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인과 객의 위치가 서로 바뀌었다는 의미인데요. 객이 주인처럼 행동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주인이 객처럼 행동할 때는 이 말을 잘 사용하지 않네요. 중심이 되지 않아야 할 누군가가 중심이 되려고 할 때, 그것을 질타하는 의미가 더 큰 듯합니다. 결혼식에서 신부보다 더 화려한 옷을 입고 온 사람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유명인 결혼식에서 이런 사람이 있다고 가끔 기사가 나오기도 하지요? 주인공을 돋보기이게 해야 할 자리에, 객이 더 돋보이려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객전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개인이 먼저인가요? 공동체가 먼저인가요? 개인을 중시하는 사람은 개인이라 할 것이고,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람은 공동체라 말할 겁니다. 그럼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공동체가 있으니, 개인이 존재하는 건가요? 개인이 있으니, 공동체가 존재하는 건가요? 이 질문에는 무엇을 더 중시하느냐를 떠나, 대체로 후자의 말에 손을 들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이 모여 공동체가 된다는 말이 더 논리적이니까요. 물방울이 모여 시내를 이루고 시내가 강이나 호수가 되고, 흘러 흘러 바다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바다가 있으니, 물방울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겠죠?
개인이 먼저 서야 합니다.
바로 서 있는 개인이 모이면, 공동체도 바로 섭니다. 하지만 제대로 서지 못한 개인이 모이면 어떻게 될까요? 서로 부딪히거나 기대게 됩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거죠. 사람인(人)의 모양이 여기서도 인용되네요. 제가 이 글자를 인용한 글을 썼는데요. 사람은 각자가 홀로서는 상태에서 만나야 진정한 ‘人’을 만든다고 강조했습니다. 서로 기대기만 하면, 언젠가는 기대는 힘으로 둘 다 무너지게 되니까요. 홀로 서 있다가 서로가 필요로 할 때, 함께 하는 거죠. 그리고 다시 홀로서기 하면서, 이를 반복하는 게 삶이지 않나 싶습니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항상 기대려고만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가요?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드나요?
개인이 먼저입니다.
이기주의 혹은 개인주의가 아닙니다. 자기 앞가림을 먼저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나요? 내가 기분 좋고 행복해야, 가족들과도 기분 좋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여야, 힘들고 어려울 때 기댈 수도 있고 기댈 어깨를 내어줄 수 있습니다. 끌어안을 수 있고, 품에 안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행복 나의 기쁨 나의 온전함 나의 평온함이 먼저여야 한다는 겁니다. 비행기에서 안전수칙을 안내할 때, 보호자가 먼저 마스크를 쓰라고 강조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호해 주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합니다.
향기가 나야 합니다.
향기는 자연스레 퍼지는 겁니다. 말로 설명하거나 강요하는 게 아닙니다. 개인의 상태는 향기 같아야 합니다. 자연스레 퍼져서, 느끼게 해야 하는 겁니다. 행복함을 말로 설명할 수 있나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껴야 합니다. 왜 그런 사람 있지 않나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고 미소 짓게 되는 사람이요. 우리는 이런 사람을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이상향입니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깨닫게 되네요. 내가 먼저 행복하기. 미소 짓게 하기보다, 먼저 미소 짓기. 따뜻함을 전하기보다, 먼저 따뜻해지기. 사랑해 주기보다 먼저 사랑하기. 우리보다 먼저 나를 챙기기. 내가 바로 서야, 우리가 바로 설 수 있음을 깨닫기 등등.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 개인주의나 이기주의의 늪에 빠지지 않을 겁니다.
“윤리적인 사회는 윤리 규정이 만드는 게 아니에요. 덕이 있는 개별적 존재들이 많아질 때 윤리적인 사회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자기 삶을 일상에서 영위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질 때 윤리적인 사회가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념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자기 일상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저절로 윤리적인 사회가 됩니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 ‘내 털 한 올이 천하의 이익보다 소중하다’ 중에서
“‘나’를 위하는 것에서부터 나오는 ‘우리’가 진정 강하다는 거예요. 우리가 정해 놓은 것을 각자에게 지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개별적으로 지키는 것들의 통합으로 만들어진 우리, 이것이 강하다는 거예요.”
<인간이 그리는 무늬> ‘내 털 한 올이 천하의 이익보다 소중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