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 선택

by 청리성 김작가
불확실성에서 결정해야 하지만, 조급함에 하면 더 큰 손해를 입게 되는 결정


가장 불안함을 느낄 때가 언제일까?

사람마다 그 이유가 다르겠지만, 공통점이 있다. 아! 이 또한 모두의 공통점은 아닐 수 있겠다. 하지만, 거의 맞을 것으로 확신한다. 사람들이 불안한 상황을 들어보면, 결국은 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 선택에 따라 작게는 이득과 손실이라는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크게는 삶의 방향을 좌우하기도 한다. 인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어떤 길을 선택할지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추측할 뿐이다. 어떤 길도 추측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불안하다. 왜? 선택하지 않은 길이 더 좋을까 봐.

내 삶의 방향도 그랬다.

막막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택해야 했다. 당연히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교사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구상한 계획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때 나는 직업,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먹고살아야 할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을 시험 준비에 더 쏟기에는, 내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 년이라는 시간을 더 쏟아서, 합격한다는 확실성만 있다면 시험 준비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확실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선택 끝에 선택한 직업을,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다. 이 외에도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한 사건(?)이 몇 개 더 있지만, 일전에 몇 번 언급했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하겠다.

세 번째 책 출간을 위해 원고를 투고했다.

아직 투고한 횟수가 많지는 않지만, 투고 메일을 보낸 이후부터는 가슴이 조마조마한다. 혹시나 한 군데도 연락이 오지 않을까 봐 불안하다. 두 번째 책 <딸에겐 아빠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투고를 했을 때도 그랬다. 누군가는 투고하고 1시간도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오는 곳은 없었다. 그때 한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다. 너무 기쁘게 메일을 읽는데, 조건이 있었다. 일정 부분 비용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자비출판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비용을 내야 했다. 고민됐다. ‘그냥 할까? 비용도 많지 않은데.’ 출간에 대한 욕심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부담(?)은 감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생각하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작가라는 호칭을 듣고 있는데(사실 좀 부끄럽지만) 나중에 누군가가, “어떻게 출간했어요?”라며, 출간 스토리를 물으면 부끄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그냥 할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올라왔지만, 내 선택을 믿었다. 아니, 믿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그러던 어느 오후, 한 통에 전화가 걸려왔다. 그렇게 계약을 하고 출간까지 하게 됐다. 출간 계약을 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한 통에 전화를 더 받았다. “혹시 출간하셨나요? 저희가 출간했으면 하는데요.” 출간 제안 전화 한 통을 더 받았다.


세 번째 출간 원고를 투고한 지 한 달쯤 됐을 때다.

이번에는 더 오랜 시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 연락은 계속 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출간이 어렵다는 메일 회신이었다. 거절에 이유도 다양하다. 출판사 출간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말과 출간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가 많았다. 그러다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컨셉은 좋지만, 독자가 어느 정도 확보가 될지 의문이 들어 고민이라고 했다. SNS에 활성화가 이래서 중요하구나 하고 실감했다. 그래서 열흘 동안 연재해서 반응을 보고 결정하고 했다. 이번 주 금요일이 그날이다.

연재를 몇 번 했는데,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연재를 보고 연락을 한 건 아니다. 출간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너무 기뻤다. 하지만 출판 시장이 어려우니, 일정 부분 개런티를 했으면 하는 조건을 걸었다. 돌려서 말했지만 결국 자비출판이었다. 생각을 해보고 연락한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한 군데는 어떻게든 출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고 해야 하나? 아니 그냥 어정쩡했다. 많은 경험은 아니지만, 투고하면 어떻게든 출간하고 싶은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인듯하다.


한 달이 지났지만, 투고에 대한 메일은 드물게 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래저래 해서 어렵다는 거절 메일이었다. 그래도 회신을 주는 분들이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일일이 다 답장을 한다. 출판사에서 두 통에 메일이 들어왔다. 클릭하고, 역시나 하는 마음에 회신을 보냈다. 그리고 또 덤덤하게 클릭을 했다. 그런데 내용이 좀 길었다. ‘뭐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거절 메일이 아니라, 출간 제안 메일이었다. ‘와우!’ 얼마 만에 느끼는 소름인지 모르겠다. 소름이 머리끝까지 치고 올라왔다. 두세 번을 내리읽었다. 바로 “네 하시죠.”하고 싶었지만, 지금 나는, 한 출판사의 제안에 응답(?)하는 중이다. 그래서 사실 그대로, 메일을 보냈다.


너무 감사한 회신이 왔다.

논의하고 있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에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혹시 성사되지 않으면 연락을 달라는 메일이었다. 출간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말이었다. ‘이런 일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금요일에 최종 결정이 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불안했지만, 이제는 마음이 좀 편안하다. 내가 선택하고 나를 선택해 줄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다.


선택을 방해하는 건, 조급함이다.

빠르게 결정을 내고 싶은 마음과 이 결정이 아니면 더는 대안이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조급함 때문이다. 마냥 기다리고 있는 마음은 정말 무겁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에 빠진 솜처럼 축축 처진다. 독인지 알지만 마시려고 덤벼든다. 바다에 표류한 사람들이 그렇다고 한다. 마시면 더 갈증이 나는 걸 알지만, 바닷물을 마신다고 한다. 알지만 당장 참기 힘든 갈증에 마지못해 선택하는 거다. 사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아니면 차선의 선택인지는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선택에 관한 결과가 그리 좋지 않더라도, 마음에 입는 타격이 덜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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