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로 가는 열쇠 찾기

기회로 가기 위한 통로, 위기

by 청리성 김작가


“구관이 명관이다.”

과거에 함께 있던 사람을 그리워할 때 쓰는 속담이다. 그 이유는 뻔하다. 현재 함께 있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리더가 바뀌게 되면, 이 속담이 자주 등장한다. 함께 있을 때 불만이었던 모습이 그리워지는 거다. 빠른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 리더가 있었다. 차분한 것인지 우유부단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결정을 미뤘다. 리더는 독단적인 결정보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결정을 내리려고 했던 것일 수도 있다.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면, 곧 떠나게 될 리더였기 때문에 새로운 리더에게 그 결정을 양보했을 가능성도 크다. 어찌 되었든 사람들은, 그런 리더를 답답해했고 그 마음을 말로 표현했다.



새로운 리더가 왔다.

겉모습부터 호쾌한 모습이었다. 말과 행동도 그러했는데, 이전 리더와는 완전히 다른 성향이었다. 모든 것을 빠르게 결정했고, 추진력이 뛰어났다. 이전 리더에게 가졌던 불만을 말끔하게 해소하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환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마음이 오래가진 않았다. 조금씩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독단적이다.”, “급하다”, “편파적이다.”, “너무 막, 대한다.” 등등 이전 리더에게는 없던 강점을 환영했지만, 곧 불만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답답하다며 불평했던 전 리더를 그리워하기까지 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여실히 드러냈다. 이 리더가 가고 또 다른 리더가 오면, 지금에 리더를 그리워할까? 벌써 의문이 든다.



항상 한자리에 있을 순 없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자리는 특히 기간을 채우면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된다. 학교 다닐 때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선생님으로, 여학생들이 울음바다를 만든 적도 있다.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더는 머물 수 없는 상황으로 자리를 떠나게 되기도 한다. 회사가 그렇다. 자의든 타의든, 퇴사하면서 머물렀던 곳을 떠나게 된다. 더 나은 곳으로 떠나기 위한 자발적인 퇴사는 홀가분한 마음과 기대에 찬 마음이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떠나야 하는 퇴사는 씁쓸하고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다. 지금까지 했던 노력이 한순간에 짓밟히는 기분이다.



나는 직장 생활 22년 동안, 두 번에 퇴사를 경험했다.

유아 체육을 할 때는 임용시험을 위한 자발적 퇴사였다. 접어두었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이었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하진 않는다. 두 번째는, 떠밀리듯 퇴사했다. 겉모습은 자발적 퇴사였지만, 그 내용은 타의에 의한 퇴사였다. 그래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그리 나쁘게 살진 않았는지, 함께 했던 후배들이 구두 상품권을 선물로 줬고, 떠날 때 울음을 터트린 후배도 있었다. 그때 산 구두를 지금도 가끔 신고 있는데, 평생 버리지 못할 듯하다. 그래서 떠날 때, 그리 서운하진 않았다.


있어야 할 사람이 떠나는 빈자리는 크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원활하게 돌아가던 업무에 지장이 있을 듯하고, 심하게는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가 두 번째 퇴사할 때 그런 마음이었다. 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직하고 함께 일했던 많은 일감이 내가 옮긴 회사로 넘어왔다. 내가 퇴사한 이후에도 핵심 인력이라 여겼던 후배들이 하나둘 나가면서 그 회사는 곧 문을 닫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계에 그 회사에 대한 평판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건재하다. 오히려 규모가 더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매출 업계 순위로 따지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공동체는 힘이 있다.

공동체는 개인이 모여 이루어졌다. 따라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이 빠지면 위태로워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핵심 인력이 빠져나갈 때, 리더들은 매우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대체할 인력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 고민이 현실로 돌아와 심하게 고생하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나도 한때는 그런 고충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찌어찌해서 이어가게 된다. 어딘가에 걸려 넘어질 듯 앞으로 내닫지만 허우적거리며 넘어지지 않는 사람처럼, 그렇게 다시 중심을 잡고 제대로 일어선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빠르게 달려 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공동체의 힘이 개인의 힘보다 크다는 것을 느낀다.


떠난 자리는 누군가 새롭게 메운다.

빌듯한 자리지만 기존에 있던 다른 사람이 메우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이 메우기도 한다. 새로운 사람이 예상외로 그 자리를 잘 메우기도 하고, 오히려 전보다 낫기도 한다. 기존에 있던 사람이 일을 매우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새로 메워진 사람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기존의 방식이 합리적이라 생각했는데, 매우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거다. 그때 밀려오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믿어준 사람들을 기만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자리를 떠날 때는 매우 심각한 위기라 생각했지만, 새로운 사람을 통해 오히려, 그 사람이 있었으면 더 큰 문제 상황으로 빠질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위기가 기회가 된다는 말이 있다.

당장은 위기라 느껴지지만, 그 상황을 잘 넘기면 기회가 된다는 말이다. 사람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위기라 느껴질 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 위기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다.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 이유를 찾지 않았으니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유를 발견하게 되면, 지금의 위기가 곧 기회로 가는 통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은 위기를 담대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위기를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지혜와 용기가 있다면 그 어떤 상황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 그러니 반드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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