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할 수 있지만, 타인은 잘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는 마음
“빈 수레가 요란하다.”
삼척동자도 알 정도로, 많이 사용하는 속담이다. 어떤 속담은 몇 번을 생각해야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사실 어떤 속담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의미가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 속담은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체험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통해 체험하기도 하고, 직접 체험하기도 한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것을 체험할 때마다, 속담 한번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구르마’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 ‘수레’의 방언이라고 한다. 사전을 찾아보기 전에는, 일본 말인 줄 알았다. 발음이 딱 그랬기 때문이다. 짐을 나를 일이 있을 때, 이 구르마를 이용한다. 평평한 판에 물건을 올리고, 손잡이가 있어 끌거나 밀수 있게 되어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손잡이가 평평한 판과 딱 닿도록 접을 수 있어 보관하기도 좋다. 물건을 실으러 갈 때는 당연히 빈 상태이다. 빈 상태로 구르마를 끌고 복도를 지나가면, 그렇게 시끄러울 수 없다. 끌고 가는 내가 거슬릴 정도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구르마를 끌고 가는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영 불편해진다.
구르마에 짐을 잔뜩 싣고 가면 어떨까?
바퀴 굴러가는 소리만 잔잔하게(?) 들린다. 그렇게 요란스럽게 소리를 내던 구르마가 잠잠해진다는 말이다. 바퀴 굴러가는 소리는 짐이 무거울수록 작게 들린다. 가벼운 짐을 싣고 이동할 때는 실린 짐이 움직이면서, 오히려 더 요란한 소리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시끄러움을 잠재우기 위해, 구르마 위에 몸을 싣기도 한다. 서로 교대해가며 끌어주는 거다. 타는 재미도 있고 시끄러움도 잠재울 수 있어, 좋다.
빈 수레, 아니 구르마가 시끄러운 이유가 뭘까?
바퀴가 살짝살짝 튀어 올랐다 바닥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이다. 분필을 칠판에 댄다. 그리고 옆이나 아래로 쭉 내린다. 그러면 ‘드드득’ 소리가 나면서 점선이 생긴다. 분필이 칠판에 살짝살짝 튀면서, 분필이 닿는 지점과 닿지 않는 지점이 생겨 점선이 되는 거다. 그래서 소리도 나는 거다. 마찬가지로 구르마도 그렇다. 눌러주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짐을 실었을 때 조용해지는 이유는, 짐의 무게가 바퀴를 누르기 때문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구르마를 누르는 짐의 무게.
요란한 소리가 나지 않게 만드는 짐의 무게는, 사람으로 빗대면 뭘까?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단순히 수레의 소리를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니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을 요란하게 하지 않는 무게는, 겸손이다. 겸손이 마음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으면, 말이나 행동이 요란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바퀴 소리가 요란하게 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사람은 머리를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채우는 것도 빠트려서는 안 된다.
머리만 채워져 있으면 어떻게 될까?
무심코 던진 자신의 말 한마디에, 누군가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자신의 기준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90점 이상 맞는 사람이 70점대를 헤매고 있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기는 어렵다. 누구나 90점 이상을 맞고 싶지, 70점대를 헤매고 싶진 않다. 하지만 안 된다. 한다고 해도 안 된다. 그래서 마음이 답답하다. 내가 그랬다. 70점대 후반에 머물고 있던 나는 80점대로 진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잘 안됐다. 그래서 80점대 맞는 친구의 도움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90점대를 맞는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대충 해도 80점은 맞을 수 있는 거 아냐?”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린 나이긴 했지만, 머리만 채워진 사람은 이렇게 누군가의 상처를 짓이긴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겸손이 필요한 이유다.
타인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겸손이 필요하다. 나는 이렇게 하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달리기 잘하는 사람은 달리기를 못 하는 사람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달리기를 왜 못하는지 답답해하기보다, 못하는 이유를 살피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겸손이다. 나는 잘 하지만 타인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게 겸손이다. 달리기를 못 하는 사람이 지식은 풍부할 수 있다. 지식이 별로 없는 달리기 잘하는 사람에게,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주면 마음이 어떻겠는가? 항시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