그리고 온 마음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한다.


모든 위로에서, 위로를 느낄까?

내가 전했던 위로가 모든 사람의 마음에 닿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을까? 사실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받은 모든 위로가, 다 위로가 되었나?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을 테고, 기억이 가물거려 한참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다. 질문을 듣고 바로 고개를 젓는 사람도 있겠다. 이 사람은 누군가가 건네는 위로에서, 위로는커녕, 모욕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말에 내용은 안타까움을 전하는 데, 표정이나 눈빛은 웃고 있는 그런 느낌말이다. 영화 혹은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건, 나만은 아닐 테지?


모욕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말마디가 튕겨 나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상대가 하는 말이, 꽃잎이 떨어져 바닥에 살포시 내려앉듯, 내 마음으로 들어와 차분하게 내려앉지 않는다. 날아간 화살이 과녁에 박히지 않고 어딘가에 맞고 튕겨 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그 사람의 말 마디가 튕겨 나간다.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말로만 위로한다고 말할 때가 그렇다. 무엇 때문에 슬픈지 무엇 때문에 아픈지 헤아리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해야 할 것 같아서 하는 위로가 그렇다. 이렇게 반문했을 때 답을 못하는 사람이 그렇다. “뭘 이해한다는 말이야?”


이해한다는 말을, 매우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이유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이라도 무엇 때문에 아프고 무엇 때문에 화가 가는지, 포인트가 다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 행동에 화가 난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화가 난다는 면에서는 서로 합의(?)가 되었다. 그래서 서로 씩씩거린다. 하지만 서로 씩씩거리는 이유를 이야기하는데, 내용이 다르다. 그럼 그것 때문에 둘이서 또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한다. 서로가 씩씩거리는 포인트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말이다.


나는, 이해한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무엇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이해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래전, 한 후배의 말 한마디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이해’라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언급한 내용이다. “제가 감히 이해한다고 말은 못 하겠고, 이해하고 싶습니다.” 내가 너무 힘든 상황에 있을 때, 이 후배는 자신이 그 상황에 있지 않아봤으니 이해한다는 말은 건방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렇게 표현했다고 했다.


이 말은 내 평생 잊지 못할 말이다.

지금까지 들어봤던 위로의 말 중에,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친구는 자기가 이런 말을 했는지, 기억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너무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내뱉는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인생 최고의 명대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반대가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해하고 싶다는 말.

이 말을 전한다는 건, 그 사람의 아픔 혹은 슬픔을 함께하고 싶다는 말과도 같다. 더 나아가 그 사람의 마음, 가장 어둡고 깊숙한 곳에 웅크리고 있는 꼬마 아이를 안아주고 싶다는 말과 같다. 나에게, 이해하고 싶다는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는가? 그럼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이해하고 싶다는 말을 건네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이 또한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한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고 부둥켜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다면 참 멋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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