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은 2형식이다

by 청리성 김작가

<기획은 2형식이다>

10년 전, 읽었던 책 제목이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만난 책이었다. 10년 전의 이런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냐고? 책을 읽으면 무조건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렸던 시절이 있었다. 한창 배움에 목말랐던 시기랄까? 지금도 배움에 목말라하고 노력하지만, 이때의 열정만큼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정리하는 데만도, 몇 시간의 시간을 들였다. 필요할 때 핵심 내용을 살펴보기 위해 줄 친 내용 중심으로 정리했다. 정리한 내용을 적기 전에 전반적인 느낌과 생각을 적었는데, 그 끝에 이렇게 적혀있다.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이, 조만간 있을 중요한 PT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연히 발견했다고 적긴 했지만, 어쩌면 나에게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 경우 있지 않은가? 어떤 중요한 시점에, 뜻하지 않게 무언가가 앞에 나타나는 상황, 책이든 사람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말이다. 그래서 항상 깨닫게 된다. ‘마음으로 아등바등해 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움켜쥔 마음의 주먹을 펴고 힘을 빼고 온전히 맡기자. 그러면 필요한 상황이 내 앞에 놓일 거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이 책은 제목만 봐도 대략 느낌이 온다.

기획은 2형식 그러니까, 매우 단순하다는 거다. 이 책에서도 처음에 강조하는 단어가 ‘단순함’과 ‘본질’이다. 기획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고, 문제 해결의 핵심은 문제의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게 먼저다. 문제의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을 이렇게 비유하곤 한다. 오른쪽 다리가 간지럽다는 고객에게 왼쪽 다리를 긁으면서 “시원하시죠?”라고 묻는다. 고객은 단호하게 말한다. “아니요!” 수고는 수고대로 하고, 성과는 성과대로 얻지 못한 결과가 되는 거다. 성과를 얻지 못하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다시는 고객이 찾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하다.

하지만 복잡하게 여긴다. 왜 그럴까? 복잡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할 리 없다며 스스로 복잡하게 꼰다. 퀴즈 프로그램에서도 가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던가? 단순한 문제를 스스로 복잡하게 만들어, 헤매는 모습을 말이다.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이런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책에, 단순함과 복잡함을 명쾌하게 설명한 내용이 있다.


“단순함(simplicity)은 전체에서 본질을 꿰뚫는 지혜로움이며, 복잡함(complexity)은 표면과 현상에서 겉도는 어리석음입니다.”


이 정의를 통 아저씨 게임으로 비유하면 이렇게 볼 수 있다.

단순함은 정한 구멍에 칼을 그냥 꽂는 사람이다. 복잡함은, 여기저기 살피고 또 살피며 칼을 쓱 하고 밀어 넣는 사람이다. 통 아저씨 게임은, 걸리면 뛰어오르고 아니면 반응이 없는 단순한 게임이다. 해야 할 것은, 칼을 넣고 반응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이래저래 잰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말이다. 복잡하게 잰다고, 걸리는 구멍이 갑자기 변하진 않는다.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아무도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좋을 것으로 여기고 결정했지만,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안 좋은 결과를 예상했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결정하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따라서 해야 할 말은, “예” 혹은 “아니요”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그 뒤에 꼭 주석을 붙인다. “왜냐하면”, “그런데”, “그게 아니면” 등등의 접속어를 붙이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때 이어지는 말은 어떤 내용인가? 핑계 아니면 변명이 대부분이다. 자기 합리화라고 해도 좋겠다.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 혹은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거다.


모임에 참여해야 할 때도 그렇다.

가야 하지만, 가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가기로 하거나 안 가기로 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도 주석이 붙는다. 가고는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못 갈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것이라 강조한다. 그래야 마음이 조금은 덜 불편하니까. 결론은 단순하다. 참석하거나 불참하는 거다. 중간에 어정쩡하게 섞이는 건 없다. 몸은 여기 있지만, 마음은 그곳이 있다는 식의 말도 필요 없다.

결정할 때 이 부분을 명심해야 한다.

기획만 2형식이 아니다. 결정도 2형식이다. “나는 한다(간다).” 혹은 “나는 안 한다(안 간다).” 이렇게 “go” 혹은 “don’t go” 둘 중 하나로 결정하면 된다. 단순하게 말이다. 결정은 단순하게 하면 된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면 되는 거다. 단순함은 지혜로움이며 복잡함은 어리석음이라 책에서 말하지 않던가? 단순한 지혜로움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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