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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Nov 13. 2020

에피소드 01. 하루만에 지옥을 맛보는 법


하루 만에 지옥을 맛보고 싶으신 분은 꼭 필독하시길.


여러분에게 본인의 노하우가 담긴 ‘하루 만에 지옥을 맛보는 법’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그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일단 첫 번째, 

같이 살고있는 친구가 키친 핸드 일명 주방보조를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그렇다면 당신도 재미 삼아 한번 지원해 보길 바란다.      


두 번째, 

면접 전 3시간 정도 무료로 노동을 제공해야 하니 당장 쓰레기통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옷을 지참한다. 아무리 많은 설거지 양이 한꺼번에 몰려와도 웃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세 번째, 

1층에서 20kg짜리 밀가루 포대를 번쩍 들어 올려서 2층으로 갖다 준다. 하루에 서너 번 이상 할 수 있으니 조금 더 빨리 지옥을 맛볼 수 있는 보너스 항목이다. 올라가다 발견한 수많은 바퀴벌레 시체들을 고이 즈려 밞고 올라간다. 한 마리가 덜 죽은 것 같이 느껴진다면 어느새 지옥으로 가는 초고속 열차를 탄 것이다. 축하드린다.     


네 번째, 

자 이제 본격적인 지옥 체험 시작이다. 단 1초의 주춤거림도 허락되지 않는 주방에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겨우 20가지 정도밖에 안 된다. 몰아치는 오더에 당황하지 않고 스무디 만들기, 감자튀김 튀기기, 기름이 흥건한 냄비 닦기 등을 스무 번 정도 하고 나면 시곗바늘은 겨우 오전 11시를 가리킨다. 누군가 일부러 시계를 고장 낸 게 분명하다. 아직 지옥이 아닌 거 같다면 마지막 방법을 알려주도록 해야겠다.     


다섯 번째, 

먼저 축축한 음식물이 가득 담긴 검은색 봉투를 어깨에 짊어지고 따라오시면 된다. 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지만 상관없다.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신경 써주지 않는다. 한층 물을 머금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1층으로 내려가 거뜬하게 던져 놓고 빵 반죽이 가득한 창고로 들어오면, ‘스스슥’ 방금 회색빛을 띤 무언가가 부리나케 도망가는 것을 보셨는지 모르겠다. 구석에 숨어 있는 회색빛 녀석들과 눈이 마주친다면 하루 만에 지옥 맛보기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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