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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비둘기 Mar 15. 2016

앞 책상의 모자

죄책감에 대하여

앞 책상의 여자와 앞앞 책상의 여자가 모두 쉬는 시간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러다 먼저 돌아온 앞앞 여자가 앞을 본 채로 자신의 자리에 앉는 과정에서 앞 여자의 책상에 놓여있던 빨간 모자가 바닥에 떨어졌으나, 너무나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아무 소리도 없이 떨어졌기에, 앞앞 여자는 자신이 떨어트렸음에도 알지도 줍지도 못했다.

그리고 뒤이어 돌아온 앞 여자는 모자를 썼다가 벗었다가를 일상적으로 반복해왔기에, 그녀에게는 모자가 책상 위에 없음마저도 일상적이어서 자신의 모자가 떨어졌음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었고,

아무도 모자는 줍지 않았고,

모자가 떨어졌음은 나만 알고 있었다.

내 것도 아니고, 내가 떨어트리지도 않았지만, 저 모자를 아무도 줍지 않고 나간다면 안타까움이나 죄책감을 느끼는 건 나뿐 일 것이라는 게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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