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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취방스님 Jan 19. 2022

청소

청소라는 수행

일주일에 얼마나 청소하세요? 

원래 본성은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나는 청소의 필요성을 머리로 숙지하지만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미루고 미루다 서부영화에서 나옴직한 모래바람이 일어날 때쯤 몸을 움직여 청소하는 그런 사람이다. 

사실 건강을 위해서나 정신 건강을 위해서나 청소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머무르는 자리가 깨끗해야 다른 사람이 봐도 기분 좋고, 나 또한 어떤 일을 하는데 가외적인 신경이 안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청소라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만은 않다. 일단 몸을 움직여야 하고, 한 번 손대기 시작하면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자꾸 나온다.


옛날 우스개 얘기 중에 어떤 멋진 신사가 파이프를 선물 받았다. 파이프를 받아 멋지게 담배를 피우려다 보니 멋진 파이프와 어울리지 않는 모자가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그 길로 멋진 모자를 하나 구매했다. 이제 담배를 멋지게 피워보자는 마음으로 불을 붙이려는 순간 쇼윈도에 자신의 초라한 양복의 행색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딱 멋진 슈트 한 벌이면 이 파이프가 좀 더 멋져 보일 것 같은데, 신사는 그 길로 양복가게로 간다. 그리고 슈트를 구매해 입고 만족해 파이프 담배를 피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어이없는 콩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구색을 맞추고 싶어 하고, 뭔가를 할 때 좀 더 완벽해지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다. 


청소도 처음에는 정리되지 않은 책상을 정리하다가 옆에 거슬리는 옷을 정리하게 되고 옷을 정리하다 보면 옷장을 정리하게 된다. 옷장 정리한 후 주변을 치우다 보면 예상치 않은 쓰레기 같은 물건을 보게 되고 이로써 집안 대청소가 시작된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뺨을 맞아야 얼떨결에 넘어가는 법이다. 이미 한 번 맞아 본 사람들은 뺨 맞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이 아픈지 안다. 


말이 길어졌지만 나에게 청소는 이런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청소 방법을 좀 바꿔보려고 노력 중이다. 조금씩 매일 부분을 나눠서 질리지 않을 정도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고 실천 중이다.


며칠 동안 청소를 수행하면서 왜 청소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은지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절에 계신 스님이 수행을 하듯 조금씩 하는 것이다. 서두르거나 넘치지 말고, 매일 세수를 하듯이 하는 것이다. 


이 또한 마음 수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조금씩 내 주변을 정리한다. 이렇게 말하다 보니 나라는 인간이 너무 지저분한 인간처럼 보인다. 그래도 오해는 하시지 않길 바란다. 뭐 저장 강박이나 이런 병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좀 덜 치웠다는 얘기가 맞을 듯싶다. 


코로나니 대기오염이니 참 말 많은 세월 살아가는데, 다만 내 주변이라도 정리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 끼치지 않는 인간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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