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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비둘기 Jan 09. 2017

소녀의 미소

술 모임이 있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

십 수 가지의 대화 주제들

그 속에 앉아 시종일관 웃으며 마시던 친구가 있었다

진심은 아니지만 거짓되진 않은 미소의 어색함이 살짝 보였던 것 같다


그렇게 술자리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몽롱한 밤이 내려앉은 거리에

그 친구와 내가 남았다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던 아이가

길 옆에 주저앉아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그 미소가 울음과 한 끝 차이였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할매 아파......"


그녀는 어쩌면 술을 마시고 있던 게 아니라

터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삼키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삼키던 눈물이

밤거리의 냉기 속으로 터져 나왔다


"할머니 호흡기 소리나......"


할머니에게서 호흡기 소리가 나는 게 싫다고 말하는 그녀의 한마디

여과되지 않은, 

이보다 더 순수할 수 없는 깨끗한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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