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내공

by 청리성 김작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방법을 찾으려고 몸부림칠 때 얻게 되는 힘

어릴 때는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이 놀잇감이었다.

놀이터에 있으면 놀잇감 천국이었다. 흙바닥에서는, 뾰족한 돌이나 단단한 가지를 주어 그림을 그렸다. 어떤 게임을 할지 정하고 그 게임에 맞는 그림을 그렸다. 정글 짐에서는 술래잡기하고, 미끄럼틀에서도 비슷한 놀이를 했다. 모래사장에서는 더 많은 것을 했다. 주변에 설치된 타이어 위에서는 징검다리 건너듯 통통 뛰어다니면서, 끝까지 떨어지지 않는 시합을 했다. 씨름이나 멀리뛰기 등 정식(?) 스포츠를 즐기기도 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뻔뻔한 노래를 부르며 손 크기만 한 집을 만들기도 했다.


활동적인 놀이만 하는 게 아니었다.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고 세심한 손놀림이 필요한 게임도 했다. 모래 근처에 나무젓가락이나 빨대가 있으면 바로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모래를 산처럼 최대한 쌓아놓고 정상에 나무젓가락을 꽂는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주변의 모래를 긁어서 자기 앞으로 가지고 온다. 그렇게 산 모양은, 한입씩 베어 문 아이스크림처럼 주변 모래가 야금야금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면 작은 충격에도 나무젓가락이 넘어질 수 있으니 심혈을 기울여서 모래를 빼 온다. 누군가 손을 대고 살짝 움직였는데, 나무젓가락이 한쪽으로 기울어 넘어지면, 당사자만 고개를 파묻고 나머지는 환호성을 지른다. 그깟 나무젓가락이 뭐라고 말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어떤 때는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넘어지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모래가 거의 사라져도 넘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너무 많은 모래를 가져갔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후자의 경우라면 세심하게 잘 운영(?) 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이유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나 깊이 단단하게 꽂았느냐의 여부 말이다. 깊숙하게 꽂히지 않은 나무젓가락은, 작은 흔들림에도 쉽게 넘어졌다. 깊숙하게 꽂힌 나무젓가락은, 큰 흔들림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주변에 흔들림은 항상 존재한다.

잠을 자고 있을 때 팔을 잡고 흔드는 아이처럼, 잘 느껴지진 않지만, 어느새 내 가까이 있는 흔들림이 있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한순간에 두려움을 느낄 만큼, 강력한 흔들림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작은 흔들림에도 쉽게 무너지는 건물이 있고, 강력한 흔들림에도 버티는 건물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로 봤을 때 중요한 건, 외부의 흔들림보다 안으로 얼마나 견고하게 잘 세워져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 믿음의 나무젓가락은 어디 위에 서 있는가?

반석에 세워진 집과 모래 위에 세워진 집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있다. 당연히 반석 위에 세워진 집이 비바람이 몰아쳐도 잘 버틸 수 있다. 모래 위에 세워진 집은 작은 비바람에도 쉽게 무너진다. 여기서도 강조하는 건 비바람이 아니라, 어디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묻는다. 외부에서 오는 영향을 이유로 삼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력감에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내 안에서 그 이유를 찾으면, 당장은 힘들겠지만, 방법을 찾게 된다. 방법을 찾는 노력이 곧 나를 세우는 힘이 된다. 그렇게 쌓인 것을 우리는 ‘내공’이라 부른다. 외부에 비바람으로 마음이 불편하다면, 내공이 쌓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시간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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