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1-1)

김연경 옮김 민음사

by Andy강성
11장
이반 표도로비치 형제

1 그루셴카의 집에서


알료샤는 그루셴카를 만나려고 상인 모로조바의 집이 있는 소보르나야 광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페냐를 보내 자기 집에 좀 와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페냐에게 이것저것 캐물은 결과, 알료샤는 벌써 어제부터 아씨가 왠지 유난스러울 정도로 대단히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챠가 체포되고 나서 요 두 달 동안 알료샤는 미챠의 부탁을 받았거나 아니면 자발적으로 모로조바의 집을 방문하는 일이 잦았다.


알료샤는 그녀의 방에 들어설 때마다 그녀의 시선과 마주치는 것이 좋았다. 뭔가 확고하고 의미심장한 것이 그녀의 시선 속에 굳게 뿌리내린 듯했다. 다소간의 정신적인 대전환이 나타났고, 영원히 돌이킬 수도, 변화시킬 수도 없을 것 같은, 어떤 겸허하고도 선한 결의가 생겨났다. 언뜻 보아서는 거의 준엄하다는 인상마저 주었다. 예컨대 옛날과 같은 경박함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알료샤로선 이상하게 여겨지는 점이 있었으니, 이 가련한 여인 그루셴카는 미챠의 약혼녀가 된 바로 그 순간에 약혼자가 무서운 범죄 혐의로 체포되는 엄청난 불행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서, 자신도 병마에 시달리고 또 앞으로 거의 피해 갈 수 없는 판결이 그들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옛날과 같은 그 젊은 명랑함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예전부터 있었던 근심거리 하나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오히려 더욱더 커진 채로 그녀를 찾아올 때면 그 눈에는 또다시 드물게나마 다소 불길한 불꽃이 타오르곤 했다. 이 근심의 대상은 여전히 똑같이 카체리나 이바노브나였다. 병상에 누워 있을 때도 그루셴카는 그녀를 떠올리며 헛소리를 하곤 했다.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는 언제든지 여유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수감 중인 미챠에게 면회를 가지 않았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루셴카가 수인(囚人)이 된 미챠 때문에 그녀에게 끔찍한 질투를 느끼고 있음을 알료샤는 알고 있었다.


그루셴카는, 매일 오는 것도 아니고 늘 잠깐만 앉았다 가는 알료샤를 제외하면 누구든 다 마다했다. 그녀의 노인, 즉 상인은 이 무렵 이미 몹시 위중한 상태로서 도시에서 떠도는 말마따나 ‘오늘내일’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미챠의 공판이 있고 일주일 후에 죽고 말았다. 죽기 삼 주 전, 그는 만약 그녀가 찾아온다면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고, 그분은 완전히 잊으시랍니다.”라는 말을 전하게 했다.


“드디어 왔군!” 그녀는 카드를 내던지더니 알료샤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막시무쉬카는 당신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겁을 줬어. 탁자 쪽으로 와서 앉아. 뭐 좀 마실래, 커피?”

“그러지 뭐.” 알료샤가 탁자 앞에 앉으면서 말했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야.”

“거봐. 페냐, 페냐, 커피를 내와!” 그루셴카가 외쳤다. 피로그도 내와, 뜨겁게 해 가지고."


"아니, 잠깐만, 알료샤, 오늘 이 피로그 때문에 난리가 났지 뭐야. 감옥에 있는 그 사람한테 피로그를 가져갔는데, 세상에, 그이는 먹지도 않고 그걸 나한테 집어 던졌어. 그래서 나는 ‘간수한테 맡겨 놓을 텐데 저녁까지도 먹지 않으면 그땐 당신이란 작자는 표독스러운 심술만 먹고 사는 인간이 되는 거야!’라고 말하고서 나와 버렸어. 믿을 수 있겠어, 그러니까 또 싸운 거야. 면회만 가면 우리는 꼭 싸운다니까.”


“이번엔 또 대체 무슨 일로 싸운 건가?” 알료샤가 물었다.

“아예 생각도 못 했던 일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말이야, ‘옛 사람’을 빌미로 질투를 하더라고. ‘대체 당신이 왜 그놈을 먹여 살리는 거야? 그러니까 당신이 그놈을 먹여 살리기 시작했단 말이지?’라면서. 계속 질투를 하면서 나를 못살게 굴어. 잠을 자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질투에 사로잡혀 있어. 심지어 지난주에는 쿠지마를 빌미로 질투를 한 적도 한번 있었어.”


“형은 당신을 사랑해, 정말로 그래, 그것도 몹시 사랑하고 있어. 방금은 마침 신경이 날카로웠던 것뿐이야.”

“신경이 멀쩡할 리가 있겠어, 내일 공판이 있을 텐데. 그이를 찾아간 건 내일 일에 대해 할 말이 있어서였어, 알료샤, 신경 날카로운 걸로 치자면 나도 마찬가지란 말이야! 다만 내가 화가 나는 건 그이가 나를 전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지금 일부러 질투를 했다는 거야, 정말. 나는 뭐 눈이 먼 줄 알아, 안 보이는 줄 아냐고? 그이는 이제 와서 갑자기 나한테 그 여자, 카치카 얘기를 하는 거야……. 그녀는 이렇고 이런 여자다, 자기의 공판을 위해 모스크바에서 의사를 초빙해 주었다, 제일가는 변호사를 초빙해 주었다, 이런 식이야……."


그루셴카는 채 다 말하지도 못하고 손수건으로 눈을 가리고서 엉엉 흐느껴 울었다.

“형은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를 사랑하지 않아.” 알료샤가 확고하게 말했다.

“뭐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는 내가 직접 곧 알아낼 거야.” 그루셴카는 눈에서 손수건을 거두며 위협적인 어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이런 바보 같은 얘기는 그만 됐어!” 그녀가 갑자기 딱 잘라 말했다. “알료샤, 내일, 내일은 어떻게 될까? 저쪽에선 그이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까? 정말이지 이건 그 종놈 짓이야, 그 종놈이 죽인 거라고, 종놈이! 맙소사! 정말로 그 종놈 대신 그이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텐데 누구 하나 그를 변호해 줄 사람이 없단 말이야?

“그도 엄격하게 심문을 받았어.” 알료샤가 생각에 잠긴 듯 지적했다. “하지만 다들 그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어. 그는 몹시 아픈 상태야. 그때 이후로, 그 간질 발작 이후로 아픈 거지. 정말로 아파.” 알료샤가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그 변호사와 사정 얘기를 좀 해 보면 좋을걸. 페테르부르크에서 3000을 주고 초빙했다던데.”

“그건 나, 이반 형, 거기다 카체리나 이바노브나 이렇게 우리 셋이서 3000을 들여 한 일이고, 2000을 들여 모스크바에서 의사를 초빙한 건 그녀 혼자 한 일이야. 페츄코비치 변호사는 돈을 더 많이 달라고 했겠지만, 모든 신문과 잡지에서 이 사건 얘기를 떠드는 바람에 이게 러시아 전역에 널리 알려진 상황이라서 페츄코비치는 돈보다는 명성을 위해 기꺼이 와 주기로 한 거지. 사건이 웬만큼 유명해졌어야 말이지. 어제 그 변호사를 봤어.”


“그래서 뭐라고 하던? 직접 얘기를 해 봤어?” 그루셴카가 서둘러 물었다.

“그분은 그냥 듣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이미 자기 나름대로 모종의 견해를 갖고 있노라고 말하던걸. 하지만 내 말도 고려해 보겠다고 약속했어.”

"그래, 의사는, 그 여자가 의사를 초빙한 이유는 뭐야?”

“정신 감정을 받게 하려고. 형이 미친놈이니까 이성을 잃고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살인을 했다는 식의 결론을 도출하고 싶은 거지.” 알료샤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다만, 형은 이런 짓엔 동의하지 않아.”


"그이는 죽이질 않았어, 죽이지 않았다니까! 다들, 온 도시가 그이를 향해 그이가 죽였다고 떠들고 있지만 말이야. 다들, 다들 그이를 못 잡아먹어서 그렇게 떠들고 있어.”

“그래, 증거가 끔찍할 정도로 불어났어.” 알료샤가 음울하게 지적했다.

“그리고리 바실리예비치도 문이 열려 있었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잖아, 자기가 봤다고 우겨 대는 거야, 아무리 해도 그 노인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어, 내가 직접 달려가서 얘기까지 해 봤는데도. 지금도 욕을 하고 있어!”

“그래, 어쩌면 그것이 형에게 가장 불리한 증거인 셈이지.” 알료샤가 말했다.


"일주일 전에 갑자기 그이가 나한테 이반이 카치카를 자주 찾아가는 걸 보면 사랑에 빠진 것 같다는 말을 해 줬어. 그이가 말한 게 사실이야, 아니야? 양심을 걸고 말해 줘, 아니면 나를 찔러 죽이든지.”

“내가 당신한테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 이반 표도로비치는 카체리나 이바노브나에게 반한 건 아니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내가 당신에게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알료샤가 말했다.


“우선, 형은 오직 당신 한 사람만을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 이 점에 관한 한 내 말을 믿어. 둘째, 형이 오늘 자진해서 내게 말해 준다면 즉시, 당신에게 그 비밀을 얘기해 주기로 약속했다고 형에게 말하겠어. 그때는 오늘 당장 당신에게 와서 말해 줄게. 다만…… 내 생각으론…… 이 일에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는 아무런 관련도 없고, 이 비밀은 뭔가 다른 일일 거야. 일단은 그만 가 볼게!”

그녀를 남겨 두기가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알료샤는 마음이 급했다. 아직 많은 일이 버티고 있었으니까.


2 아픈 발


그중 첫 번째 일은 호흘라코바 부인의 집과 관련된 것이어서 그리로 걸음을 재촉했는데, 어서 빨리 그곳의 일을 끝내고 미챠에게 늦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호흘라코바 부인은 이미 삼 주째 앓고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 그녀의 한쪽 발이 부어올라서 침대에 앓아누워 있진 않았지만 낮에도 자신의 규방 침대 의자에 반쯤 누워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요염하면서도 기품 있는 실내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니까 최근 두 달간 호흘라코바 부인을 방문하기 시작한 이러저러한 손님들 중에는 젊은 청년 페르호친도 끼어 있었던 것이다.


