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감정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

by 청리성 김작가
경험으로, 이해하는 마음


오래전, 출장을 가는 길에,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영화를 봤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하러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혼수상태에 빠진 이 남자의 영혼은, 자유롭게 다니면서,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 남자의 영혼은, 사랑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역할을 완수하면, 그 몸에서 빠져나와 다른 몸으로 이동을 했다.

그렇게 몇 명의 몸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데, 이것이 영화의 전체 스토리다.


한 번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몸으로 들어갔다.

병을 간호하는 할아버지는 남편이다.

할머니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할아버지를 첫사랑으로 착각한다.

할아버지의 죽기 전 소원은, 할머니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 주는 것이었다.

지극정성으로 간병을 하던, 할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져서, 병상에 눕게 되었다.

할머니는 그제야, 첫사랑으로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존재를 알아보게 된다.

할아버지는 누워있다가 기쁘고 놀라운 마음에 몸을 일으켰다. 순간 울컥했다.


마음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이 가슴에서 목을 타고 눈까지 다다랐다.

눈에서 그 기운이 흘러나와야 하는데, 막았다.

기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창피할 것 같아서 막았다.

그 기운은 눈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마음으로 내려갔다.

그 느낌이 마음에 오랜 시간 머물렀다.


나이가 들면, 감성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이 되면서 마음은 다시 아이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삶이라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 마음이 약해져서 감성적으로 변한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가슴에서 동요하지 않았던 일들이 요동치는 이유가 그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깨달았다.

마음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이해의 폭이 넓어져서 그렇다는 것을.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잘 알아보는 것과 같다.

아파봤기 때문에 아프지 않은 사람보다, 아픈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아파보기도 하고, 힘들고 어려운 경험을 한다.

좋은 일도 겪고 나쁜 일도 겪는다.

행복하기도 하고 불안한 생활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씩 겪어가면서 느껴가는 것이다.

그 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가슴에 신호가 오는 것이다.

가슴에 신호가 많이 오는 사람이, 알차게 살아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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