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 결단

by 청리성 김작가
내가 겪은 힘듦을 또 다른 나에게 이어주지 않기 위해 해야 할 다짐


내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휩쓸린 적이 있는가?

크든 작든 한 번쯤이 다 있으리라 생각된다. 전날 술을 얼큰하게 마셔서 따뜻한 국물로 해장하고 싶은데, 파스타를 먹어야 하는 상황처럼 말이다. 이런 거라면 그나마, 가벼운 에피소드 하나 만들었다 생각하고 웃고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니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내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휩쓸린 것도 충격이지만,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 누군가한테는 매우 무거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대학원 비학위 과정에 들어갔다.

6개월 과정인데 회사에서 업무에 도움을 받으라고 지원해 줬다. 오랜만에 가는 학교라 설레기도 하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 만큼, 소득을 얻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면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워크숍을 한번 다녀오고 술자리를 가지면서 어색함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와 직종에서 일하시는 분들에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세계를 간접 체험하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좋았던 분위기는, 이번 주부터 조금 가라앉기 시작했다.


회비 얘기가 나오면서부터였다.

학교 수업은 2교시로 진행된다. 하지만 우리는 3교시가 있다. 뒤풀이 자리다. 3교시라 명명하는 만큼, 이 자리도 배울 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렇고,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그렇다. 그렇게 사람을 통해 배운다. 이번 주도 3교시가 진행되었다. 교수님 면담을 하고 온 임원들은 조금 늦게 합류했다. 그리고 회비 이야기를 꺼냈다. 회비뿐만 아니라 찬조비 등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문제는 그 금액이 상상 이상이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건,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이런 과정이 처음인 나만 잘 모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과정을 참여하신 분들은 다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황당했다. 임원 단톡방에서 이 부분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역시 생각이 다 달랐다. 여건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 회비의 명분이 단합과 네트워크라고 하는데, 이야기가 오가는 금액을 듣고 오히려 발을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으로 단합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럴 형편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되는 금액이, 누군가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다.

나이가 좀 있고 직장에서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형편이 여유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젊고 위치가 높지 않은 사람이 더 형편이 여유로울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른 형편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나 역시 그렇다. 매달 나가는 비용을 계산하고 따져봐야 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그렇다. 정기적으로 날라오는, 그리 크지 않은 세금명세서도 부담이 된다. 뜻밖에 손님은 반가울지 모르겠지만, 뜻밖에 큰 비용은 매우 부담 아니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말이다.


휩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잠깐의 따가운 시선과 말 때문에,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수가 말하는 방향이라고 해도, 내 생각과 다르다면 휩쓸려 가지 않아야 한다. 그게 나를 위한 길이고, 또한 말하지 못하는 또 다른 나를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 내가 예전에 그랬듯이, 말하지 못하고 휩쓸려 가면서 힘들어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힘듦은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부분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더 휩쓸려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가 겪으면서 아파했던 시간을, 또 다른 나에게 이어주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9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