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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비둘기 May 04. 2017

아파트 9층의 밤.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이라고는 네모난 아파트의 눈들 뿐이다.

하얀 혹은 누런 눈동자의 눈은 이따금 불규칙적으로 껌뻑인다.

창을 보고 자리한 책상에 앉아 스탠드를 켜면, 내 방의 눈이 나를 바라본다.

창문을 살짝 열면,

나와 나를 바라보는 나뿐인 방 안으로

저 멀지도 모르는 곳의 소리까지 야합을 틈타 슥-들어온다.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가는 걸 알리는 기계음, 차 소리들, 다시 주차장, 경비아저씨의 헛기 소리,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의 후진음, 차가 멀어지는 소리, 그러다 낯선 정적. 그 정적이 불편했는지 어디선가 달려오는 오토바이 소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자꾸 오간다. 불이 꺼지면 소리가 켜진다.

한 남자가 한껏 가래를 모은다. 크으읍- 커흐윽. 뱉는다. 투, 투- 투..

잘 뱉어지지 않고 파리하게 아파트 창 밖으로 늘어진 침 줄기를 떠올린다.

다시 한번 그가 가래를 모으고,

그 소리는 무언가를 호소하듯 아파트 단지에 또렷이 울린다.

이에 다른 남자가 응한다. "저기요, 담배냄새 들어오거든요."

아직 가래를 뱉지 못한 남자는 가래 대신 "죄송합니다."를 뱉는다.

어느 창이 닫힌다.

같이 산다,

보이지 않지만 꽤 또렷하게-


창을 닫는다. 불을 끈다.

눈을 감는다. 냉장고의 중저음이 은근하다.  아침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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