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되다.
단풍놀이
울긋불긋 화려한 색깔에 취해
몇 번이고 자꾸만 쳐다보니
푸른 하늘도 단풍색으로 변하고
결국
나도 단풍이 되었다.
나 어릴 적 울 할머니는
이 "단풍구경"을 "단풍놀이"라고 불렀고
매년 가을마다 친구들과 함께
그 먼 내장산으로 단풍을 보러 다니셨다
지금 내가
화려한 단풍을 앞에 두고
하얀 동동주 한잔하니
단풍 사이로
단풍 좋아하던
할머니가
보인다.
지난주에 가본
소백산 입구에서
단풍의 그 화려한 유혹에
나도 마음이
잠깐 흔들릴 뻔했다.
울 할머니처럼
단풍 도
나도
할머니도
진하고 화려하게
다 같이 붉게 물들여지고
고작 며칠동안의 향연후
벌써 땅에 떨어진 낙엽들은
숨을 죽이고
곧 땅으로 들어갈 준비 태세
그 누가 가르쳐주었나.
이 시스템은.
땅에 떨어져 죽어버려도
얼마 후
다시 태어나리라는 그 믿음과 긍정의 힘
나무 안에서 조용히 펼쳐지는
이 모든 에너지가
나는 부럽다.
그래서
나는 다음 생에 에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
그러면
가을 단풍 앞에서
춤추던
울 할머니를 만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