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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Oct 26. 2024

참 리더의 덕목은,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안 할 수 있는 사람’이 인격적으로 가장 성숙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단순히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아니라 거의 성인의 반열에 드는 사람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 ‘하고 싶은 말을 안 할 수 있는 힘’ 중에서     


이 문장을 읽고 깊이 공감했습니다.

제가 강연하거나 사람들하고 이야기할 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리더의 가장 큰 덕목은, 하고 싶은 말을 참을 줄 아는 것이라고 말하거든요. 이 책에서 말하는 ‘하고 싶은 말을 안 하는 것’과는 의도가 좀 다르지만, 내가 내뱉고자 하는 말을 삼키는 모습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본능을 눌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성숙했다고 볼 수 없지만, 더 성숙하지 못했던 저의 지난 시절이 떠오릅니다. 부끄러운 과거죠.     


저는 매우 예민한 리더였습니다.

부서원들이 매주 보내는 주간 보고서를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주말에도 메일 회신을 보냈습니다. 분노와 어이없음의 감정을 가득 담아서 말이죠. 그리고 월요일 회의 때는, 메일에 쓴 내용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분위기가 좋았을 리 없습니다. 부서원들은 애꿎은 노트만 바라보거나 메모하듯 무언가를 썼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부서원들과 소통은 잘 됐다는 겁니다.      


그게, 말이 되냐고요?

네. 됩니다.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바로 보고했다는 것을 들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통이 잘 안되는 문화라면, 문제가 발생해도 보고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문제를 덮거나 자기 스스로 알아서 수습하려 합니다. 그러다 문제가 더 커지기도 하지요. 우리 부서는 바로 보고하는 문화 덕분에, 문제를 키우지 않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부서원들이 해야 할 말을 주저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업무로 질책하긴 했어도, 평소에는 편안하게 소통했던 덕분입니다.      


말을 잘 참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업무를 지시하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예측이 됩니다. 다 해봤던 업무였기 때문이죠. 시간이 됐는데도 보고하지 않으면, 불렀습니다. 그리고 따져 물었죠. 그러면 이야기합니다. 보고할 수 없었던 이유를 말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해야 했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사정이 생기면 중간보고해야 했다고요. 그래서 제가 만들긴 했지만, 나름 명언이라 생각하는 말이 있습니다. “먼저 이야기하면 보고가 되지만 나중에 얘기하면 핑계가 된다.” 어떤가요? 제가 불러서 묻기 전에 먼저 와서 말했다면 무엇이 됐을까요? 보고가 됩니다. 하지만 제가 불러서야 이야기하면요. 핑계로 들리지 않을까요?      


저는 참지 못하는 리더였습니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못했다는 겁니다. 바로 이야기해야 직성이 풀렸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이, 리더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참아봤습니다. 시간이 되어도 보고하지 않는 부서원을 바라보며, 더 기다렸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보고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든 생각은 ‘먼저 이야기하지 않길 잘했다!’였습니다. 재촉했다면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는데, 조금 더 참았더니, 좋은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면서, 이제는 말하고 싶은 걸 참는 게 수월해졌습니다.     


쉬운 건 아닙니다.

참을 수 있다고 해도 쉽다는 말은 아닙니다. 참 어렵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참는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꼭 해야 합니다. 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링컨의 ‘붙이지 않은 편지’가 가장 대표적인 일화가 아닐지 싶습니다. 링컨은 지시한 내용을 따르지 않아, 전투에서 밀린 장군에게 온갖 모욕적인 편지를 썼습니다. 하지만 붙이지 않고 서랍에 넣어두었지요. 시간이 지나고 이 장군은 대승을 거둡니다. 만약 이 편지가 그 장군에게 전달되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대승을 거둘 수도 있었겠지만, 최악의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았을까요? 이것이 바로, 하고 싶은 말을 참는 리더가 얻게 되는 최고의 결과입니다. 어렵지만 그 어려운 것을 해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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