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모임이 있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
십 수 가지의 대화 주제들
그 속에 앉아 시종일관 웃으며 마시던 친구가 있었다
진심은 아니지만 거짓되진 않은 미소의 어색함이 살짝 보였던 것 같다
그렇게 술자리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몽롱한 밤이 내려앉은 거리에
그 친구와 내가 남았다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던 아이가
길 옆에 주저앉아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그 미소가 울음과 한 끝 차이였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할매 아파......"
그녀는 어쩌면 술을 마시고 있던 게 아니라
터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삼키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삼키던 눈물이
밤거리의 냉기 속으로 터져 나왔다
"할머니 호흡기 소리나......"
할머니에게서 호흡기 소리가 나는 게 싫다고 말하는 그녀의 한마디
여과되지 않은,
이보다 더 순수할 수 없는 깨끗한 아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