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계속 바라볼 때 얻을 수 있는 기대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생리적 반응에 의한 자연스러운 소름은 그렇다고 해도, 무언가의 영향을 받아 일어나는 소름은 여운이 오래간다. 섬뜩한 영화를 볼 때나 이야기를 들을 때가 그렇다. 무심하게 던진 작은 돌 하나로, 잔잔한 호수 전체에 물결이 퍼져나간다. 이처럼, 눈과 귀에 들어온 정보로 일어난 소름은, 마음 깊이까지 퍼져나간다. 어린 시절, <전설의 고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면, 바깥을 나가지 못했다. 어두운 밤에 혼자 나갈 용기가 도저히 나질 않았다.
다른 느낌에 소름도 있다.
이런 일반적인 소름 말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리꽂히는 듯한 느낌의 소름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다 계획된 일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됐으면, 내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계획한 대로 이루어졌다. 그것이 마치 계획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소름이 돋았다. 일상에서 벌어진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있었고, 인생 전반에 걸친 상황도 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믿기 때문이다.
인생 전반에 걸친 이야기는, 일전에 가끔 언급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결혼, 직업, 직장이 그랬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지만, 그래서 지금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풍족하거나, 아쉬움이나 미련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계획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믿는다. 작은 믿음의 결과는 “역시!”라는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신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상에서 벌어진 일화를 하나 소개해 볼까 한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때의 장면이 가끔 떠오를 만큼 기억은 강력하다. 한 번은 아침에 늦장을 부리다 늦게 나오게 됐다. 아파트 정문을 빠져나오는데 건너편에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제까지의 데이터로 볼 때, 지금 저 버스를 타지 않으면 지각할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신호를 기다릴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좌우를 살피고 건너편으로 달려갔다. 거의 버스에 다다랐을 때쯤, 버스는 매정하게 출발하고 말았다. 기사님이 나를 보지 못해서 그랬다고 나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지각할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다음 버스가 들어왔다.
5분을 좀 넘긴 시점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와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에 버스에 올랐다. ‘지금 시간이면 간당간당하겠는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버스가 신호에 걸리거나 막히지 않고 달려가길 빌었다. 그렇게 5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창문 밖으로 버스 한 대와 승용차 한 대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접촉사고가 났나?’ 고개를 창문 쪽으로 가까이 들이댔는데, ‘헐!’했다. 지금 내 눈에 들어온 버스는, 조금 전에 내가 타려고 안간힘을 쏟았던 버스였다. 다행히 미미한 접촉사고로 보였다. 버스 승객들은 그냥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고, 내려서 이동하는 사람도 있었다.
만약 내가 그 버스를 탔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렇게 간절히 원하고 바라던 그 버스를 올라탔다면, 순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거다. ‘오호~ 오늘 운 좋은데?’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을 거다. ‘아! 그냥 다음 버스 탈걸!’이라며 후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태우지 않아 원망했던 버스를 지나, 내 계획대로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잘 된 것일 수도 있구나!’ 그래서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크게 마음 졸이지 않게 되었다. 더 잘될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 그렇게 됐을 때가 많았다.
지금까지의 삶을 가만히 돌아보자.
이런 경우가 더러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지 않을 뿐, 더듬어 보면 분명 기억에 걸리는 장면이 떠오를 테다. 그러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상황보다, 더 좋은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기운이 빠지는 상황이 생길 때 이렇게 외쳐보자. “그래! 얼마나 더 잘 되려고 이러는 거야?” 불안 에너지가 물러나고, 희망 에너지가 채워지게 된다. 희망이 희망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