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바다 Feb 25. 2021

끝에서 보면 더 쉽다

Netflix에서 시즌 2까지 방영한 영국 TV 시리즈 'After Life' 란 블랙 코미디가 있다. 

아내를 병으로 잃고 실의에 빠진 토니 (리키 저베이스 분)는 매일 자살할 궁리만 한다. 그러다가 남편이 묻혀 있는 묘지를 매일 찾는 앤 할머니와 사소한 일상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된다. 

그중 한 장면에서 할머니는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행복이 무엇인지 토니에게 말해준다. 

다음은 그 대사다.  

Netflix에서 방영된 영국 미니 시리즈 'After Life' 중 한 장면

"It's not all about you. Actually, it's never about you.

It's all about making my little corner of the world slightly a better place.

Happiness is amzing, so amazing that it doesn't matter if it is yours or not."


"행복이란 네가 행복한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아예 처음부터 네 행복과는 전혀 무관한 것인지도 몰라. 그보단 네가 숨 쉬고 생활하는 그 일상의 작은 공간이 너로 인해서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바뀌는 것에 달려 있지 않을까. 행복은 워낙 대단한 것이어서 그것이 네 것이든 네 주위의 다른 사람의 것이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든."


아주 특별한 순간만 잠시 행복하다면 그 행복은 너무 비싼 것이다.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것들에서 끊임없이 즐거움을 찾는다면 싸게 자주 그리고 쉽게 행복해질 수 있다. 나는 늘 내게 없는 걸들을 갈망해 왔다. 그 욕심만을 채우려 하면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영원히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으려고 자주 고향을 생각한다. 

각자의 고향 가는 길과 고향까지의 거리는 모두 다르다. 종착역은 똑같은 곳이다. 

나의, 그리고 우리의 여행 목적은 종착역인 고향까지 빨리 도착하는 것이 결코 아닐 것이다.  

고향 가는 길에 차창에 후드득 떨어지는 겨울 빗줄기, 가을바람에 바스스 떠는 나무 잎사귀들, 어두운 하늘을 깨는 어스름한 새벽의 햇살, 낯선 이가 보내는 봄날처럼 화사한 미소, 코끝을 흠뻑 적시는 짙은 커피 향내,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듣게 된 마샬리스의 익숙한 트렘펫 멜로디, 왁자지껄한 친구들과의 만남,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매일의 식사까지 그 대단한 행복의 순간들 모두 고향이 가까워지면 몹시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렇게 감사하면 한없이 행복하다.

그렇게 자꾸 깨어 있으려 한다. 

이 짧은 글처럼, 사소한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이 채워지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공간도 나의 어설픈 너그러움과 낯선 작은 친절로 아주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소중한 일상의 위대함에 대한 감사는 나의 행복과 직결된다. 그런 사소한 행복이 행복의 전부임을 깨닫고 배워가는 중이라면.

이전 11화 일상을 놓칠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