알료샤는 이 집에 온 지 벌써 나흘 남짓 지났기 때문에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리자한테 볼일이 있었기 때문에 곧장 그리로 서둘러 갔다. 리자는 어제 몸종을 보내 ‘아주 중대한 용건’이 있으니 즉시 자기한테 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는 어떤 이유로 알료샤의 흥미를 자극했던 것이다. 하지만 몸종이 리자에게 알리러 간 틈에 호흘라코바 부인도 벌써 누구한테 들었는지 그가 왔다는 것을 알고서 사람을 보내 ‘아주 잠깐이면 되니까’ 즉시 자기한테 들러 달라고 부탁했다.


호흘라코바 부인은 어쩐지 유난히도 화려한 차림을 하고 침대 의자에 누워 있었으며 보아하니 굉장히 신경질적인 흥분에 휩싸인 것 같았다. 부인은 환호성을 지르며 알료샤를 맞이했다.

“수백 년, 수백 년, 꼬박 수백 년 동안 당신을 못 봤지 뭐예요! 꼬박 일주일 만이에요, 세상에. 아, 하긴 겨우 나흘 전에, 지난 수요일에 왔었군요. 리즈를 보러 왔을 테죠. 사랑스러운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나는 나의 리자를 전적으로 당신에게 맡깁니다. 조시마 장로가 돌아가신 뒤 그분 이후 당신을 나는 수도사로 보고 있어요, 비록 새 양복을 입은 당신의 모습도 아주 멋지지만요.”라며 그녀가 애교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이 일이 세상에 파다하게 알려졌다 는 거예요.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의 모든 신문에서 100만 번은 족히 기사를 썼다니까요. 내 얘기도 있는데, 내가 당신 형님의 '사랑스러운 친구'라고 썼더군요. 추잡한 말은 입에 담고 싶지도 않으니까, 한번 생각해 보세요, 어디 생각 좀 해 보시라고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썼다는 거죠?"

"지금 보여 드리죠. 어제 받았고 어제 읽었어요. 여기 페테르부르크 신문 《풍문》이에요. 자, 여기 소문이 어떤지 보세요. 바로 이 부분요, 읽어 보세요." 그러면서 그녀는 베개 밑에 있던 신문을 알료샤에게 내밀었다.


이 끔찍한 소송의 명성이 이미 러시아 전역에 걸쳐 방방곡곡으로 퍼졌다는 것은 알료샤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요 두 달간 자기 형과 카라마조프 집안 전체,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여타 신빙성 있는 기사와 더불어, 맙소사, 참으로 기가 막히는 보도와 통신문도 읽었던 것이다. 어느 신문에는 심지어 그가 형의 범죄 이후 너무도 무서웠던 나머지 수도사가 되어 수도원에 틀어박혔다는 기사도 났다. 다른 신문에서는 이를 부정하면서 오히려 그가 자신의 장로인 조시마와 함께 수도원의 금고를 부수고 '수도원에서 도망쳤다.'라고 썼다.


그런데 《풍문》의 지금 보도는 '스코토프리고니옙스크(슬프게도 우리 도시의 이름이 이런데, 나는 오랫동안 이 이름을 숨겨 왔다.)의 카라마조프 소송에 관하여'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그것은 짤막한 기사인 데다가 호흘 라코바 부인을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고 더욱이 대체로 모든 이름들이 숨겨져 있었다.


보도된 내용은, 지금 이처럼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재판을 받게 된 범죄자가 퇴역한 육군 대위이며 뻔뻔스러운 타입의 게으름뱅이에다 농노이며, 계속하여 애정 행각을 벌이고 특히 외로움에 젖어 권태로워하는 부인들'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는 것이었다. 이 '권태로워하는 과부들' 중 어느 한 부인, 이미 성장한 딸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젊은 척 구는 부인이 그에게 홀딱 반한 나머지, 범죄 발생 겨우 두 시간 전에 자기와 함께 즉시 금광을 찾아 떠나자며 3000루블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악당은 마흔 살이나 먹은 매력 따위를 뽐내는 이 권태로워하는 부인을 데리고 힘겹게 시베리아로 가느니 차라리 아버지를 죽이고 문제의 그 3000을 손에 넣는 편이 낫겠다고, 또 벌을 피해 가는 쪽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알료샤는 신문을 말아서 호흘라코바 부인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어때요, 내 얘기가 맞죠?" 그녀가 다시 지껄여 대기 시작했다. "이건 일부러 이렇게 쓴 거예요! 이건…… 이게 누구 짓인지 아세요? 이건 당신의 친구 라키친의 짓이에요."

"그럴 수 있겠죠." 알료샤가 말했다. "비록 난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지만."

"정확히 그 사람 짓이라니까요! 내가 그를 쫓아냈거든요……. 설마 이 얘긴 전부 알고 계시겠죠?"


"여하튼 그래서 이 가련한 젊은이, 당신의 친구 라키친이 한마디로 말해서, 이 경솔한 젊은이가 갑자기, 그러니까 말이죠, 세상에나 무슨 변덕인지 나한테 반한 것 같아요. 나는 이걸 나중에, 그야말로 나중에 가서야 갑자기 눈치챘지만 처음부터, 다시 말해서 한 달쯤 전부터 그가 우리 집을 자주, 거의 매일 방문하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난 아무것도 모르다가…… 갑자기 모든 게 환해지면서 눈치를 채곤 나도 놀란 거죠. 그런데 말이죠, 우리 집엔 벌써 두 달 전부터 이 겸손하고 사랑스럽고 훌륭한 젊은 청년, 여기서 근무하고 있는 표트르 일리치 페르호친이 드나들기 시작했거든요. 당신도 그를 몇 번이나 보셨잖아요. 정말로 훌륭하고 진지한 사람이 아닙니까. 나는 그를 잘 부탁한다고 꼭, 꼭 청원을 올릴 거예요. 그는 바로 그 끔찍한 날, 한밤중에 나를 찾아와서 나를 거의 죽음에서 구원해 준 장본인이에요."


"뭐, 그런데 당신의 친구 라키친은 언제나 참 그렇고 그런 장화를 신고 와서는 양탄자 위를 질질 누비고 다니고…… 그런데, 갑자기 내가 혼자 누워 있는데, 미하일 이바노비치(라키친의 이름과 부칭)가 글쎄, 기가 막혀서, 시를, 나의 아픈 발에 바치는 아주 짧은 시를 지어서 갖고 온 거예요. 다시 말해서 시에서 나의 아픈 발을 묘사한 거죠. 잠깐만요, 이게 어떠냐 하면요."

이 귀여운 발, 이 귀여운 발이
살포시 아프게 됐노라…….


"그런데 내가 감사를 표하기가 무섭게 갑자기 표트르 일리치가 들어섰고, 미하일 이바노비치는 갑자기 한밤과 같은 어둠이라도 내린 양 인상을 팍 쓰는 거예요. 보아하니, 미하일 이바노비치는 지금 틀림없이 자기 시에 관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터라, 표트르 일리치가 온 게 방해가 됐던 거죠. 표트르 일리치는 그 시를 보더니 곧장 웃음을 터뜨리더니 비판을 가했어요. 무슨 꼬맹이 신학생이 쓴 거라느니, 하면서요. 다만, 알료샤, 난 줄곧 떠들어 대면서 왜 정작 필요한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 거죠? 아이, 말을 하다 보니 저절로 이렇게 되어 버리네요!”


“저는 오늘 시간에 맞추어 죽어도 형을 찾아가 봐야 합니다.” 알료샤가 중얼거렸다.

“바로 그거예요! 당신 말을 들으니 나도 다 생각이 나는군요! 일시적인 정신 착란이란 게 뭐예요?”

“정신 착란이라뇨?” 알료샤가 놀랐다.

“재판할 때 말하는 정신 착란이요. 그런 정신 착란이면 모든 일을 용서받을 수 있다는데요. 그러니까 새로운 재판 제도가 개시되면서 이제 막 정신 착란에 대해 알게 된 거예요. 새로운 재판 제도 덕분인 거죠. 이 의사가 나를 찾아와서는 그날 밤 일, 그러니까 금광에 대해서 캐물었어요. 그때 그가 어땠느냐? 하는 거죠. 정신 착란이 아니면 뭐겠어요 ─ 와서는 돈, 돈, 3000, 3000을 달라고 아주 노래를 부르고 그다음엔 버럭 나가서 갑자기 사람을 죽였잖아요. 죽이고 싶진 않다, 그러고 싶진 않다고 해 놓고선 갑자기 죽였잖아요. 스스로에게 저항을 해 봤지만 죽였다는 것, 바로 이걸 고려해서 그를 용서해 줄 거예요.”


“하지만 형은 죽이지 않았어요.” 알료샤는 다소 쌀쌀맞게 상대방의 말을 끊었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리고리 영감이 죽였다는 걸…….”

“아니, 그리고리라고요?” 알료샤가 소리쳤다.

“그 영감, 그 영감요, 이건 그리고리가 한 짓이에요. 드미트리 표도로비치한테 한 방 맞고 가만히 누워 있다가 그다음 벌떡 일어나서 보니 문이 열려 있고, 곧장 가서 표도르 파블로비치를 죽인 거란 말이죠.”

“아니, 왜, 왜요?”

“정신 착란에 걸린 거죠. 드미트리 표도로비치한테 머리를 한 방 얻어맞고 나서 정신을 차려 보니 정신 착란에 걸렸고 그길로 가서 죽인 거예요. 자기 입으론 안 죽였다고 하는 걸 보면, 기억이 안 나서 그럴걸요. 무엇보다도, 지금 정신 착란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나요, 당신도 나도 모두 정신 착란에 빠져 있고 이런 예는 얼마든지 있어요. 어떤 사람이 가만히 앉아서 로망스를 부르다가 갑자기 뭔가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권총을 쑥 뽑아 아무나 쏘아 죽였는데, 그러고 나서 그를 다들 용서해 줬다는군요. 나는 이 기사를 최근에 읽었는데, 모든 의사들이 인정해 주었대요. 요즘 의사들은 그걸 계속하여 인정, 정말로 인정해 주고 있어요."


