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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습에서 벗어나 깨어 있는 삶을 위한 마음 자세

by 청리성 김작가

두 달 전,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여느때처럼 별 특이사항 없이 마칠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위장에 헬리코박터균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균 치료를 위해 일주일간 약을 먹어야 한다더군요. 일주일간 약을 먹고 두 달 후에 제균 유무 확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며칠 전 문자가 왔습니다. ‘요소 호기 검사(UBT)’를 하러 오라더군요. 별도 예약 없이 오라고 해서, 어제 미사 참례하고 방문했습니다. 접수하고 검사하는 곳으로 가서 검사하고,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검사 결과, 제균이 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제균에 실패할 경우 2주간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맛있는 약은 없지만 이 약은 특히 좀 이상했습니다. 그냥 넘기고 말면 되는데, 뭔지 모를 기분 나쁜 맛이 났습니다. 이 약을 2주 동안, 매일 3번 먹지 않아도 된다니 다행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다행인 게 있습니다. 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입니다. 술을 많이 마시진 못하지만, 좋아해서 자주 마시는데요. 2주간 억지로 참아야 한다면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곧 연말이라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셔야 할 일도 있었고요.


아무튼.

제균이 됐다는 말과 약을 더는 먹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하지만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것을 지적하셨습니다. 술 마시는 횟수와 양을 물으셨는데요. 양은 많지 않지만, 횟수가 좀 많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간 수치는 술에 의해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간에 다른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복부 초음파를 제안하셨습니다.

온 김에 확인하는 것도 좋을 듯하여, 제안에 응했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하고 결과를 들었는데요. 간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보다 자주 마시는 게 더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내심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횟수를 줄이라고 당부하시며, 잘 가라 인사해주셨습니다.


습관의 힘은 참 무섭습니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하는데요. 좋은 습관은 사람을 성장시킵니다. 모르는 사이 조금씩 성장해서 어느새 큰 사람이 되는 거죠. 오래전에 봤을 때는 평범해 보였는데, 근사하게 변화된 사람을 볼 때가 그렇습니다. 악습은 어떨까요? 사람을 조금씩 황폐하게 만듭니다. 악습은 쉽게 빠지진 않지만, 한 번 빠지면 그곳을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습니다. 더 안 좋은 것은, 연쇄적으로 다른 활동에 악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자주 마시는 술이 그렇습니다.

자주 마시는 술은 건강에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이후 시간을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기가막히게 졸음이 쏟아집니다. 낮에도 그렇습니다. 본의 아니게(?) 낮술을 마시게 되면 때에 따라. 이후 시간은 죽은 시간이 됩니다. 다음날 밀려오는 후회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찜찜한 마음이 오래가는 거죠. 다음 날도 기분 좋게 보내기 어렵습니다. 에너지가 떨어진 상태가 지속됩니다. 황폐한 마음이 오래갑니다.


대림시기를 맞아 다짐해 봅니다.

피할수 없는 술자리는 어쩔수 없지만 의도적으로 마시는 술, 습관적으로 마시는 술을 절제하기로 다짐해 봅니다. 악습에서 벗어나, 성장할 기회와 좋은 에너지를 유지할 시간을 더 갖고자 합니다. 어제 언급한, 사람을 낚는 사람으로 쓰이기 위해 필요한 부분으로 여겨집니다. 깨어 있기 위해서는 꼭 그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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