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 의미

by 청리성 김작가
어떤 사람이든 어디든 그리고 무엇을 하든, 그냥은 없다는 생각으로 담는 것

1월 7일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다.

보통 특별한 날이라고 하면 생일이나 어떤 기념일을 꼽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날은, 다른 의미로 특별한 날이다. 어찌 보면, 내 인생과 크게 상관없었을 수도 있던 날이다. 하지만, 묘하게 인생에 개입(?)되었다. 어릴 때는 신경 쓰지 않던 이 날이, 언젠가부터 나름대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날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주민등록상 생일과 군대 입대한 날이다. 사연을 몰랐던 사람들은, 이 두 날이 겹친 것을 보고 나를 매우 안쓰럽게 바라본다.


주민등록상 생일을 말하자면, 참 많은 이야기가 있다.

오해 아닌 오해를 불렀다고 할까? 나의 실제 생일은 9월이다. 그런데 주민등록증에는 1월로 되어있다. 해를 넘긴 거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하셨다는데, 그때 당시에는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가서 신입생 신고식을 하는데, 내가 제일 나이가 어렸다. 주민등록상으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선배 동기 모두에게 ‘핏댕이’로 불렸다. 그들 눈에는 아기라는 말이다. 하긴, 고3이어야 할 나이에 대학에 들어왔으니 그렇게 볼만도 하다. 이외에도 많다. 언제 갔는지도 모르는 병원이나 후원하고 있는 곳에서, 생일 축하한다고 아침부터 문자를 보내온다. 그래서 나는, 생일을 적는 곳이 있으면 이렇게 묻곤 한다. “실제로 적어요? 주민등록상으로 적어요?” 거의 가 주민등록상으로 적으라고 한다.


군대 입대일은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다.

입대하고 나서 알았다. 교관이었는지 동기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생일에 입대했네?”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주민등록상의 생일을 머릿속에 담고 다니진 않으니 말이다. 그전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입대한 첫날밤, 잠자리에 들어서 생각했다. ‘만약 진짜 생일에 입대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입대한 지 벌써 25년이 지났다.

아직 생생한 기억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25년이라는 시간을 흘러왔다. 두 번 정도, 군대에 다시 입대한 꿈을 꿨다. 아주 생생한 꿈이었다. 오죽했으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마주한 심정이, 눈을 떴는데도 그래도 남아 있었을까? 그렇다고 군 생활이 지옥 같기만 했다는 건 아니다. 너무 힘들어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든 적도 많았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라 기억한다. 하지만 아무리 의미가 있어도, 군대에 다시 가는 건, 아니다.

무엇이든 의미를 담으면 특별해지는 법이다.

그렇지 않은가? 어릴 때 좋아하던 친구가 준 연필은, 그냥 연필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가끔 의미를 담아 생각할 때가 있다. 지금 언급한 1월 7일의 의미도 그렇고, 다른 어떤 날도 그렇다. 아니면 어떤 물건을 볼 때나 어떤 지역을 갈 때도 그렇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오늘이 나에게 어떤 새로운 일이 있을까?’ ‘지금 이 물건이 내 앞에 있는 이유가 뭘까?’ ‘내가 지금 여기에 와있는 이유가 뭘까?’


그냥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지금 이 장소에 있는 이유, 내가 지금 이 사람을 만나는 이유,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까지도 말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어떤 미션을 받아서 특정한 장소나 특정한 사람을 만나러 이동하는데, 마치 그런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지금 여기서, 이 사람을 만나 이런 얘기를 나누는 이유가 뭘까?’ 이유를 찾을 때도 있고 못 찾을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렇다. 그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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