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9. 절제

by 청리성 김작가
몸과 정신이 살아있을 때 발휘할 수 있는 능력


“욕심”

사람이 유혹에 빠지는 근원이다. 유혹에 빠진 결과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위에는 욕심이 자리하고 있다. 더 가지려는 욕심, 더 먹으려는 욕심, 더 편해지려는 욕심, 더 올라가려는 욕심, 더 강해지려는 욕심 등등 말이다. 어떤 욕구에 ‘더’라는 부사가 붙으면서, 계속해서 보태어진다. 그러다 결국 한계점 이상을 넘어서고 사고가 발생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정신을 차려도 이미 지난 일이다. 그 사고가 해프닝으로 웃고 넘길 일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거나 돌이킬 수 없는 실수 아니, 사고를 쳤다면 한순간에 모든 것이 날아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망상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뉴스를 통해 이와 같은 상황을 수차례 지켜봤다. 하지만 반복된다. 선생님이 시험에 꼭 나온다고 말한 문제를 허투루 듣고 살피지 않아, 매번 틀리는 학생처럼 말이다. 언제 내 앞에 시험문제가 떨어질지 모르니 항상 조심하고 절제할 필요를 느낀다. 욕심을 제어할 방법은 절제밖에는 없는 듯하다.


절제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 있다.

불과 며칠 전에 일이다. 내가 생각해도 이때만큼 취한 적은 없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한 모임에서 회의를 마치고 회식을 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맛있게 마셨다. 보통은 1차만 하고 집에 들어가기 때문에 마음껏(?) 마셨다. 얼근하게 취해서 헤어지려고 하는데, 근처에 집이 있으신 분이, 당신 집으로 가서 한 잔 더 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모두 2차를 가게 되었다. 주인장(?)께서 좋은 양주를 꺼내셨다. 평소에 양주를 잘 안 마셔서, 아니 못 마셔서인지 목 넘김도 좋고 맛있었다.

한 병을 비우고 또 한 병을 내오셨다.

이번에 다른 양주였다. 이 또한 맛났다. 정신이 조금씩 흐릿해져 가긴 했는데, 입맛만은 또렷했다. 그렇게 얼마나 마셨는지 모르겠다. 같이 마신 분도 계시고, 입만 대신 분도 계신듯했다. 아무튼, 잘 마시고 모두 집을 나왔다. 같은 동네에 사시는 분들이라 삼삼오오 흩어져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나도 두 분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시원한 바람이 참 좋게 느껴졌다. 집 근처에서 서로 헤어졌다. 그렇게 나는 공동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일정 부분 기억이 사라졌다.

아무리 취해도 집까지는 어떻게든 잘 들어왔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가끔 잊은 적도 있지만, 어떻게든 떠올리고 눌러서 집까지 무사히(?) 들어왔다.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은 게 아니라,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잠시 기억이 사라졌다가, 집안에 들어와 있는 나를 인지했다. 그렇게 깜빡이는 전등처럼 기억이 깜빡깜빡하다가 아침을 맞이했다.


늦은 아침.

도무지 숙취가 가라앉지 않았다. 아무리 마셨어도 아침이면 어느 정도 숙취가 가시기도 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일어났는데 도저히 일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오후까지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고 보냈다. 난생처음 겪은 일이었다. 일정이 없었으니 망정이니 아니었다면, 정말 큰 실수를 할 뻔했다. 나도 내가 희한(?)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눈을 뜨고 아내와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예상할 일이 벌어졌다. 어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그리고 들어와서 어떤 추태(?)를 부렸는지 낱낱이 읊었다. 소프라노 톤으로 말이다. 잠시 멈추나 싶었는데, 아이들이 하나씩 보이면 또다시 읊기 시작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을.


거의 하루를 그렇게 보냈다.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너무도 아깝고 억울했다. 아니지 억울할 일은 아니지. 오랜 시간 반성에 시간을 보냈다. 절제하지 못한 나를 반성했고, 빨리 회복하려는 의지를 발휘하지 않은 나를 반성했다. 몸과 정신이 피곤하니, ‘하루쯤은 이렇게 보내도 돼~’라는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간 나를 반성했다. 그래서 몸과 정신을 잘 지키라는 말이 있나 보다. 체력이 떨어지고 만사가 귀찮다는 생각이 드니, 그냥 늘어지고 쳐졌다.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지고 아무런 의욕도 나지 않았다.


절제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

몸의 체력도 필요하지만, 정신적인 체력도 필요하다. 정신과 몸이 어느 정도의 긴장 상태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긴장 상태는, 부정적인 긴장이 아닌, 활기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새벽에 일어나 묵상을 하고 약간의 운동으로 몸과 정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라야, 출근할 때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깊은 생각에 빠져들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설 잠에 빠져들어 쳐진 몸과 정신으로 꾸역꾸역 이동하게 된다. 그날의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다.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절실하게 깨달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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