"그뿐인가요, 우리 리즈도 정신 착란에 빠져선 어제부터 나는 얘 때문에 울었어요. 사흘째 울고 있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얘가 그저 정신 착란에 빠졌을 뿐이라는 걸 깨달은 거죠. 오, 리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속을 끓이고 있는지! 나는 얘가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왜 얘가 당신을 부른 거죠? 얘가 당신을 부른 건가요, 아니면 당신이 직접 얘를 찾아온 건가요?”

“그녀가 부른 것이고, 지금 그녀를 보러 갈 겁니다.” 알료샤가 단호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리즈, 오 맙소사, 얘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속을 끓이는지! 한번 생각을 해 보세요, 글쎄, 어느 날 밤에 갑자기 얘한테 발작이 난 거예요 ─ 나흘 전에, 당신이 마지막으로 왔다가 떠났을 때 곧바로 ─ 얘는 갑자기 발작이 나서 소리며 비명을 지르고 히스테리를 일으킨 거예요! 여하튼 그다음 날에도 발작이 났고, 또 그다음 날에도 그랬고, 어제도 그랬는데, 그래요, 바로 어제는 이 정신 착란이 있었던 거예요.

오늘 아침에 리자가 잠에서 깨자 갑자기 율리야한테 화를 내더니, 글쎄, 세상에나, 한 손으로 율리야의 뺨을 때린 거예요. 하지만 이런 괴물 같은 짓이 어디 있어요, 나는 우리 집 하녀들한테도 높임말을 쓰는데. 그러고 나선 한 시간 뒤에 갑자기 얘가 율리야의 다리를 껴안고 입을 맞추는 거예요.

친애하는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나의 모든 희망을 당신한테 걸겠으며, 물론, 내 일생 자체의 운명이 당신 손에 달려 있는 거예요. 내 부탁은 그저, 리즈한테 가서 얘에게서 모든 것을 알아봐 달라는 거예요.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오직 당신뿐이니까, 그런 연후엔 나한테, 이 어미한테 와서 얘기해 주세요. 당신도 이해하시잖아요, 자꾸 이러면 나는 죽을 거예요,"


"아, 맙소사, 드디어 표트르 일리치가 왔군요!” 호흘라코바 부인은 방으로 들어서는 표트르 일리치 페르호친을 보고서 갑자기 환한 빛을 발하면서 외쳤다. “늦으셨네요, 늦으셨어요! 어쨌든 앉아서 말 좀 해 주세요, 운명을 결정해 주세요, 그래 이 변호사가 뭐라던가요? 어디 가시는 거죠,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리즈에게 갑니다.”

“아, 그렇죠! 부디 잊지 마세요, 내가 뭘 부탁했는지 아시죠? 여기에 운명이, 운명이 달렸다니까요!”

“물론, 잊지 않겠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알료샤가 물러나면서 중얼거렸다.


3 꼬마 악마


그가 리자의 방으로 들어섰을 때 그녀는 아직 제대로 걷지 못했을 때 타고 다니던 자신의 옛 의자에 반쯤 누워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그가 들어와도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명민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그 시선은 다소 타오르는 듯했고 얼굴은 창백하면서 노랗게 떠 있었다. 알료샤는 그녀가 요 사흘간 몰라보게 변한 데다가 여위기까지 한 것에 깜짝 놀랐다.


“당신이 서둘러 감옥에 가 봐야 된다는 건 알고 있어요.” 리자가 딱 잘라 말했다. “그런데도 엄마는 당신을 두 시간이나 붙잡아 두었어요, 지금 당신에게 나와 율리야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말이죠.”

“어떻게 아셨죠?” 알료샤가 물었다.

“엿들었어요. 왜 나를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죠? 엿듣고 싶어서 엿듣는 거니까, 이게 무슨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용서를 구하지도 않겠어요.”


“무슨 심란한 일이 있나요?”

“아니요, 오히려 아주 기쁜걸요. 지금 막 다시, 서른 번째로 생각을 정리해 봤어요. 내가 당신의 청혼에 거부 의사를 밝혔고 따라서 당신의 아내가 되는 일은 없을 테니 이 얼마나 좋은가, 하고요. 당신은 남편감으론 적합지 않은 사람이에요. 내가 당신에게 시집을 간 연후에 누군가를 사랑하게 돼서 갑자기 그 사람한테 갖다주라면서 당신에게 쪽지라도 건네주면, 당신은 그걸 받아 들고 반드시 전해 줄 테고, 그것도 모자라 답장까지 갖고 올 테죠. 마흔 살이 돼도 당신은 여전히 이런 유의 내 쪽지 심부름이나 하고 다닐 사람이에요.”


그녀가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웃기 시작했다. 그러곤 곧, 빠른 속도로 말했다.

“나는 감옥에 있는 당신의 형님 드미트리 표도로비치에게 사탕을 보냈어요. 알료샤, 있잖아요, 당신은 정말 어찌나 훌륭한 사람인지! 당신이 나에게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그토록 빨리 내리셨으니, 나는 정말 당신을 몹시 사랑하게 될 거예요.”


“오늘은 무슨 일로 나를 불렀죠, 리즈?”

“당신에게 나의 소망 한 가지를 알려 드렸으면 해서요. 나는 누구든 나를 죽도록 괴롭히길, 나와 결혼해 놓고서도 나를 괴롭히고 기만하고 그러다가 아주 떠나 버리길 원해요. 나는 행복해지고 싶지 않아요!”

“무질서를 좋아하게 됐나요?”

“아, 나는 무질서를 원해요. 줄곧 집을 태워 버리고 싶다니까요. 나는 어떻게 하면 살짝 다가가서 몰래 태워 버릴까 상상해요, 반드시 몰래 해야 돼요. 사람들은 불을 끄지만, 집은 불타오르죠. 나는 알면서도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거예요. 아, 바보 같은 짓들이야! 지겨워 죽겠어!” 그녀는 혐오스럽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사는 데 아쉬움이 없군요.” 알료샤가 조용히 말했다.

“차라리 가난한 편이 낫다는 건가요?”

“예, 그게 낫겠죠.”

“이건 돌아가신 당신의 수도사가 주입한 것일 테죠. 나는 부자이고 다른 사람들은 다 가난뱅이라 할지라도, 나 혼자 사탕을 먹고 슬리프키를 마실지라도 아무한테도 주지 않을 거예요. 칼가노프를 알고 계세요?”

“알고 있어요.”


“그는 걸어 다니면서도 늘 몽상에 잠겨 있어요. 그의 말로는 뭣 하러 현실에 얽매여 살 것인가, 차라리 몽상에 잠겨 있는 편이 낫다는 거예요. 몽상 속에서라면 아주 즐거운 것도 꿈꿀 수 있지만, 실제 삶을 산다는 건 지겹다는 거죠. 하지만 그는 곧 결혼할 거예요, 나에게 사랑을 고백했거든요. 팽이를 칠 줄 아세요?”

“예, 압니다.”

“바로 그 사람이 팽이 같다니까요. 팽이처럼 돌돌 감아서 확 풀면서 채찍으로 치고 또 쳐 줘야 되거든요. 그에게 시집가면 평생 팽이를 치게 되는 셈이죠. 당신은 나와 앉아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세요?”

“아뇨.”


“당신은 내가 무슨 성스러운 얘기를 하지 않는 게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일 테죠. 나는 성스러운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가장 큰 죄를 저지르면 저 세계에서 어떻게 될까요? 당신이라면 분명히 이걸 정확히 알고 있을 텐데요.”

“하느님이 단죄하실 겁니다.” 알료샤가 그녀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다.

“그거야말로 내가 원하는 거로군요. 나는 그곳에 가면 단죄받고 싶고, 그러면 나는 갑자기 그 사람들 전부를 대놓고 비웃어 줄 거예요. 집을 태워 버리고 싶어 죽겠어요, 우리 집 말이죠"


"알료샤, 나는 이따금씩 온갖 악한 짓과 온갖 더러운 짓을 다 저지르는 생각을 해요. 다들 나를 에워싸고 나한테 손가락질을 할 테고, 나는 그들을 바라볼 거예요. 이게 왜 그렇게 유쾌할까요, 알료샤?”

“글쎄요. 뭐든 좋은 것을 눌러 버리고 싶거나, 불태워 버리고 싶은 욕구겠죠. 그런 일도 종종 있어요.”

"당신은, 어쩌면, 내가 당신을 약 올리려고 일부러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죠?”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비록, 그런 욕구가 약간은 있을 수 있겠지만.”

“약간은 있다니. 당신 앞에선 절대로 거짓말을 하진 않을 거예요.” 그녀가 불꽃처럼 눈을 번득이면서 말했다.


알료샤는 무엇보다도 그녀의 진지한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이 범죄를 좋아하는 순간들이 있죠.” 알료샤가 사려 깊게 말했다.

“그래요, 그래! 당신이 내 생각을 그대로 말해 줬군요. 그런 ‘순간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들 좋아하고 또 언제나 좋아하죠. 있잖아요, 이것에 대해선 다들 언젠가 거짓말을 하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그때 이후로 쭉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다들 더러운 것을 증오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속으로는 좋아해요.”


“나한테 책이 한 권 있는데, 거기서 어디서 있었던 무슨 재판에 대해 읽었어요. 어떤 유대인이 네 살배기 소년을 처음에는 양손의 손가락을 몽땅 잘라 내고 그다음에는 벽에다 박았는데, 그러니까 소년을 갖다 대 놓고 못을 박았다는 거죠. 그래 놓고선 나중에 법정에서 소년은 금방, 그러니까 네 시간 뒤에 죽었다고 말했대요. 정말 금방도 죽었죠! 그 사람 하는 말이, 소년이 신음하고 또 신음하는 모습을 그는 서서 감상했다는 거예요. 정말 좋은 일이야!”


“좋다고요?”

“좋죠. 나는 이따금씩 그렇게 못을 박은 사람이 나 자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아이는 매달린 채 신음을 하고, 나는 줄곧 그 맞은편에서 파인애플 절임을 먹을 거예요. 파인애플 절임을 좋아하거든요. 당신은요, 좋아하세요?”

알료샤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침에 나는 한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서 나에게 꼭 와 달라고 했어요. 그는 왔고, 나는 그에게 갑자기 소년과 과일 절임에 대해 전부 이야기했어요. 전부 이야기하고서 ‘정말 좋은 일입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는 갑자기 웃으면서 이건 정말로 좋은 일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러고는 일어나서 가 버렸어요. 겨우 오 분 동안 앉아 있었어요. 그는 나를 경멸했겠죠, 그렇죠? 말해 줘요, 말해 보세요, 알료샤, 그가 나를 경멸했을까요, 아닐까요?” 그녀는 눈을 번득이면서 침대 의자에서 몸을 똑바로 폈다.


