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지배도 받지 않을 때, 고스란히 흘러나오는 생각
요리하는 방법은, 재료를 기준으로 두 가지로 나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메뉴를 정한 다음 재료를 구하는 방법이다. “오늘 뭐 먹지?”라는 아내의 질문에 “김치찌개”라고 말하면, 김치찌개에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서 요리한다. 필요한 재료가 냉장고에 있으면 꺼내서 하고, 없는 재료는 마트에 가서 사 온다. 직장인들이 점심 메뉴를 고민하듯, 주부들은 그날 식탁에 뭘 내놓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끔은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는 센스가 필요하다. 아니면 외식을 제안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끼지만 그래도 숙제 하나는 던 셈이니 말이다.
다른 방법은 이렇다.
집에 있는 재료에 맞게 메뉴를 정하는 거다. 때로는 명명하기 어려운 메뉴가 되기도 하지만, 그런 음식이 오히려 더 맛날 때도 있다. 주말 오후가 되면 가끔, “오늘은 그냥, 집에 있는 거로 해 먹자!”라고 아내가 제안한다. 그러면 누구도 별 이견 없이 받아들인다. 그렇게 계획(?) 없이 만든 메뉴지만, 참 맛난다. 이렇게, 있는 재료로 만들어 먹었는데 하나의 메뉴로 정착된 음식이 있다. 바로, 부대찌개다. 정확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대에 있는 재료를 다 넣어서 찌개를 끓여 먹었는데, 맛이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에는 그때 넣었던 재료를 준비해서 먹게 된 게 그 시작이라고 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좋은 결과로 연결된 사례다.
이럴 때가 있다.
부대찌개처럼 그냥 있는 재료로 요리를 했는데, 맛이 있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본다. “뭘 넣은 거야?” 어떤 재료와 양념이 들어갔길래 맛이 좋으냐는 의미다.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음식이 있으면, 그 음식에 들어간 재료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사람의 말과 행동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말과 행동으로 그 마음은 드러나게 되어있다. 이에 맞는 속담이 있다.
‘주머니에 들어간 송곳이라’
주머니에 송곳을 감추려 하지만, 뾰족한 부분이 바지를 뚫고 나와 그 모습이 드러난다. 이 모습을 빗댄 속담이다. 아무리 감추려고 하지만, 결국은 드러난다는 의미다. 안에 악을 품고 있으면 악이 드러나게 되고, 선을 품고 있으면 선이 드러나게 된다. 한두 번이나 잠깐은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계속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순간, 그 모습이 삐져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영업사원이 있었다.
그에게는 매우 중요한 고객이 있었다. 많은 매출을 올려주는 고객이다. 영업사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 아무리 어려운 부탁을 해도, 밝은 표정으로 잘 받아줬다. 그래서 고객은 이 영업사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다른 사람도 많이 소개해 줬다. 그렇게 영업사원은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업사원은 그 고객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도 어려운 부탁이었다. 평소처럼 친절하게 응대했다. 하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다. 전화를 끊으면서, “아이씨!”라고 한마디 내뱉은 거다. 영업사원은 고객의 전화가 끊긴 줄 알았던 거다.
어떻게 됐을까?
이 고객은 영업사원을 떠났고, 소개해 준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영업사원을 떠나게 되었다. 오랫동안 쌓아온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거다. 사람이니, 불편한 마음을 표현할 순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노력을 봐서라도 이해해 줄 만하다. 하지만 고객은, 영업사원이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 것 때문에 떠난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모습이 가식이었다는 생각이,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거였다.
말을 잘하는 방법을 연습하기보다, 마음공부가 더 필요한 이유다.
기술은 의식에 지배를 받지만, 마음은 어떤 지배도 받지 않는다. 기술로는 마음에 담기지 않는 말과 행동을 내보낼 수 있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고 한 말과 행동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러니 어떤 말을 할까? 어떻게 행동할까? 고민하지 말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를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결국은 다 드러나게 돼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