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탄생>을 봤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님의 일대기를 그렸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중심으로, 초대 교회의 모습을 그렸다고 봐도 무관할 듯합니다. 이 영화의 소식을 듣고, 개봉하면 바로 달려가서 보려고 했습니다.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네요. 하지만 상영 기간에, 극장을 가지 못했습니다.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상영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을 핑계로, 다른 방법으로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렸습니다. 극장에서 상영이 종료됐으니, OTT에 금방 올라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 기억에서 잊혔습니다.
며칠 전, 우연한 기회에 이 영화의 존재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검색해 봤습니다. 이제는 나오지 않았을까 하고요. 그러다 찾았습니다. ‘Wave’라는 OTT 플랫폼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개별 구매로 봐야 하지만, 그래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영화의 존재를 알고 나서 바로 봤을까요? 상영 시간 150분이라는 것을 보고, 여유 있는 시간에 봐야겠다며 또 미뤘습니다. 며칠을 그렇게 미루던 중, 어제 오후에 영화를 봤습니다. 봐야겠다는 의욕(?)과 욕구가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수리산 성지’에 다녀온 것이 그랬습니다.
지난 토요일, ‘이노주사’에서 수리산 성지를 다녀왔습니다. 25년 1월, 17집 앨범 준비를 위한 피정이었는데요. 안양에 있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정보 없이 도착했습니다. 성지 담당 신부님께서 성지에 관한 설명을 해주셔서, 성지에 관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성지는 한국의 두 번째 신부님이신 최양업 신부님의 부모님,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과 이성례 마리아 복자께서 사셨던 곳이라고 합니다. 신자들과 교우촌을 이루고 사셨다고 합니다.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의 유해와 묘도 있었는데요. 이성례 마리아 복자는, 참수형을 당하신 후 시선이 잘 보관되지 않아서 유골이나 시신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참수형 한 시선을 온전히 보관했을 리 없겠죠? 이 설명을 듣는데, 마음이 먹먹해 왔습니다.
이곳을 다녀온 후 바로, 영화를 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주일 오후에 영화를 봤습니다. 150분의 상영 시간이, 물리적인 시간에 비해 짧게 느껴졌습니다. 영화에서 그려진 상황이나 이야기가 사실임에도, 정말 사실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혹독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사제가 되어 한국에 돌아오고 얼마 안 돼서 순교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너무 허망합니다. 본래 가야 할 목적지로 향하기 전, 잠시 들른 곳에서 순찰하던 포졸들에게 잡히신 겁니다. 고생하고 노력한 시간이 허무하리만큼 짧은 시간, 사제 생활을 마감하고 순교하셨습니다.
나라에서는 한 인재를 잃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보면, 신부님의 능력이라면 서양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임금에게 살려두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장이라도 죽이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죽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이 또한 매우 안타까운 장면이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살아계셨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한국천주교회가 얼마나 더 좋은 모습으로 되었을지 생각하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람의 생각입니다.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큰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가 끝나니, 바로 책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하늘로 가는 나그네>입니다. 상하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김길수 교수님이 ‘한국천주교회사’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고 합니다. 강의 시간으로는 20시간이라고 하니, 한국천주교회사를 잘 알 수 있는 책입니다. 몇 년 전에 읽었을 때도 깊은 감동이 있었는데요. 영화를 보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집어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한 번 더 보면, 보다 명확한 사실과 더 깊은 울림이 전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앙 선조들의 마음과 정성 그리고 행동을 닮아,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살피고,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이 올라옵니다. 부디 좋은 도구로 쓰이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