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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h on Aug 30. 2021

Stay gold



일 년 내내 뜨거운 여름의 도시인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을 때의 일이다.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나는 자유를 만끽하며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정도 꽤 들었다.


어떤 것에 대한 미숙함은 오히려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영어를 잘 못한다는 건 해맑게 영어를 구사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내가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말할 수 있다. 혹시 틀렸다면 미안, 영어가 익숙지 않아서!라고 사과하면 그만이니까. 어떤 친구들은 그런 내가 웃기다며 좋아했고, 어떤 친구들은 더 나은 표현으로 정정해주기까지 했다. 서로 재미있어하고 귀여워하다 반년이 지나갔다.


교환학생 학기를 마치고 슬슬 한겨울인 서울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을 시기였다. 인천공항에서 느껴질 한국의 매서운 추위와 취업준비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이좋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친구들과 헤어짐을 준비하며 채용공고를 기웃거리는 시간이 늘어갔다. 한국에 가도 페이스북으로 계속 연락할 수 있으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나중에 꼭 보자 같은 살짝 진부한 인사들을 며칠 내내 주고받았다. 그때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메시지가 왔다.


"Stay gold, 현정".


어떤 말들은 기억을 넘어 마음에 남고, 어떤 말들은 사람을 살게 한다. 스물넷 여름의 내 모습이 그 친구에겐 금빛이었던 것일까? 나는 금빛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처럼 똑같이 반짝이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어떤 직업을 가지고 뭔가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압박 속의 나에겐 그 말이 숨과 같았다.


물론 영어권에서 그 인사가 얼마나 흔한 것인지, 누구나 나눌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나는 모른다(알고 싶지가 않다). 그저 그 한마디는 지금도 내가 지구의 먼지처럼 느껴질 때 챙겨 먹는 약 같은 것이 되었다. 언젠가 나는 금이었고, 지금도 꽤나 잘 유지하고 있다고 속으로 되새긴다. 저 두 단어를 되새기면 햇빛이 들 때 반짝이는 물결처럼, 딱 내가 알아차릴 만큼 내가 반짝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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