“그런데 말이죠.” 하고 알료샤가 흥분에 차서 말했다. “당신이 먼저 그를, 그 사람을 불렀습니까?”

“예, 내가 불렀어요.”

“그에게 편지를 보냈습니까? 오로지 그것, 아이에 대해서 묻기 위해서요?”

“아니요, 그것 때문은 절대 아니었어요, 절대. 하지만 그가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곧장 그 얘기를 물었어요. 그는 대답을 했고 웃더니 일어나서 나가 버렸어요.”


“있잖아요, 알료샤, 있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알료샤, 나를 구해 줘요!” 그녀가 갑자기 침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그에게로 달려들어 두 팔로 그를 꽉 껴안았다. “나를 구해 줘요.” 그녀는 거의 신음 소리를 냈다. “내가 지금 당신한테 한 말을 이 세상 다른 누구에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사실, 사실 그대로, 사실 그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나는 자살할 거예요, 내 눈엔 모든 것이 추잡하니까요!"


"알료샤, 왜 당신은 나를 전혀, 전혀 사랑하지 않는 거죠!” 그녀가 미친 듯 소리쳤다.

“천만에, 사랑해요!” 알료샤가 열렬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나를 위해 울어 줄 건가요, 그럴 건가요? 내가 당신의 아내가 되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나를 위해서 울어 줄 수 있냔 말이에요”

“그럴 겁니다.”

“고마워요! 나는 그저 당신의 눈물만 있으면 돼요. 나머지 모든 사람들이 다들, 다들,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나를 벌하고 발로 짓밟아도! 왜냐하면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이만 가 보세요, 알료샤 형님에게 가 볼 시간이잖아요. 감옥 문이 닫힐지도 모르니까, 어서 가 보라니까요!”

그러곤 그녀는 알료샤를 거의 강제로 문 쪽으로 떠밀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오른손에 꼭꼭 접어 봉인한 작은 쪽지가 들려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반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에게’라고 수신인이 적혀 있었다.

“전해 주세요, 꼭 전해 주세요!” 미친 듯이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녀가 명령했다.

“오늘 중으로 당장! 안 그러면 나는 약을 먹고 죽어 버릴 거예요! 내가 당신을 부른 건 이 때문이었어요!”


그러고선 재빨리 문을 쾅 닫아 버렸다. 빗장이 찰칵,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알료샤는 편지를 호주머니에 넣고서, 호흘라코바 부인에겐 들르지도 않고, 아니, 숫제 그녀를 잊어 먹고서 곧장 계단으로 갔다. 한편 리자는 알료샤가 멀어지자마자 빗장을 벗기고 문을 살짝 열어 자신의 손가락을 문틈에 끼운 뒤 문을 쾅 닫아 있는 힘껏 손가락을 찧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가운데, 그녀는 빠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야비한 년, 야비한 년, 야비한 년, 야비한 년!”


4 찬송가와 비밀


알료샤가 감옥의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을 때는 이미 아주 늦은 시각이었다. 심지어 어스름마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료샤는 아무런 장애 없이 자기를 미챠의 감방으로 보내 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건 우리 마을, 그러니까 우리 도시나 어디 다른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대접을 받는 인물은 극소수였다. 고작해야 그루셴카, 알료샤, 라키친이었으니까 말이다.


방으로 들어서면서 알료샤는 때마침 미챠를 만나고 나가는 중인 라키친과 마주쳤다. 그들 두 사람은 큰 소리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미챠는 그를 전송하며 무엇 때문인지 몹시 웃고 있었고, 라키친은 투덜거리는 듯했다. 라치킨은 특히 최근 들어 알료샤와 마주치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그와 말을 하는 일도 거의 없었으며 심지어 인사를 나눌 때도 뻣뻣하게 굴었다.


미챠가 소리쳤다. “퓨, 제기랄! 저런 놈들은 다 저렇다니까.” 얼른 방을 나가 버리는 라키친을 향해 고갯짓을 하면서 그가 알료샤에게 말했다. “줄곧 앉아서 웃고 즐거워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펄펄 끓지 뭐냐! 너한테는 숫제 고개도 까딱하지 않는 걸 보니, 너희들 싸우기라도 한 거냐? 그런데 너는 왜 이렇게 늦은 거냐? 아침 내내 너를 기다린다고 목이 빠진 정도가 아니라 숫제 부러졌구나. 뭐 아무렴 어때! 이제라도 벌충하면 되지.”


“쟤는 왜 형을 이렇게 자주 찾아오는 거야? 서로 친한 사이라도 된 거야?” 알료샤가 고갯짓을 하면서 물었다.

“미하일과 친해졌냐고?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냐, 저런 돼지 새끼 같은 놈! 저놈은 나를…… 비열한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똑똑한 놈이야, 뭐, 알렉세이, 이제 내 머리는 동강 날 판이다!”

그는 의자에 앉았고, 알료샤를 자기 옆에 나란히 앉혔다.

“그래, 내일이 공판 날이야. 어때, 형은 완전히 희망을 버린 거야, 응?” 알료샤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말했다.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 미챠가 어쩐지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내 머리가 동강 났다는 건 공판을 두고 한 얘기는 아니야.머릿속에 들어 있던 것이 동강 났다는 소리지.”


“무슨 말이야, 미챠?”

“사상들, 사상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에티카(윤리학을 말한다) 말이다. 에티카가 대체 뭐냐?”

“에티카라고?” 알료샤가 놀라워했다.

“그래, 이건 무슨 학문인가 그렇지?”

“그래, 그런 학문이 있어……. 다만…… 솔직히 말해서, 나도 형한테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없어.”


“라키친은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빌어먹을 놈! 수도사의 길을 가진 않을 거야. 페테르부르크로 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거기서 점잖은 경향을 지닌 비평 분과로 갈 거라더군. 에잇, 저런 놈들은 그야말로 출세의 명수들이니까! 빌어먹을 에티카 같으니! 나는 끝장나 버렸어, 알렉세이, 그런데 카를 베르나르가 어떤 사람이었냐?”

“아니야, 잠깐만 말이 잘못 나왔군. 그래, 클로드 베르나르 이건 또 뭐 하는 작자냐? 화학인가, 그렇지?”

“분명히 무슨 학자일 거야.” 알료샤가 대답했다. “다만, 그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많지는 않아."

“빌어먹을 놈이군, 나도 몰라.” 미챠가 욕을 퍼부었다.


“형, 대체 왜 그래?” 알료샤가 집요하게 물었다.

“그 녀석은 나에 대해서, 나의 일에 대해서 기사를 써서 그걸 갖고 문학 판에 나가려고 하는 건데, 이 일로 나를 찾아오는 거라고 제 입으로 말하더군. 뭔가 특정한 사상적 경향성을 지닌 얘기를 원하고 있어. ‘그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환경에 잠식당했기 때문이다.’ 등등, 이런 식이라고 나에게 설명하더군. 사회주의적 색채를 띠게 될 거라고 말했어. 그런데 그 비열한 놈이 시도 쓴다니, 호흘라코바의 발을 찬미하는 시를 썼다는군, 하 ─ 하 ─ 하!”


“그 얘긴 들었어.” 알료샤가 말했다.

“들었다고? 시도 들었니?"

“나한테 있으니까 읽어 주마. 사실 여기엔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숨어 있어. 악랄한 놈이라니까! 삼 주 전에 나를 약 올리려고, ‘당신은 그 3000 때문에 바보처럼 걸려들었지만, 나는 어느 과부와 결혼해서 15만을 낚아채서 페테르부르크에 석조 집을 마련할 거야.’라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나한테 자기가 호흘라코바를 구슬리고 있다는 말을 해 주었는데, 그 녀석, 입가로 너무나 추악하고 음탕한 침을 질질 흘리더군.

그런데 바로 그때 그 녀석이 갑자기 쫓겨난 거야. 페르호친 표트르 일리치가 선수를 친 거지, 이 친구가 또 인물이거든! 다시 말해서 그 얼빠진 여자한테 괜히 키스를 해서 엉뚱하게 쫓겨난 셈이라니까! 그러니까 그 녀석이 나를 보러 오던 무렵에, 이 시도 지은 거야. ‘내 그대의 아픈 발이 치유되길 기원하며’ ─ 이게 그 녀석이 생각해 낸 제목인데, 참 재기발랄한 놈이긴 하다니까!


살짝 부어오른 이 발,
이 발은 어쩜 이리 귀여울까!
의사들이 그녀의 집을 찾아와 치료를 하네,
붕대를 감아 주고 병신을 만드네.

내가 안쓰러워하는 건 이 발이 아니네 ─
발이라면 푸시킨이 찬미할 테니.
내가 안쓰러워하는 건 머리라네,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 머리.

살짝 이해할까 했건만
어럽쇼, 발이 방해꾼이 되었네!
부디 저 발이 치유되어
저 머리도 이해력을 지닐 수 있길.


돼지 녀석, 순전히 돼지 같은 놈인데, 이 추잡한 놈이 제법 재기발랄하게 썼지! 게다가 정말로 ‘시민적인’ 비애를 집어넣기도 했고. 이래 놓고서 쫓겨났으니 얼마나 화가 났을까. 이를 부득부득 갈았겠지!”

“그 친구는 벌써 복수를 했어.” 알료샤가 말했다. “호흘라코바에 대한 통신문을 썼거든.”

그러고서 알료샤는 그에게 빨리 《풍문》에 실린 통신문 얘기를 해 주었다.

“이건 그놈, 그놈 짓이야!” 미챠가 인상을 쓰면서 확증해 주었다. “그놈 짓이 틀림없어! 이 통신문들……”

그는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방을 거닐었다.


“형, 나도 오래 있을 순 없어.” 알료샤가 잠깐 말이 없다가 이렇게 말했다.

“내일은 형에게 끔찍하고도 위대한 날이 될 거야. 형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이 내려질 텐데…… 그런데도 형은 왔다 갔다 하면서 그 일은커녕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 놀라울 뿐이야…….”

