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 본질

by 청리성 김작가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야 하는 이유


‘동정(同情)’

같은 마음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는 동정이라는 말을 그리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를 동정한다면 어떤가? “됐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겠는가? 왜 그럴까? 나와 같은 마음을 갖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고맙고 행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 말이다. 동정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마음을 함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함께 하지 않는 도움은, 받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도움을 주겠다는 시작부터가 잘못됐다는 말이다. 도움은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이 먼저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주겠다고 하는 것이 다음에 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무엇을 어떻게 해주겠다고 하는 것을 제일 먼저 놓는다. 아니, 어쩌면 이것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새벽에 운전해서 출근했다.

그럴 때마다 듣는 라디오가 있는데, 평화방송 라디오 특강이다. 평화방송 TV에서 방영된 내용 중 인기 있는 강좌를 다시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특강을 해주신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느낀 점을 적어봤다. 동정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의미를 되새기지 않고 단어만 들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 동정한다는 말에서 마음을 함께 한다는 느낌보다, 불쌍하게 여긴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마음은 없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 신경 쓴 사람들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슷한데, 참 가슴 먹먹한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신부님은 신학생 시절, 어깨를 다쳐서 군대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신학교는 군대에 가지 않는다고 학년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동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 그곳 아이들이 한 질문은 한 가지였다고 한다. “언제 가세요?” 많은 사람이 오가면서, 그들은 관심으로 대했다고 여겼지만, 아이들은 간섭으로 느꼈기 때문에 나온 질문이었다. 어차피 잠시 있다가 갈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까지 함께 있느냐가 가장 궁금했던 거다.


한 번은 4살쯤 된 아이가 들어왔다고 한다.

아이의 부모가 이혼하고 아이를 서로 맡지 않자, 친척이 아이를 키웠다. 하지만 잘 돌보지 않아 주변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를 했다. 경찰서로 넘겨졌던 아이가 그곳에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자동차 장난감이 들려있었다. 기존에 있던 형들이 이것을 빼앗았다. 아이들 사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보통은, 빼앗긴 아이가 울면서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한숨을 쉬더니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았다고 한다. 그리고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이런 비슷한 경우가 또 있었는데, 그때도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지 않았다. 이 모습이 이상해서 수녀님께 물어봤는데, 뜻밖에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한다.

“울음도 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나올 수 있어요.”

어차피 울어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으면, 울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나이에, 울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 참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느끼면서, 이제는 울면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낀 거다. 아이의 울음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다는데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동정의 본질은, 같은 마음이다.

상대방과 다른 마음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공감하고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3인칭 시점이 아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봐야, 진정한 공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 아픔을 같이 아파해주고 내 기쁨을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이어야,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모든 문제는, 본질을 놓치는 데서 온다. 진짜 이유를 바라보지 못하고, 본인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붙들고 있으니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답을 찾기 전에 문제의 본질을 먼저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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