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4. 순리(順理)

by 청리성 김작가
내가 먼저 타인을 도와야, 내가 도움을 받게 되는 흐름


넷플릭스에 반가운 영화가 떴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이다. 오래전에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서, 다시 봤다.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이유는 재미와 감동도 있지만, 인지하지 못한 장면과 대사를 얻는 맛도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한동안 머리와 가슴에 맴돌기도 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반영하기도 한다. 마치 보물 찾기처럼,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이유와 같다. 책과 영화의 내용은 같지만, 그걸 바라보는 내가 달라졌기 때문에,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은 달라졌다는 표현이, 성장했다는 의미로 통한다.


영화 내용은 대략 이렇다.

‘도일출’이라는 주인공이 있다. <타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 아는,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이다. 유전의 영향인지 아들도 도박에 소질이 있는 듯했다. 초반 장면에서 돈을 따는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돈을 잃은 사람에게는, 왜 자신에게 질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하지만 그 호기(?)는 얼마 가지 않는다. 진짜 타짜를 만나면서 그동안 틈틈이 모았던 돈을 날리고, 빌리기까지 하면서 궁지에 몰린다. 이때, 애꾸라는 사람이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 이유는?

‘짝귀’에서 빚을 갚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도박에서 졌을 때는 의심을 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누구를? 제일 가까운 사람을. 그때야 왜 자기가 졌는지 그리고 돈을 빌려 궁지에 몰렸는지 깨닫고 달려가지만, 그 사람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자기에게 도박하지 말라고, 돈을 빌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리던 사람 말이다. 머리를 감싸 안고 주저앉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 도일출에게 애꾸가 이런 말을 전한다.


“도박판은 말이야! 상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내 편이 돼야 한다는 것만 명심해!”

내가 상대해야 할 사람 하나가 있다면, 다른 사람은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 판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마지막 결정적인 판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장면이 나온다. 그 방법은, 각자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도와주는 거였다. 영화에서 그렇게 설명하는 모습이 나오진 않지만, 나는 그렇게 해석됐다.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매몰되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보지 않는다.

내가 그랬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것만 생각했다.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만 요청했지, 그 사람이 원하는 것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은 만큼, 누군가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헤아려주고 함께 응원하고 도움을 줄 때, 내가 원하는 것도 이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진 않았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시간이 너무 없다.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하루 동안, 한시의 주저함 없이 해도 계획한 것을 다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중 일부가 다음날로 넘어가고 그중에 하지 못한 것이 다음 주로 넘어간다. 때로는 달을 넘기기도 한다. 그렇게 점점 쌓여가는 계획에 한숨을 돌리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마음에 담기가 쉽지 않다.


물론, 핑계다.

나보다 더 많은 것을 하는 사람이, 타인이 원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을 보면 그렇다. 결국, 내가 원하고 이루고 싶은 욕심이,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절대적 도움과 응원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도움을 줘야 한다. 이 순리를 기억만 하지 말고, 실천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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