“놀랄 거 없다.” 미챠가 열렬하게 말을 가로막았다. “아니, 그럼 내가 그 살인자 얘기를 계속 해야겠니? 우린 그 얘기라면 신물이 나도록 했잖니. 하느님이 그놈을 죽일 거야, 이제 두고 보면 알 테니, 너는 잠자코 있어!”

그는 흥분에 차서 알료샤한테로 다가가 갑자기 입을 맞추었다. 그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동생아, 나는 요 최근 두 달간 나의 내부에서 새로운 인간을 느꼈어, 내 안에서 새로운 인간이 부활했어! 그 인간은 나의 내부에 갇혀 있었는데, 이렇게 끔찍한 벼락이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나타나지 않았을 거야! 지금 내가 무서운 건 다른 거야. 바로, 저 부활한 사람이 나를 떠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지! 거기 탄광, 땅 밑에 가 있더라도 바로 내 곁에 있는 나 같은 유형수나 살인자에게서 인간적인 마음을 발견하여 그와 어울릴 수 있을 거야, 왜냐면 거기서도 살고 사랑하고 고통받을 수 있을 테니까! 저기 땅 밑에서 하느님도 없이 내가 어떻게 살겠어? 라키친은 거짓말을 하는 거야. 하느님을 땅에서 쫓아내면, 우리는 땅 밑에서 하느님과 만날 거야! 유형수는 하느님 없이 살 수 없어, 유형수가 아닌 사람들보다 더 그렇단 말이야! 그때면 우리 같은 지하의 사람들은 땅 깊은 곳에서 하느님을 향해 비극적인 찬송가를 부를 거야, 하느님에게 기쁨이 있으니! 하느님과 하느님의 기쁨 만세! 하느님을 사랑하노라!”


미챠는 자신의 기괴한 일장 연설을 마치며 거의 숨을 헐떡였다. 창백해진 얼굴에 입술은 떨렸고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니야, 삶은 충만해, 삶은 땅 밑에도 얼마든지 있거든!” 그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못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알렉세이, 난 지금 살고 싶어 미치겠고, 바로 이 헐어 빠진 담벼락 안에서 존재하고 싶고 의식하고 싶은 갈망이 내 안에서 너무도 강렬하게 되살아났어! 나는 어쩌면 법정에서도 일절 답변을 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리고 지금 내 안에서 이 힘이 얼마나 강하게 용솟음치는지, 그저 나 자신에게 시시각각 나는 존재한다! 하고 말하고 얘기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 모든 고통을 때려눕힐 수 있을 것 같아. 수천 개의 고통 속에서도 나는 존재한다, 알료샤, 나의 게루빔아, 이런저런 철학들 때문에 나는 아주 죽을 지경이구나, 빌어먹을 것들 같으니! 동생 이반이…….”


“이반 형이 왜?” 알료샤가 말을 가로채려고 했지만, 미챠는 듣지 못했다.

“이보렴, 나는 예전엔 이런 유의 의심은 전혀 갖지 않았지만, 이 모든 것이 내 내부에 숨어 있었던 모양이야. 바로 미지의 관념들이 나의 내부에서 들끓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술을 퍼마시고 싸움질을 일삼으며 미쳐 날뛰었는지도 몰라. 동생 이반은 라키친과는 달라, 이반은 관념을 숨기고 있거든. 동생 이반은 스핑크스라서 침묵해, 늘 침묵을 고수하지. 그런데 하느님이 나를 괴롭히고 있어. 오직 이것 하나만이 괴로울 따름이야. 아니, 어떻게 하느님이 없다는 거냐?

라키친은 신이 없어도 인류를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더군. 뭐 콧물이나 흘리는 쭈그렁바가지라면 그렇게 주장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어. 라키친은 세상 사는 게 쉬운 놈이야. 녀석은 오늘 나한테 ‘당신은 인간의 시민적 권리를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혹은 차라리 쇠고기 값이 뛰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문제에나 신경을 쓰는 게 좋을걸. 그게 철학보다는 훨씬 더 간단하고 직접적으로 인류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방법이니까.’라고 말했어.

이반에게는 신이 없어. 그 녀석에겐 관념이 있지. 나와는 차원이 달라. 하지만 그 녀석은 침묵하고 있어. 나는 그 녀석이 프리메이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녀석에게 물어봤더니 침묵하더군. 녀석의 샘물에서 물을 좀 얻어 마셔 볼까 했지만, 통 침묵만 고수하니 원. 딱 한 번 한마디를 해 준 적은 있어.”


“뭐라고 하던데?” 알료샤가 서둘러 말을 받았다.

“내가 그 녀석한테 만약 그렇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말이냐? 하고 물었어. 녀석은 인상을 팍 쓰면서 ‘우리 아버지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돼지 새끼만도 못한 인간이었지만, 사상 하나는 옳았어.’라고 하더군. 이런 바보 같은 소리를 하더란 말이다. 이게 그 녀석이 한 말의 전부야. 이 정도만 돼도 라키친보다야 낫지.”

“그렇군.” 알료샤가 쓰라린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언제 작은형이 왔다 갔어?”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지금은 다른 얘기를 하자꾸나. 나는 이반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너에게 거의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 끝까지 미루어 왔던 거지. 이제 나의 이 농담이 끝나고 선고가 내려지면, 그때 가서 너한테 뭔가를 얘기해 주마, 전부 다 이야기해 줄게. 여기엔 끔찍한 일이 하나 있는데……. 네가 이 일에 있어서 나의 재판관이 되어 주는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얘기는 꺼내지 말아 주렴, 지금은 쉿, 잠자코 있는 거다. 그래, 지금 넌 내일 있을 공판 얘기를 했다만, 네가 믿든 말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단다.”


“그 변호사와는 얘기를 해 봤어?”

“변호사라니! 나는 그 작자에게 죄다 이야기했어. 수도(首都)에서 좀 놀았다, 이거지. 역시나, 베르나르 같은 놈이라니까!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내 말을 믿어 주질 않아. ‘그렇다면 대체 왜 당신은 나를 변호하러 왔소?’라고 물어봤지. 이런 놈들한테는 침이나 탁 뱉어 주면 돼. 의사도 초빙해 왔는데, 나를 미친놈으로 만들고 싶어 해. 내가 이런 걸 용납할 리가 없지!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는 끝까지 ‘자기 의무’를 이행하고 싶어 해. 신경과민이 돼서 억지를 부리는 거라니까!” 미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고양이 같은 여자야! 잔인한 마음의 소유자이지! 내가 그때 모크로예에서 그녀를 두고 ‘위대한 분노’를 지닌 여성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그쪽까지 흘러간 거지. 그나저나, 증거들이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불어났어! 그리고리는 여전히 고집을 부리고 있어. 그 영감, 정직하긴 하지만 바보야. 많은 사람들이 바보라서 정직한 경우가 참 많아. 이건 라키친의 사상이야. 그리고리는 나의 적이 돼 버렸어.


어떤 사람은 친구가 되느니 적이 되는 편이 유리할 수도 있지. 이건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를 두고 하는 말이야. 무서워, 오, 그녀가 법정에서 4500을 받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한 얘기를 하게 될까 봐 무서워 죽을 지경이야! 그녀는 끝까지 앙갚음을 할 거야, 마지막 한 닢까지 갚을 거라고. 난 그녀의 희생은 원하지 않아! 그래 봤자, 법정에서 창피를 당하는 건 나일 테니까! 다 자업자득이지. 나는 말이다, 알렉세이, 그냥 내 할 말을 할 거다.” 그는 다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다만…… 다만…… 그루샤, 그루샤를 어쩌면 좋니, 맙소사! 그 여자가 무엇 때문에 지금 이런 고통을 떠맡아야 된단 말이냐!” 그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쳤다. “그루샤 때문에 나는 죽을 것만 같아, 생각만 해도 죽을 것만 같아, 정말 꼭 죽을 것 같다니까! 조금 전에 나한테 왔다 갔는데…….”

“나도 얘기 들었어. 그녀는 오늘 형 때문에 아주 슬퍼했어.”


“그래, 너한테 우리의 비밀을 전부 털어놓아야겠다!” 미챠가 서둘러 속삭이기 시작했다. “나중에 털어놓으려고 했지만, 너 없이 내가 뭐든 결단을 내릴 수나 있겠니? 어쨌거나 지금은 결단을 내리긴 일러, 선고를 기다려야 되니까. 선고가 내려지면, 그때 네가 운명을 결정해 주렴. 지금은 결정하지 마. 에잇, 무섭구나! 알료샤, 들어 봐. 동생 이반이 나한테 탈출을 권하고 있어. 자세한 건 말하지 않으마. 어떻든 모든 준비가 되었고 일은 무사히 성사될 수 있을 거야. 잠자코 있어,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마. 그루샤와 함께 아메리카로 가라는 거야. 어쨌거나 나는 그루샤 없이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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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은 아메리카에서도 ‘선량한 성향만 갖고 있으면’ 땅 밑에서보다 유익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말했어. 그래, 하지만 우리의 지하 찬송가는 어떻게 되는 거냐? 아메리카가 뭐냐, 아메리카도 또 덧없는 속세가 아니더냐! 더욱이 내 생각에 아메리카에는 말이지, 사기꾼들이 판칠 것 같아. 십자가로부터 도망을 친다니! 그래서 너한테 말하는 거다, 나는 그루샤 없이는 못 살아,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일단은 기다려 다오!”

미챠는 미친 사람처럼 말을 끝맺었다.


알료샤는 굉장히 놀라워하면서 듣고 있었는데, 심히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나에게 한 가지만 얘기해 줘.” 그가 말했다. “누가 이걸 맨 처음으로 생각해 냈지?”

"일주일 전에 갑자기 와서는 곧바로 이 이야기부터 꺼냈어. 끔찍할 정도로 고집을 부리고 있어. 이건 숫제 권유가 아니라 명령이야. 그 녀석에게도 지금 너한테 했듯 내 마음을 모두 털어놓고 찬송가 얘기도 했지만, 그 녀석은 내가 자기 말에 복종하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더군.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돈인데, 탈출 비용으로 1만 루블, 아메리카에 가는 비용으로 2만 루블이 들겠지만 1만 루블로 멋지게 탈출을 성사시켜 보자고 했어.”


