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 고통

by 청리성 김작가
단련의 다른 말로, 정당하게 잘 견디어 내면 반드시 보답을 받는 것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통상적으로 이 앞에 ‘또라이’ 혹은 ‘진상’을 붙인다. 어디를 가나 이런 사람은 항상 있다는 의미다. 만약 없다면, 자신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있다. 오래전, 부서원을 채용하기 위해서 면접을 봤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이력서를 검토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다. 한 회사에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는 거다. 자주 이직하는 사람은, 결국 우리 회사도 얼마 있지 못하고 이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을 채용하면서 쌓인 데이터다. 그래서 자주 이직하는 사람은 면접을 보지 않는다.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는 법.

잦은 이직을 했지만, 경력이 좋은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일단 면접을 보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는 면접은 이렇다. 이력서를 통해 내가 받은 느낌이 맞는지 확인하는 자리라고 말이다. 짧은 시간, 사람을 만나서 온전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하물며, 잠시 이야기 나눈 것으로 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이력서를 본 느낌과 실제 느낌이 어느 정도 일치하면 채용했다. 이력서보다 더 좋은 느낌이어도 당연히 채용했다. 느낌이 다 맞진 않았지만, 그래도 확률이 높았다.

회사를 자주 이직한 이유를 물었다.

이력서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봤을 때, 일을 잘 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데 왜 회사를 자주 옮겼는지 궁금했다. 이유를 듣고 나서, 앞서 말한 법칙에 대해 신뢰(?)를 하게 되었다. 첫 직장에서 일을 잘하고 있는데, 이유 없이 꼬투리를 잡는 선배가 있었다고 한다.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해도 명확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잘해보려고 해도 계속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트집을 잡는데, 더는 버틸 힘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첫 번째 회사를 옮겼다고 한다.


두 번째 회사는 어땠을까?

첫 번째 회사에서 안 좋은 경험이 있어서 처음에는 조심(?)했다고 한다. 너무 의욕적으로 나서지도 않고, 그냥 해야 할 일만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을 소홀히 한 건 아니고, 해야 할 일은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두 번째 회사에 적응하면서 잘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새로 들어온 직원이 있었는데, 입사하는 날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더니,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저런 업무를 지시하면, 왜 자기가 그걸 해야 하냐는 식이었다고 한다. 당신이 할 일을 왜 자기한테 떠넘기냐는 식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데, 시간이 갈수록 도가 심해졌다고 한다. 후배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차라리 첫 번째 회사에서 선배한테 꼬투리 잡혔던 시절이 그리웠다고 하니, 어떤 느낌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이런 사람이 꼭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옮긴 세 번째 네 번째 회사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신기한 건, 타입이 다양했다는 거다. 그때마다 너무 힘들었는데, 내성이 생겨서일까? 이제 웬만한 또라이는 거슬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였는지 실제 회사에 다닌 기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만났을 때 표정이 밝고 말도 또박또박 잘 해서, 어려움 없이 지낼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 상황이 같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것이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단련의 시간이었다.

고통이라 생각했던 시간이, 단련되는 시간이 된 거다. 훈련의 시간이 그렇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근육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의 시간은 곧 단련의 시간이 된다. 그렇게 견딘 시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좋은 체력으로 나타나고, 그 체력으로 좋은 결과를 얻게 해준다. 무언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수반되게 되어있다. 글을 쓸 때는 창작의 고통이 수반되고, 앞서 말한 운동에는 신체의 고통이 수반된다. 좋은 일을 하는 건데 사람들의 오해로 마음의 고통이 수반되기도 한다. 그 고통의 시간이 정당하다면, 반드시 단련으로 보답받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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