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너를 위하여 [2부 4월 4일]
어린 제자와 함께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아이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춘다. 어른 남자의 어깨 위에 올라탄 자신만한 남자애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놀이동산에서 시간을 보냈는지, 커다란 헬륨 풍선과 마스코트 인형을 들고 신나게 재잘대고 있었다.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사랑이도 목마 탈래?」
「무거워서 선생님 힘들 거예요.」
「그럼 업어줄까.」
「…」
아이 앞에 앉아 등을 내주었다. 녀석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나의 목을 안으며 몸을 실었다. 그렇게 복지관까지 한 덩이가 되어 걸었다.
「선생님, 6월 27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글쎄.」
「제 생일이에요.」
「케이크 사서 축하축하 해줘야겠네.」
「하지 마요. 엄청 비싸요.」
「소원 하나 말해봐. 들어줄게.」
「진짜요?」
「응.」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그날 하루만 아빠라고 불러도 돼요?」
「나라도 괜찮겠어?」
「생일 때 비가 많이 내리면 학교에 데리러 와주세요. 아빠니까.」
「학교에?」
「커다란 우산을 쓰고 기다리다 나를 찾으면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세요. 이름도 불러주세요. 친구들이 모두 듣도록 크게 크게 외쳐주세요. 꼭이요!」
「그래. 사랑이 생일에 비가 오면 좋겠다.」
넘어져도 울지 않는 의젓한 아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울어도 봐줄 사람이 없으니 울지 않았던 것이겠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참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데. 뱃속에서부터 참기만 했다면, 아이는 이미 어른으로 태어났을까. 아니라 해도 어미젖 대신 눈칫밥을 먹으며 자란 아이는 마냥 아이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녀석에게 일찌감치 철이 들었다고 칭찬하는 것이 내내 못마땅했다. 무구한 영혼이 이 작은 몸 안에서 서둘러 익느라, 벌써부터 시든 것 같아서.
품을 수 없었지만, 아이의 소원도 결국 情이었다. 제 이름처럼 따스한 사랑이 고팠던 것이다. 그간 내색할 곳이 없어 말하지 못했던, 어른아이의 오랜 소원이 안쓰러우면서 반가웠다. 다행히 아직은 꼬마였구나.
잠이 들었는지 아이의 두 손이 스르륵 떨어진다. 처음보다 더해진 무게감이 몹시 흡족했다. 나에게 기대 평안을 느끼는가. 잠깐이지만 녀석의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다니. 깨우고 싶지 않았다. 소원을 이루는 행복한 꿈에 빠져있기를 바라며, 느릿느릿 제자리걸음을 내디뎠다.
image_©Egon Schie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