“그러고서 나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는 거지?” 알료샤가 다시 되물었다.

“절대, 아무에게도, 특히나 너에게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말하지 말라고! 분명히 네가 양심처럼 내 앞에 버티고 있을까 봐 두려운가 봐. 내가 너한테 이런 말을 했다는 거, 그 녀석한테 말하지 마라. 에잇, 말해선 안 돼!”

“형 말이 맞아.” 알료샤가 결정을 내렸다. “재판에서 선고가 내려지기 전에는 결정할 수 없지. 재판이 있고 나서 형이 직접 결정해. 그때는 형 스스로 내부에서 새로운 사람을 발견할 것이고, 그 사람이 결정해 줄 거야.”


“이반은 말이다”라면서 미챠가 말했다. “탈출하라고 권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내가 죽였다고 믿고 있어!”

“알료샤, 나에게 정말 사실대로 말해 다오, 주 하느님 앞에 선 것처럼. 너는 내가 죽였다고 믿고 있느냐, 아니냐? 거짓말을 해선 안 돼!” 그는 알료샤에게 미친 듯 소리쳤다.

“단 한순간도 형이 살인자라고 믿은 적은 없어.” 알료샤의 가슴속에서는 갑자기 이런 말이 튀어나왔고, 그는 자기 말의 증인으로 오른손을 위로 쳐들었다. 순간, 한없는 행복이 미챠의 얼굴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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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그는 꼭 기절을 했다가 정신이 들어 첫 숨을 내쉬는 것처럼 말꼬리를 길게 빼며 말했다.

“나는 지금 네 덕분에 부활한 거야……. 안 믿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지금까지 너한테 이걸 물어보는 것이 두려웠어, 다름 아닌 너, 너한테 말이다! 그럼, 가 보거라! 네가 나한테 내일을 위한 힘을 주었구나, 하느님이 너를 축복해 주시길! 그래, 가 보렴, 이반을 사랑해라!” 미챠에게선 마지막으로 이런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알료샤는 완전히 눈물범벅이 되어 밖으로 나왔다. 미챠가 이토록 의심이 많아지다니, 심지어 알료샤마저도 완전히 믿지 못하다니,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불운한 형의 영혼 속에 도사리고 있던 출구 없는 괴로움과 절망의 심연을 갑자기 알료샤 앞에 열어 보인 셈이었다. “이반을 사랑해라!” 갑자기 미챠가 지금 한 말이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이반에게로 가는 중이었다. 아침부터 죽어도 이반을 꼭 봐야만 했으니까. 이반도 미챠 못지않게 그를 괴롭혔는데, 지금 형을 만난 이후에는 어느 때보다도 더욱 그랬다.


5 형이 아니야, 형이 아니라고!


이반에게 가려면 도중에 카체리나 이바노브나가 살고 있는 집 앞을 지나가야 했다. 창문에 불빛이 비쳤다. 그는 갑자기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깐 들러 보기로 마음먹었다.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를 못 본 지 벌써 일주일도 넘은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특히 그런 큰일을 앞둔 밤이니만큼 지금 이반이 그녀의 집에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초인종을 누른 뒤 등불이 희미하게 밝혀진 계단으로 들어서면서 그는 누군가가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는데, 서로 가까워지면서 보니 형이었다. 그는 벌써 카체리나 이바노브나 집을 나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아, 그냥 너였구나.” 이반 표도로비치가 건조하게 말했다. “그래, 잘 가거라. 그 여자한테 가는 길이냐?”

“응.”

“안 가는 게 좋을걸, 그녀는 ‘흥분’ 상태라서 너를 보면 마음이 더 심란해질 테니까.”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위층에서 순식간에 문이 열리면서 갑자기 이렇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그이를 만나고 오시는 길인가요?”

“예, 거기서 오는 길입니다.”

“나에게 무슨 전하는 말은 없던가요? 들어오세요, 알료샤, 당신도, 이반 표도로비치, 꼭 다시 들어와요”

카챠의 목소리가 너무도 심한 명령조였기 때문에 이반 표도로비치는 다시 올라가기로 마음먹었다.


“그이가 무슨 말을 전하라고 하던가요?”

“그저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알료샤가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을 갖고서 법정에서 그 일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그는 다소간 어물거렸다. “그러니까 두 분 사이에 있었던…… 두 분이 처음 만났던 그때…… 그 도시에서…….”

“아, 그 돈 때문에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한 일 말이군요!” 그녀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여자란 종종 정직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그녀가 이를 갈았다. “나는 한 시간 전만 해도 저 불한당 같은…… 저 파충류 같은 사람을 건드리는 것조차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니에요, 그이는 나한테 여전히 한 인간인걸요! 정말 그이가 죽인 걸까요? 그이가 죽인 거냐고요?” 그녀가 재빨리 이반 표도로비치에게로 몸을 돌리면서 갑자기 히스테릭하게 소리쳤다. 알료샤는 자기가 도착하기 일 분 전까지도 그녀가 이반 표도로비치에게 이 똑같은 질문을 벌써 한 백 번은 던졌고 결국 이 때문에 싸우게 됐음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나는 스메르쟈코프한테 갔었어……. 바로 당신, 당신이 나한테 이 사람이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라고 주장했잖아. 나는 오직 당신 말을 믿었을 뿐이야!” 그녀가 여전히 이반 표도로비치를 향해 말을 이어 갔다. 상대방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억지로 씩 웃었다. 알료샤는 그녀가 이렇게 너나들이를 하는 걸 듣고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그들이 이렇게 가까운 관계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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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쨌거나 이젠 됐어.” 이반이 딱 잘라 말했다. “그만 가 볼게.” 그러곤 즉시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가 곧장 계단을 내려갔다.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는 갑자기 명령이라도 하듯 알료샤의 두 손을 잡았다.

“저 사람 뒤를 따라가요! 어서 쫓아가요! 단 일 분도 저 사람을 혼자 있게 해선 안 돼요.” 그녀가 빠르게 속삭였다. “저 사람, 제정신이 아니에요. 저 사람이 정신이 나갔다는 거, 당신은 모르시죠? 저이는 열병, 신경성 열병을 앓고 있단 말이에요! 의사가 나한테 말했어요, 제발 가 보세요, 얼른 저이를 쫓아가요…….”


알료샤는 벌떡 일어나 이반 표도로비치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상대방은 아직 오십 보도 가지 못한 상태였다.

“아 참, 까먹을지도 모르니까, 이거 형한테 보내는 편지래.” 알료샤가 조심스럽게 말한 뒤, 호주머니에서 리자의 편지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들은 때마침 가로등 가까이 온 상태였다. 이반은 금방 필체를 알아보았다.

“아, 이건 그 꼬마 악마가 보낸 거로군!” 그는 표독스럽게 웃더니 봉투를 뜯어 보지도 않고 갑자기 갈기갈기 찢어서 허공으로 날려 버렸다. 종잇조각들이 날아 흩어졌다.

“열여섯 살도 안 됐을 것 같은 것이 벌써부터 추파를 던지다니!” 그는 경멸스럽다는 듯 이렇게 말하면서 거리를 따라 다시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었다. 둘 다 일 분 정도 말이 없었다.


“저 여자는 이제 밤새도록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드릴 거야, 내일 법정에서 어떻게 해야 될지를 가르쳐 달라면서.” 그가 갑자기 다시금 매정하고 표독스럽게 말을 시작했다.

“형은…… 형은 카체리나 이바노브나 얘기를 하는 거야?”

“그래. 자기는 미첸카를 구해 줘야 될까, 아니면 파멸시켜야 될까? 그러니까 자신의 영혼을 밝혀 달라고 기도를 하는 거야. 저 여자도 아직은 말이다, 모르고 있는 거야, 준비가 덜 됐거든."


“도대체 그녀가 어떤 식으로 큰형을 파멸시킬 수 있다는 거지?” 그가 이반의 말을 곰곰 씹으면서 물었다. “미챠를 곧장 파멸시킬 수 있는 어떤 걸 제시할 수라도 있단 말이야?”

“네가 아직 모르는 게 있어. 그 여자 손엔 서류가 하나 있는데, 그건 미챠가 제 손으로 쓴 것으로 자기가 표도르 파블로비치를 죽였다는 걸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거야.”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알료샤가 소리쳤다.

“있을 수 없다니? 내 눈으로 읽었는데.”


“그렇다면 누가 살인자냐, 네 생각엔?” 그가 어쩐지 척 보기에도 차가운 어조로 물었는데, 이 질문에서는 어쩐지 오만한 음조마저 배어 있었다.

“누구인지는 형도 알고 있잖아.” 알료샤가 조용히, 상대의 속마음을 파고들듯 말했다.

“대체 누구야? 그 정신이 나간 병신 같은 간질병자를 두고 떠드는 우화 같은 소리 말이니? 스메르쟈코프를 말하는 거냐고?”


“누구인지는 형이 잘 알고 있잖아.” 그의 입에서 힘없이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는 숨을 헐떡였다.

“그래 누구, 누구냐고?” 이반은 이제 거의 광포하게 소리쳤다. 갑자기 자제력이 싹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이야.” 여전히 거의 속삭이듯 알료샤가 말했다. “아버지를 죽인 건 형이 아니야. 형이 아니라고!” 알료샤가 확고한 어조로 반복했다.


“내가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어,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창백한 미소를 지으며 이반이 말했다.

“아니야, 이반, 형은 스스로에게 몇 번씩이나 살인자는 바로 형 자신이라고 말해 왔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는 거냐? 나는 모스크바에 있었어……. 언제 내가 그런 말을 했겠어?”

“형은 스스로에게 이 말을 수차례에 걸쳐 해 왔어, 이 끔찍한 두 달 동안 혼자 있을 때마다.” 알료샤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또박또박 말을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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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반이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알료샤의 어깨를 꽉 붙들었다.

“너, 내 방에 왔던 거로구나!” 그가 이를 갈듯 속삭이며 말했다.

“너는 밤에 내 방에 와 있었어, 그놈이 왔을 때……. 바른대로 말해…… 너는 그놈을 봤지, 본 거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이야…… 미챠를 말하는 거야?” 알료샤가 의혹에 사로잡혀 물었다.


“형 얘기가 아니잖아, 에잇, 그 빌어먹을 불한당!” 이반이 미친 듯 울부짖었다.

