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이 좋은 이유는.
라테 커피.
이놈은 색깔부터 좋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퍼져있는 연한 쵸코렛 색깔 커피 위에
살포시 눈꽃처럼 동그랗게 앉아있는 약간의 하얀색 크림.
나의 눈을 유혹하는 이 두 색깔의 조합.
커피를 마시기도 전에 음흉한 미소부터 짓게 만든다.
이놈은 냄새도 좋다.
아주 진한 커피 향기는 아니지만
아주 천천히 차분하고 부드러운 커피 향이 솔솔.
서서히 나에게 밀려오는 이 조용한 커피 향기는
어느새 입안에서 요동치고 진동하며
나의 몸 모든 신경을 건드리고 깨운다.
이놈은 부드럽다.
소주 한잔을 한 번에 확 다 마셔버리는 것이 요즘 예의가 아니듯이
이놈은 비싼 와인처럼 조금씩 조금씩 음미하면서 부드럽게 마셔주어야 격이 맞다.
혀를 감싸고 입안 전체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드디어 목구멍을 적시며 넘어가면서
그렇게 내 몸 안으로 침투하자마자
다 부서져 산산이 흩어지고 나면
그때 나의 몸은 이제 완전히 깨어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서대로.
라테 커피는,
그런 강렬하면서도 편안한 부드러움으로
항상 쓸데없는 생각으로 복잡하던 나를 따뜻하게 화~ 악 완전하게 감싸준다.
그 순간 나는 나를 잠시 잃어버리게 되는데
이놈에 빠져들면,
다른 생각을 잠시나마 못하게 하는 그런 묘한 매력이 있다.
옛날 그녀처럼….
그래서 나는 아직 이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