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사전에선,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이라고 정의합니다. 어떤 사실이나 사람이라는 건, 이미 드러난 현상이나 사람을 말합니다. 이미 드러난 현상이나 아는 사람을 믿는다는 거죠. 누군가는 이 말에 반박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 진짜 믿음이라는 거죠. 이미 드러난 사실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라 말합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들으니 이해되고 공감됐습니다.
주차장에 주차할 때가 떠올랐습니다.
주차장에 들어서면, 이런 생각을 합니다. ‘자리가 있을까? 없을까?’ 확인하기 전에 “자리가 있을 것으로 믿어!”라고 말한다면, 믿음의 영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빈 자리를 보고, “자리가 있을 것으로 믿어!”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뭘 믿어, 있는 게 사실인데!”라며 핀잔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확신해야 믿음이라는 거죠. 그래서 믿음에 관한 정의가 좀 정리가 됐습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갈 때, 생각합니다.
‘자리가 있을까?’ 지하 주차장은 1층과 2층으로 되어있는데요. 늦은 시각에 들어가면, 지하 1층 주차장에는 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한 층을 더 내려가야 하는 거죠.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자리가 없을 시각에 들어갈 때, ‘내 자리는 있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들어갑니다. 없어야 할 시각인데, 빈자리를 발견합니다. 믿음의 결과를 얻은 듯하여, 절로 감사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항상 자리가 있는 건 아닙니다.
자리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혹시 몰라, 한두 바퀴를 더 돌면 빠지는 차량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또한, 항상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러면 자리가 없는 것을 불평하지 않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한 층을 더 내려갑니다. 지하 2층은 자리가 많습니다. 자리에 여유가 있으니까 편안하게 주차합니다. 층은 내려갔지만, 지하 1층 끝에 주차하는 것보다, 나가는 동선이 더 짧아지기도 합니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한 표 더하는 거죠.
이런 경험을 몇 번 했습니다.
이후로는 어디를 가든, 아무리 빡빡한 상황에서도 분명 내 자리는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면 자리가 분명하게 납니다.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죠. 다른 사람들이 복잡한 곳을 갈 때 주차 걱정을 하는데요. 저는 주차 비용 걱정은 해도, 자리를 걱정하진 않습니다. 차를 잘 가지고 다니지 않지만 말이죠. 혹 댈 곳이 없더라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음의 방향을 돌리니까요.
믿음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 부족의 믿음입니다. 이 부족의 기우제 확률은 100%입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싱겁게 들릴 수도 있고 어이없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잘 생각해 보죠.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요? 반드시 온다는 믿음 아닐까요? 하다 말면서, “에이! 안 오네.”라며 불평을 터트리는 게 아닌 거죠.
믿음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요?
원하는 때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마음이 믿음일까요? 아닙니다.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이 이루어질 것으로 여기는 마음이 믿음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원하는 것이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원하는 것은 본능적이니까요. 중요한 건, 원하는 것 아니라, 필요한 것입니다. 필요한 것을 얻을 때, 원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는, 필요한 이유가 있고 필요한 때가 있다는 것을 믿고 따르는 것이, 믿음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