“너는 그놈이 나를 찾아온다는 걸 알고 있는 거지? 어떻게 알아낸 거야, 말해!”

“그놈이 누구야? 나는 형이 누구 얘기를 하는 건지 통 모르겠어.” 알료샤가 겁에 질려 이렇게 웅얼거렸다.

“아니, 넌 알고 있어……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어떻게…… 그래, 네가 모를 리가 없지…….”


“형.” 하고 알료샤가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내가 형에게 이 말을 한 것은 형이 내 말을 믿을 테니까 그런 거야, 나는 그럴 줄 알고 있어. 나는 내 평생을 걸고 형에게 이 말을, 형이 아니야!라는 말을 한 거야. 내 말 듣고 있어, 내 평생을 걸었다고. 그리고 이건 하느님이 내 영혼 속에 형에게 이 말을 해 주라고 정하신 거야, 비록 이 순간부터 형이 영원토록 나를 증오하게 될지라도…….”


하지만 이반 표도로비치는, 보아하니, 이제는 완전히 자제력을 되찾은 것 같았다.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하고 그가 차가운 냉소를 머금으면서 말했다. “나는 예언자나 간질병자 따위는 딱 질색이올시다. 하느님의 사자(使者) 같은 건 특히나 더 그렇소, 이 점은 당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테지. 이 순간부터 나는 당신과 헤어지도록 하겠소, 아마 영원한 이별이 될 거요. 자, 바로 이 교차로에서 이제 그만 헤어져 주시지! 듣고 있소?”


그는 몸을 돌린 뒤, 단호하게 걸음을 떼 놓으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걸어갔다.

알료샤가 그의 등에다 대고 소리쳤다. “오늘 형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제일 먼저 나를 생각해 줘……!”

하지만 이반은 대답이 없었다. 알료샤는 이반이 어둠 속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출 때까지 교차로의 가로등 옆에 서 있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죽은 후 그와 이반 표도로비치는 서로 다른 집에 따로 살고 있었다.


이반 표도로비치는 대문 앞에 다다랐는데, 갑자기 그는 몸을 뒤로 돌리더니 도시의 정반대편 끝, 자기 집에서 2베르스타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 쓰러져 가는 보잘것없이 작은 통나무집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마리야 콘드라치예브나가 살았는데, 그녀는 전에 살던 집은 팔아 버리고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거의 오두막이나 다름없는 그 집에서 살고 있었고, 거의 죽음의 문턱을 드나들 만큼 심하게 앓고 있는 스메르쟈코프는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죽은 이후로 이들 집에 살고 있었다. 바로 이 스메르쟈코프를 보기 위해 이반 표도로비치는 지금 길을 나선 것이니, 불현듯 한 가지 상념이 떠올라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그를 이끌고 있었다.


6 스메르쟈코프와의 첫 번째 만남


그러니까 이반 표도로비치가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후 스메르쟈코프와 얘기를 나누러 가는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였다. 참극 이후 그가 처음으로 스메르쟈코프를 만나 얘기를 나눈 것은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첫날이었고, 그다음엔 이 주일이 지난 뒤 한 번 더 그를 방문했다. 하지만 이 두 번째 만남 이후에는 스메르쟈코프와의 만남을 중단했고, 때문에 지금 그는 벌써 한 달 남짓 그를 보지 못한 데다가 그에 대해선 거의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그 당시 이반 표도로비치는 아버지가 죽은 지 닷새째 되는 날에 모스크바에서 돌아왔던 까닭에 발인(發靷)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가 우리 도시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만나 얘기를 나눈 사람은 알료샤였는데, 그가 미챠에게 혐의를 두려 하지도 않을뿐더러 우리 도시의 모든 다른 견해들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바, 곧장 스메르쟈코프를 살인자로 지목한 것에 깜짝 놀랐다. 이어, 경찰 서장, 검사를 만나서 혐의 내용 및 체포에 관한 세부 사항들을 알고 난 뒤에 더더욱 알료샤에게 놀랐으며, 그의 의견을 그저 극도로 달아오른 형제애와, 이반도 익히 알고 있듯 워낙에 미챠를 사랑했던 알료샤의 연민의 결과로 치부했다.


이반은 형을 결단코 좋아하지 않았으며, 이따금씩 그에게 큰 연민을 느낄 때는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경멸이 지나쳐 혐오에까지 이른 감정과 뒤섞인 것이었다. 미챠라는 인간 자체, 미챠의 그 형체마저도 그는 딱 싫었다. 미챠를 향한 카체리나 이바노브나의 사랑은 격노의 감정을 갖고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피고가 된 미챠를 처음으로 만난 것도 역시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그날이었는데, 이 만남은 그의 내부에 도사린, 미챠의 유죄에 대한 확신을 약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강화시켜 놓았다.


미챠는 말은 많았지만 넋이 나간 듯 아주 산만했고, 아주 매몰찬 어조로 스메르쟈코프를 몰아세웠지만 도무지 뒤죽박죽이었다. 무엇보다도, 줄곧 고인이 자기한테서 ‘훔친’ 그 3000루블 얘기를 해 댔다. “내 돈이야, 그건 내 돈이었어.”라고 미챠는 되뇌었다. “내가 그걸 훔쳤더라도 나는 옳았을 거야.” 자기한테 불리한 모든 증언들에 대해선 거의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으며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들을 논할 때도 역시나 아주 요령부득에다가 터무니가 없었다.


심지어 이 첫 번째 만남에서 그는 제 입으로 “모든 것이 허용된다.”라고 주장하는 놈들은 자기에게 혐의를 걸거나 자기를 심문할 자격이 없노라고 이반 표도로비치에게 매몰차게 말함으로써 그를 모욕하기까지 했다. 대체로 이번엔 이반 표도로비치에게 아주 비우호적이었던 것이다. 그때 그렇게 미챠를 만나고서 이반 표도로비치는 그길로 곧 스메르쟈코프를 보러 갔다.


그는 당시 시립 병원에 있었다. 의사 게르첸슈투베, 그리고 이반 표도로비치가 병원에서 만난 의사 바르빈스키는 이반 표도로비치가 집요하게 질문을 퍼붓자, 스메르쟈코프의 간질병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확고하게 대답했으며 “참극이 있는 당일 간질 발작이 난 척 연기를 했던 건 아닐까요?”라는 질문에는 오히려 놀라기까지 했다.


병원에서는 즉시 그의 면회를 허가해 주었다. 스메르쟈코프는 이반 표도로비치를 보자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고, 첫 순간에는 심지어 겁을 집어먹은 듯도 싶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순간에 불과했고, 남은 시간 동안은 스메르쟈코프가 오히려 너무도 평온했던 탓에 그는 거의 충격을 받기까지 했다. 이반 표도로비치는 첫눈에 그가 그야말로 완전히 중증이라는 걸 확신하게 됐고 여기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뭔가를 암시하는 듯 슬쩍 찡그리는 왼쪽 눈은 영락없이 예전의 스메르쟈코프 그대로였다. ‘영리한 사람과는 얘기를 나누는 것도 흥미롭다.’라는 말이 즉시 이반 표도로비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스메르쟈코프의 발치 곁, 의자에 앉았다.

“오신 지 오래되셨습니까?” 그는 곤혹스러워진 방문객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듯 관대하게 덧붙였다.

“오늘에야 왔어……. 여기서 일어난 너희들의 성가신 일을 처리하려고.”


스메르쟈코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한숨을 쉬는 게냐, 너도 알고 있었으면서?” 이반 표도로비치는 다짜고짜 뇌까렸다.

스메르쟈코프는 의젓하게 잠깐 침묵을 고수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었겠습니까요? 다만, 이렇게까지 될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이렇게까지 되다니? 이놈,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마! 네놈은 지하 창고에 내려가면 즉시 간질 발작이 일어날 것처럼 예언하지 않았더냐? 곧바로 지하 창고라고 했단 말이다. 나는 간질 발작은 미리 예언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 알아보고 하는 소리니, 네놈은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하지 마! 날짜와 시간은 예언할 수는 없단 말이다. 일부러 발작이 난 척 연기를 한 게 아닌 다음에야……."


“지하 창고라면 그렇잖아도 가야 됐습죠, 그것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요.” 스메르쟈코프가 서두르지 않고 말꼬리를 질질 끌며 말했다. “정확히 일 년 전에도 꼭 그런 식으로 다락방에서 떨어졌습죠. 간질 발작이 일어날 날짜와 시간을 미리 예언할 수 없는 건 맞지만, 그 예감이란 언제든지 지닐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너는 날짜와 시간을 예언했단 말이다!”

“저의 간질 발작에 대해서는 차라리, 도련님, 이곳 의사들한테 가서 알아보십시오. 저의 발작이 진짜였는지, 가짜였는지 말입죠."


"그럼 지하 창고는? 지하 창고는 어떻게 예언한 거냐?"

"도련님께서는 이 지하 창고에 아주 환장을 하셨군요! 그때 이 지하 창고로 내려갔을 때 저는 두려움과 의혹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도련님마저 없으니 온 세상을 통틀어 더 이상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더더욱 두려웠던 것이죠. 이와 같은 모든 일과 이전, 그 러니까 바로 그 전날 저녁 대문 곁에서 도련님과 나누었던 대화를, 그리고 그때 제가 도 련님께 지하 창고에 대한 저의 두려움을 전했다는 사실을 - 이 모든 것을 저는 게르체슈 투베 의사 선생님과 이어 예심판사 니콜라이 파르표노비치에게 상세하게 털어놓았고, 그 들은 모든 걸 조서에 기록했습니다."

이 말을 하고서 스메르쟈코프는 완전히 녹초가 된 듯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럼 우리가 대문 곁에서 나눈 대화도 토씨 하나 안 빼고 말했더냐?"

"아니요, 토씨 하나 안 빼고 다 말한 건 아닙죠."

"그럼, 간질 발작이 난 척 연기할 수 있다며 그때 내 앞에서 떠벌린 건, 그것도 역시나 말했더냐?"

"아니요, 그것도 말 안 했습니다요."

"이놈, 이제 나한테 똑똑히 말해 봐, 네놈은 그때 무엇을 위해서 나를 체르마쉬냐로 보내려 했지?"

"모스크바로 떠나 버리실까 봐 두려웠습니다, 체르마쉬냐가 어쨌거나 더 가깝잖습니까요."


