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주면 그에 대한 보답을 얻는 마음
오랜만에 올림픽 공원 산책을 했던 적이 있었다.
아침 공기가 차가 왔지만, 춥다는 느낌보다 상쾌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곳곳에서 날아다니는 새들, 그리고 새들의 울음소리는 마치 산속에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뛰어다니는 사람들도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 이런 공원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서울은 복잡하고 탁한 곳이라는 생각으로, 직장 생활은 하더라도,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여력도 안 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제 아침만큼은 서울에 사는 사람, 콕 집어서 올림픽 공원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저녁 시간에 하는 산책도 운치가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아침부터 올림픽 공원을 찾은 이유가 있었다.
교육일정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이용하는 인사평가 시스템 업체로부터, ‘HR 경영전략 세미나’ 참석 초청을 받았다.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되었다. 위치 덕분에,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산책을 염두에 두고 조금 일찍 나서긴 했지만 말이다. 테이블 배정을 받고 자리에 앉았다. 당연히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명함도 교환했다. 다양한 업종에서 오신 분들이었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험도 참 좋다.
‘OKR’
세미나의 핵심 주제였다. ‘Objective & Key Result’의 약자인데, 이 말을 언젠가부터 자주 들었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찾아보진 않았다. 관련된 책도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강연을 관심 있게 들었다. ‘OKR’은 성과관리 기법으로, 인텔에서 시작돼서 구글을 거쳐 실리콘밸리 전체로 확대됐다고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 적고 점검하는 거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얼마나 잘했고 못 했는지를 따져서, 그에 따라 진급 혹은 연봉 책정에 반영한다. 하지만 ‘OKR’은 평가 기법이 아닌 성과관리 기법이다. 어찌 보면 그동안 간과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하다. 얼마나 잘 평가할지를 고민했지, 얼마나 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진 않았다. 더 중요한데도 말이다.
‘OKR’의 핵심은, 주기(週期)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1년을 주기로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한다. 사실 1년은 주기가 너무 길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래서 회사는, 1년 목표를 가지고, 분기별로 점검하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내적 외적 변화가 일어나면 업무가 달라진다. 그러면 당연히 평가 항목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1년으로 이미 설정했기 때문에 변경하기가 어렵다. 서로 관련이 있어서 한 명을 바꾸려고 하면, 전체를 다 변경해야 한다.
‘OKR’은 3개월 주기로 설정한다.
구글에서는 ‘3-3-3 원칙’을 개발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3개월 단위로, 3개의 목표(Objective)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3개의 핵심 결과(Key Result)를 설정하는 거다. 3개의 목표에 각각 3개의 결과를 설정하니 총 9개가 되는 거다. 3개월마다 결과 달성 여부를 확인하고 격려한다. 그리고 다시 3개월 목표와 핵심 결과를 설정한다. 매우 실질적이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OKR’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위해 시간을 내야 한다는 거다. 더불어, 하급자를 평가하고 따져 묻기 위함이 아니라, 격려하고 도와주려는 목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평가할 때는, 하급자가 상급자를 위해 시간을 낸다. 평가하는 주최자가 상급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OKR’에서 주체는 하급자다. 하급자에게 주도권을 주고 잘 하도록 격려하고 도와주는 게 상급자의 역할이다. 이런 구도를 완성하려면 뭐가 선행되어야 할까? 바로, 신뢰다. 신뢰가 없이는 주도권을 주기가 어렵다. 잘해서 신뢰하는 게 아니라, 신뢰하고 도와주면 잘하게 된다는 철학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믿을만해서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신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렵지만 그 어려운 걸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