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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공동체를 어떤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는가?

by 청리성 김작가

다음 주가 설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 안 된 듯한데, 벌써 두 번째 새해를 맞게 된다. 설이 1월에 있어 더 그런 듯하다. 이맘때가 되면 숙제 아닌 숙제를 해야 한다. 신권 교환이다. 별거 아닌 듯하지만, 은근히 신경 쓰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바꾸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안일한 대처 때문이다. ‘설마 없겠어?’하고 찾았는데, 진짜 없는 상황이 그렇다. 몇 년 전 이런 상황을 겪고 나서는 미리 챙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설은 좀 달랐다.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거다.


엊그제 생각이 났다.

‘맞다! 신권’ 사실, 신권이 신권으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이들이 세뱃돈을 받으면 전부 주면서 입금해달라고 하니 말이다. 월급이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면, 아이들에게 세뱃돈도 그러한 존재다. 잠시 받았다가 은행에 숫자로 찍히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이런 생각 때문이었는지, 신권 교환에 대한 집착이 좀 사그라진 건 사실이다.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지인을 통해 어제부터 신권 교환이 시작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제 시작이라고?’

예전에는 일주일 전부터 해서, 며칠 남기지 않고는 못 바꾼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일정이 달라진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다는 거다. 어디서 바꿀지 생각하다, 사무실 건물 1층에 은행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한 번도 가지 않은 은행이었다. 업무시간에 멀리 다녀오는 것도 무리가 있어, 은행 마감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재빠르게 1층으로 내려갔다.


안내문이 안 보였다.

신권 교환 시기가 되면, 교환하는 방법 등이 적힌 안내문이 있는데 그게 보이지 않았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지, 그냥 창구에 가서 이야기하면 되는지 망설이고 있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보안 요원에게 물어보는 거다. 은행에 갈 일은 별로 없지만, 단순 입출금이 아닐 때는, 보안 직원에게 물어보는 게 빠르다. 보안 직원이 뒤편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바로 물어봤다. “신권 교환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뜻밖에 답이 돌아왔다.


“주세요.”

교환할 돈을 달라는 거였다. 좀 의외의 답변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바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기대하진 않았지만 일단 해보자는 생각에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의 느낌이랄까? 돈을 건넸더니, 보안 요원은 나왔던 곳으로 다시 들어갔다. 창구 직원에게 가서 신권 교환을 요청하는 거였다. ‘이렇게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홀린 듯 그 창구 앞으로 걸어갔다. 창구 직원은 어떻게 교환할지 물었고, 원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바로 교환해서 전달해 줬다. 은행에 들어가서 신권 교환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도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빠르게 신권 교환을 하고 나왔다.

약간 어리둥절했다. 지금까지 했던 신권 교환 시스템(?)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번호를 뽑고 한참 동안 기다려야 했고, 원하는 수량만큼 바꾸지 못한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안 요원이 바로 처리해 주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사무실 1층에 있었지만, 몇 년 동안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은행이다. 이미지가 좋고 나쁘고 할 것도 없었지만, 이번 일로 이 은행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아졌다. 기회가 된다면 이 은행과 거래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 번의 일이었지만, 좋은 이미지가 깊이 각인됐기 때문이다.


대표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사례다.

우리는 공동체에 속해 있는 이상, 대표성을 띤다. 회사에서 외부 미팅 나가는 직원에게 강조하는 게 있다. 당신은 개인이 아니라,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거다. 외부에서 보는 사람은, 한 개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회사를 보기 때문이다. 공적인 일로 만나는 관계가 거의 그렇다. 그 사람이 어떤 공동체에 속했기 때문에 만나는 것이지 개인적으로 만날 일은 없다. 이때 그 사람에 관한 이미지에 따라,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 전체의 이미지를 그리게 된다. 개인의 역할보다 공동체 구성원의 역할이 더 강조되는 거다. 나는 속해 있는 어딘가에, 대표성을 띠고 있다. 말과 행동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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