"거짓말도 잘하는구나, 네놈이 직접 나한테 '죄스러운 일을 피해 멀리 떠나시지요', 하지 않았더냐!"

"그건 제가 그때 집안에 재앙이 있으리라는 예감이 들어 도련님이 가여웠던 나머지, 그러니까 오로지 도련님을 향한 우애의 정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심에서 그런 겁니다요. 다만, 도련님보다는 제 몸에 대한 가여움이 더 컸습죠. 그래서 죄스러운 일을 피해 멀리 떠나라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그러면 도련님께서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생기겠구나, 하고 알아들으시고 집에 남으셔서 부모님을 보호하시도록 말입죠."


"좀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그랬더냐, 바보 같은 놈아!" 이반 표도로비치가 갑자기 발끈했다.

"제가 도련님더러 그 모스크바 대신에 체르마쉬냐로 가라고 권했으니까, 눈치를 챘을 법합지요."

"그렇다 한들 어떻게 눈치를 챌 수 있었다는 거냐고!" 이반 표도로비치가 소리쳤다.

스메르쟈코프는 또다시 일 분 정도 입을 다물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눈치채실 수 있으셨겠죠. 즉 제가 도련님께 모스크바가 아니라 체르마쉬냐를 권한다면, 그건 다시 말해서 모스크바는 멀리 있으니까 도련님이 여기에 아주 가까이 있기를 바란다는 뜻인데, 드미트리 표도로비치는 도련님께서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알면 차마 엄두를 내지 못했을 테니까요. 더욱이 무슨 일이 일어날 시에는 도련님께서 최대한 빨리 오셔서 저를 보호해 주실 수도 있었을 테고요. 저는 도련님께서 이미 그때 그분이 틀림없이 무슨 일을 저지를 것을 눈치채시고서 체르 마쉬냐에 가는 건 고사하고 숫제 그냥 집에 남아 계실 거라고 생각했지 뭡니까."


'이놈, 말 한번 조리 있게 잘하는군.'하고 이반 표도로비치는 생각했다. 비록 좀 우물 거리긴 하지만 말이야.'

"눈치를 챘다면, 집에 남았겠지!" 이반 표도로비치가 다시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랬겠지요, 하지만 저는 도련님께서 모든 것을 눈치채고서도 빨리 죄스러운 일을 피해 떠나 버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요. 너무 두려웠던 나머지 자기 몸을 보존하고자 어디로든 도망을 치기 위해서 말입죠."

"네놈은 모든 사람들이 네놈 같은 겁쟁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지?"

"죄송한 말씀이지만, 도련님도 저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억나나, 네놈이 그 때 마차 곁으로 다가와서 나한테 '영리한 사람과는 얘기를 나누는 것도 흥미롭다.'라고 말했던 것 말이다. 다시 말해서, 그렇게 칭찬을 한 걸 보면 내가 떠나는 게 기뻤다는 것이겠지?”

"기뻐했다면, 그건 오로지 모스크바가 아니라 체르마쉬냐로 가시겠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그쪽이 더 가까우니까요. 다만 제가 도련님께 드린 바로 그 말씀은 칭찬이 아니라 책망이었습니다요."

"책망이라니?"

"그런 재앙이 닥치리라는 예감이 들었으면서도 친아버님을 버려 두고 떠나시다니, 또 우리를 보호할 생각도 하지 않으시다니 말입죠. 언제라도 저한테 그 3000을 훔쳤다는 누명을 씌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네놈이 직접 간질 발작을 연기할 수 있다고 나한테 말했잖아, 대체 뭘 위해 그런 소리를 한 거냐?"

"오로지 제가 순진무구해서입죠. 더욱이 저는 평생 동안 일부러 간질 발작을 연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저 도련님 앞에서 자랑을 하느라 그렇게 말했을 따름입죠. 그냥 어리석었을 따름입죠."

"형은 네놈이 죽였고 네놈이 훔쳤다면서 곧장 네놈을 범인으로 몰아세우고 있어."

"아니, 그분에게 더 이상 뭐가 있습니까?" 스메르쟈코프는 이를 드러내며 씁쓸하게 웃었다. "증거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누가 그분 말을 믿겠습니까? 그리고리 바실리예비치 가 문이 열린 걸 봤는데, 이제 와서 뭘 어쩌겠어요. 제 몸 하나 구하려고 벌벌 떨기만 할 뿐……." 그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이렇게 덧붙였다.


"뭐 그러니까 또 같은 말을 하게 되는뎁쇼, 그분이 이건 제가 한 짓이라며 저한테 죄를 덮어씌우려 한다는 건 저도 이미 들었습니다만, 하지만 이건 제가 간질 발작을 연기하는 데 도사라는 소리와 거의 다를 바 없죠. 하지만 그 당시 제가 정말로 도련님의 부친을 어 떻게 할 속셈이 있었다면, 간질 발작을 연기할 줄 안다는 얘기를 도련님께 미리 했겠습니 까? 제가 그렇게 살인할 속셈이었다면, 아니, 제가 아무리 바보 천치라도, 앞으로 저 자신 에게 불리한 그런 증거가 될 말을, 다름 아닌 친아들인 도련님께 했겠습니까, 당치도 않습니다요! 이게 말이 되나요, 어디? 이건, 이건 오히려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요. 지금 도련님과 저의 이 대화도 저 하느님을 제외하면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데, 만약 도련님께서 검사와 니콜라이 파르표노비치에게 알리신다고 해도, 그 덕분에 궁극적으론 오히려 저를 변호해 주시는 결과가 될 겁니다요. 왜냐면 애당초 저렇게 순진무구하게 굴었던 놈이라면, 저게 무슨 악당이냐, 그런 놈이 어디 있어? 하는 식일 테니까요. 이 모든 걸 찬찬히 따져 보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이봐.” 스메르쟈코프의 마지막 추론에 충격을 받은 이반 표도로비치는 대화를 중단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너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심지어 너한테 혐의를 두는 것 자체를 웃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네가 나를 안심시켜 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이만 가 보겠지만, 다시 들르도록 하지. 일단은 잘 있어, 빨리 건강해지고."


“그럼, 또 보자. 그나저나 네가 간질 발작이 난 시늉을 할 수 있다는 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 너도 그런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이반은 갑자기 무엇 때문인지 이런 말을 했다.

“잘 알겠습니다요. 도련님께서 그걸 말씀하지 않으신다면, 저도 그때 대문 곁에서 우리가 주고받은 말은 절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그러고서 곧장 이반 표도로비치는 갑자기 병실을 나왔는데, 복도를 열 걸음쯤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스메르쟈코프의 마지막 말 속에 어떤 모욕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었음을 갑자기 감지했다.


그 이후 며칠 동안 그는 미챠를 골치 아프게 만드는 모든 증거들을 좀 더 가까이서, 좀 더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미챠가 유죄라는 것을 이미 완전히 확신하게 되었다. 아주 하찮은 사람들이 내놓은 증언 중에서도 페냐나 그녀의 어머니의 증언처럼 거의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있었다. 페르호친, 술집, 플로트니코프 상점, 모크로예의 증인들에 대해서는 새삼스레 더 할 말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세부적인 사항들이 골치가 아픈 것들이었다. 비밀 ‘노크 신호’에 대한 정보는 그리고리의 열린 문에 대한 증언과 거의 마찬가지로 예심판사와 검사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건 그렇고, 이 무렵 그는 완전히 다른 한 가지 정황에 몰입해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온 이후 초창기, 그는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를 향한 불타는 듯한 광기 어린 열정에 온통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이 빠져 버린 것이다. 미챠 사건 때문에 완전히 충격을 받은 그녀는 자기한테로 돌아온 이반 표도로비치가 마치 무슨 구세주라도 되는 양 그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이 엄정한 처녀는, 자기 연인의 카라마조프적인 격렬한 욕망과 그녀를 향한 한결같은 흠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오롯이 희생하진 않았다. 동시에 미챠를 배반했다는 회한으로 끊임없이 괴로워했으며 이반과 과격한 말다툼을 벌일 때면(이런 일이 많았다.) 그에게 이 얘기를 노골적으로 해 버렸다.


어쨌든 그는 일시적으로나마 스메르쟈코프를 거의 잊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 주일이 지난 뒤, 이전과 다름없이 예의 그 이상한 생각들이 또다시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때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집에서 보낸 마지막 날 밤, 대체 무엇을 위해 도둑처럼 몰래 계단으로 내려가 아버지가 아래층에서 뭘 하는지를 엿들었을까? 왜 나중에 이 일을 떠올리면 혐오감이 드는 것일까, 다음 날 아침 길을 떠나면서 왜 갑자기 그토록 가슴이 아려 왔던 것일까,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때 왜 스스로에게 “나는 비열한 놈이야!”라고 말했던 것일까?


때마침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길거리에서 알료샤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는 곧장 알료샤를 불러 세우고 갑자기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기억나, 저녁 식사 후 드미트리가 집 안으로 쳐들어와선 아버지를 흠씬 두들겨 팼을 때 그러고 나서 내가 뜰에서 너한테 ‘기대의 권리’ 정도는 보유하고 있겠다고 말한 거 말이다. 어디 한번 말해 봐, 너는 그때 내가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했니, 아니니?”

“그렇다고 생각했어.” 알료샤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때 넌 내가 ‘한 마리의 독사가 다른 한 마리의 독사를 잡아먹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니, 다시 말해서 드미트리가 아버지를 죽여 주길, 그것도 어서 빨리 죽여 주길 바란다는…… 그리고 내가 나서서 기꺼이 거들어 줄 용의마저 있다는?”

“형 미안해, 그땐 그런 생각까지 했어.” 알료샤가 이렇게 속삭인 뒤, ‘상황을 누그러뜨릴’ 어떤 말도 하나 덧붙이지 않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고맙다!” 이반은 딱 잘라 말하고서 알료샤를 내버려 둔 채 황급히 제 갈 길을 갔다. 아료샤는 이반 형이 자기를 싫어하게 됐다는 점까지 눈치했으며, 때문에 그 이후론 알료샤 자신도 이미 형에게 발길을 끊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반 표도로비치는 이렇게 알료샤를 만난 직후, 집에도 들르지 않고 갑자기 또다시 스메르쟈코프를 찾아갔다.


<11장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