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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김치

전통과 사랑이 사라지는 현대 사회

by Andrew Hong

브런치를 하면서, 가장 내게 인상 깊은 영감(?)을 주셨던 분은 엄마에 대해 기록하시는 Essie님이다.

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무뚝뚝한 아들이다.

단 한번도 엄마와 여행을 가본적도, 살갑게 안부전화를 해본적도 없다.


명절 때 시간이 맞으면 뵙고 안맞으면 그것조차도 안간다.

그래도 엄마는 겨울만 되면 김장김치 한통을 그냥 전해주시고, 뒤도 안돌아보고 가신다.


어릴 때는 김치의 소중함을 몰랐다.

근데 이제는 이 엄마표 김치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가치있음을 알고 있다.

왜 굳이굳이 사서 먹어도 될 것을, 이렇게 고생고생하며 만드신 것일까.

그건 바로 '사랑'을 전하기 위함이다.

엄마만의 방식으로 자식들을 챙기는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다. 나는 평생동안 이 김치를 먹을 순 없다. 언제부터인가는 못먹게 되겠지... 그 때가 올까봐 두렵다.

그 때가 오는 게 두려워 내가 먼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더 마음 편한 게 아닐까 생각도 했다.

지금도 변함은 없다.

나에게 주어진 재능을 발휘하느라 지금 당장은 이 세상을 떠날 수 없지만, 언젠가 정점에 이르면 최대한 젊은 육체를 가지고 있을 때 세상을 떠나고 싶다. 그래야 주변 사람들이 나의 늙은 모습이 아닌, 젊고 아름다운 모습일 때를 기억해줄테니... 우리 엄마조차도


물론 이러한 선택은 부모에게 있어서 불효일 것이다. 하지만 크게 다르진 않다. 자식을 남기고 죽는 부모입장이나,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입장이나 똑같이 자식은 그들에게 사랑의 존재일 것이다.


서두에도 말한것처럼, Essie님으로부터 받은 영감은 나와 엄마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적어도 '한옥란'이라는 이름을 지닌 우리 엄마가 얼마나 좋은 분이었는지 이 세상에 남기고 싶고, 미래 세대에도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나의 이름만 이 세상에 떨치는 게 아닌, 우리 엄마의 이름도 이 세상에 남기고 싶다. 시대적으로 글을 쓰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어려운 시대에 태어난 우리 어머니들... 적어도 자식으로서 이 어머니들의 위대함을 글로 기록하여 '기억'을 전수하고 싶은 것이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나의 엄마' 시리즈를 아주아주 천천히 써내려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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