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례식

가난한 너를 위하여 [2부 4월 4일]

by 성냥팔이 소년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죽고자 했던 이후로 참석하는 첫 모임이었다.


소문을 들어 알고 있던 지인 몇몇이 식장에 들어서는 나를 보며 웅성거린다. 잘 지냈냐고 물을 수는 없으니, 어색한 미소와 함께 애매한 안부들을 건넨다.


예상은 했지만 걸음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나에게 남은 유일한 친구였기에. 좋은 날을 망칠까 주저했으나, 평소와 달리 끈질기게 부탁하는 통에 오고야 말았다.


지기는 바쁜 와중에도 나를 챙겼다. 자신의 안사람과 가족들에게 소개를 시키고, 편안한 자리를 골라 앉혔다. 이따금 들러 나의 안색을 살폈다.


내가 무엇이라고.


녀석은 항상 나를 살리려 애썼다. 본인 인생에 도움 한 번 되지 못한 이 쓸모없는 사람을. 하늘에 계신 아주머니와 아저씨도, 헤어진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왜였을까 다들.


부모로부터 방임과 학대를 당한 자에 대한 연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모두들 너무 헌신적이었다.


내가 무엇이라고.


하지만 혈육에게조차 받지 못한 그 지극한 애정들을 전부 배신한 채, 나는 자살을 기도했다. 더 이상 버림받고 싶지 않아 스스로를 버린 것이다.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는가.


기어이 내가 살아난 까닭은, 무책임에 대한 형벌이자, 보답을 위한 기회일지 모른다.


하객들과 기념 촬영을 끝내고 식장을 나서는 길이었다. 누군가 어깨를 붙잡는다. 아내와 나를 이어준 대학 선배였다. 인적이 없는 조용한 곳으로 나를 이끈다.


「정이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


「정이 임신했어. 곧 8개월이야.」


「!!」


내 아이였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주저앉으려는 나를 선배가 붙잡는다.


「너희 아직 사랑하잖아. 이대로 정말 끝낼 거니?」


대답하지 못했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나를 안고 울부짖던 너, 슬픔으로 흥건해진 그 푸른 눈빛까지, 모든 것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존재 자체로 상처가 된 내가 그녀 곁에 머물 자격이 있을까. 쉽사리 입을 뗄 수 없었다.


「잘못을 했다면 용서를 구해. 숨지만 말고.」


그랬다.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연락하는 것조차 죄악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솔직하게는 어디서부터 사과해야 하는지, 말뿐인 사과가 과연 소용이 있을지, 그렇게 고민만 하다 답을 내지 못하고 도망쳐버렸다. 언제나 비겁한 인생.


그런 나를 다그치기라도 하듯, 또 하나의 생명이 잉태되었다. 욕을 먹든, 매를 맞든, 그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아직 나의 자리가 있을까, 여전히 겁먹은 나의 영혼을 죽일 시간. 소년은 하나 남은 성냥개비를 꺼내 불을 밝혔다.




1-23.©Sergei Andriyak.jpg

image_©Sergei Andriy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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