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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낚는 도구로 사용되길 청하며

by 청리성 김작가

낚는다.

낚시에서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물고기를 낚는다는 거죠. 이 용어는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됩니다. 누군가를 낚는다는 표현으로 말이죠. 엮는다는 표현도 있는데요. 둘 다 좋은 느낌으로 들리진 않습니다. 누군가의 의도에 끌려 들어가는 느낌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 사전을 찾아보니 그럴 이유가 있었네요. 사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꾀나 수단을 부려 사람을 꾀거나 명예, 이익 따위를 제 것으로 하다.” 기분이 별로인 이유가 명확하죠? 하지만 재미있게 사용할 때도 있습니다.


며칠 전,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왔습니다.

직원 몇 명이 카페테리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커피 머신 버튼을 누르고 있는데, 문득 제안할 게 생각났습니다. 다음 달 말, 임원끼리 등산을 하기로 했는데요. 각자 한 명씩 초대하기로 한 겁니다. 다른 임원들은 모두 초대했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이 다급해졌습니다. 그 생각이 나서 직원들에게 제안했습니다. 반응이 없더군요. 가만히 보니, 그 자리에는 제 휴가를 노리던 직원도 있었습니다. 휴가가 필요한 데 휴가가 다 소진된 거죠. 휴가가 몇 개 남은 저는 직원에게, 내 휴가라도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그걸 달라고 가끔 이야기했습니다.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그렇게라도 휴가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그 친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제안했습니다.

“휴가 하나 콜?” 그 친구의 동공이 살짝 확장되었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들고 있던 칫솔 통을 낚싯대 삼아 낚싯줄 던지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물지 않더군요. 떡밥이 별로인가? “휴가 두 개!”하고 다시 던졌습니다. 이번에는 미간까지 꿈틀댔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물지 않더군요. 현실적이지 않은 제안이니 그랬을 겁니다. 웃자고 한 이야기였으니까요. 잠시였지만, 모두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었습니다. ‘낚는다’라는 용어의 쓸모가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낚는다’는 표현의 쓸모가 또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데요. ‘사람 낚는 어부’라는 표현입니다. 예수님께서 호수에서 어망을 던지던, 베드로와 안드레아를 부르실 때 했던 말씀입니다. 물고기를 낚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낚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시겠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을 낚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사전적 용어처럼 불순한 마음으로 하는 것일까요? 그럴 리가 없겠지요? 사람을 낚는다는 건, 잘못된 어딘가에 빠진 사람을, 그곳에서 건져낸다는 의미입니다. 구원의 길로 이끈다는 것이지요. 그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겁니다. 엄청난 초대이지요?


오늘은 안드레아 사도 축일입니다.

제 세례명도 안드레아인데요. 날이 잘 맞아 가족 모두 함께 미사 봉헌을 하고 왔습니다. 너무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요. 미사 마칠 때쯤에는 신부님께서 공개적으로 칭찬해주셔서 미사 참례한 모든 분께 축하 인사와 박수도 받았습니다. 과분하게 마음 써 주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미사 참례하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사람 낚는 역할이 무엇일지 생각해봤습니다. 안드레아 사도의 세례명을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라 여겼습니다.


말씀 봉사와 찬양이었습니다.

매일 쓰고 있는 목표에도 포함된 내용인데요. 현재 찬양은 매달, 성령 세미나에서 아내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연습을 더 충실히 해서 영역을 확장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성령 세미나에서는 말씀 봉사하는 분들을 보는데요. 나도 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알아보니, 내년에 말씀 봉사자 교육받을 기회가 있다고 합니다. 교육받고 잘 준비해서 말씀 봉사자로서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전부터 발표와 강의를 했는데요. 여기에 쓰시기 위한 준비였음을, 일말의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좋은 몫으로 쓰이게 되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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