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2-2)

김연경 옮김 민음사

by Andy강성

6 검사의 논고. 성격 묘사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논고를 시작했는데, 이마와 관자놀이로 병적일 만큼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온몸에 오한과 신열을 번갈아 느끼면서 온몸을 신경질적으로 파르르 떨었다. 이건 훗날 그가 직접 한 얘기였다. 그는 이 논고를 자신의 걸작(chef d’oeuvere), 전 생애의 걸작으로, 즉 자신의 백조의 노래로 간주했다. 사실 그는 구 개월 뒤에 악성 폐결핵으로 죽었고, 따라서 만약 그가 자신의 종말을 미리 예감했다면 정말로 스스로를 최후의 노래를 부르는 백조에 비유할 만한 권리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말이 승리를 거둔 것은 그것이 진실했기 때문이었다. 즉, 그는 진실로 피고의 유죄를 믿었다. 막연히 타인의 주문이나 직무상의 의무감 때문에 ‘복수’를 호소하며 피고의 유죄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사회를 구하려는’ 소망에 전율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론, 심지어 이폴리트 키릴로비치에게 적대적이던 우리네 부인네들조차도 어쨌든 굉장히 큰 감명을 받았음을 인정할 정도였다.


“배심원 여러분.” 하고 검사는 논고를 시작했다.

“본 사건은 러시아 전역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놀랄 일이 뭐가 있으며 공포를 느낄 일이 또 뭐가 있습니까? 우리, 특히 우리가 말이죠? 정말이지 우리는 이와 같은 모든 것에 너무나 익숙해진 사람들이 아닙니까! 이토록 음울한 사건들이 우리에게 거의 더 이상 공포스러운 것이 되지 못한다는 데 바로 우리의 공포가 있는 겁니다! 우리가 정작 공포를 느껴야 되는 대상은 우리의 습관이지, 이런저런 개인의 개별적인 악행이 아닙니다.

도대체 이와 같은 사건들,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미래를 예언해 주는 이와 같은 시대의 깃발들에 대해 우리가 무심하고 또 거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우리의 냉소주의에 있는 겁니까, 아니면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렇게 일찍 노쇠해 버린 사회의 지성과 상상력의 고갈에 있는 겁니까? 근본까지 뒤흔들려 버린 이 도덕 원칙에 있는 겁니까, 아니면, 끝으로, 우리에겐 심지어 이런 도덕 원칙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데 있는 겁니까?

우리가 거의 매일 읽고 있는 것은 대체 어떤 내용들입니까? 오, 심지어 본 사건마저도 빛바래게 만들 만한, 이미 거의 평범한 뭔가로 보이게 만들 만한 사건들이 매 시각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대한 것은 우리의 러시아, 즉 우리의 전 국민적 형사 사건들의 대다수가 어떤 보편적인 것이, 우리에게 익숙해진 어떤 보편적인 재앙이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해 준다는 사실인데, 보편적인 악처럼 된 이 재앙과 투쟁한다는 것은 이미 힘든 일입니다.

한번 보십시오, 여러분, 보시라고요, 우리 나라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이 자살을 하는지를. 오, ‘거기엔 무엇이 있을까?’라는 햄릿적인 질문은 전혀, 아니, 이런 질문의 조그만 징후조차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꼭 우리의 정신과 무덤 뒤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모든 것에 대한 이러한 논의는 오래전에 그들의 천성 속에서 말살되어 매장되고 그 위에 모래까지 흩뿌려진 듯 말입니다. 끝으로, 우리의 방탕을, 우리의 호색한들을 보십시오. 본 소송의 불행한 희생자인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그런 부류에 속하는 어떤 자들에 비하면 한낱 순결한 갓난아이에 불과합니다.

지금 우리는 그저 경악하거나, 아니면 겉으론 경악하는 척하면서 실은 오히려 우리의 냉소적이고 게으른 무위를 자극하는 강렬하고 기괴한 감각들을 즐기며 그것에 탐닉하거나, 끝으로 어린애들처럼 손을 내저으며 무서운 환영들을 쫓아내고 그 무서운 망령이 사라질 때까지 베개 속에 머리를 파묻고 있다가 나중에 즐거운 놀이를 하며 그것을 곧장 망각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앞선 시대의 위대한 작가는 자신의 최고 걸작('고골'의 '죽은 혼')의 결말에서 러시아 전체를 미지의 목적을 향해 질주하는 용맹스러운 러시아 트로이카의 모습으로 묘사하면서 ‘아, 트로이카여, 새와 같은 트로이카여, 과연 누가 너를 발명해 냈단 말인가!’라고 외칩니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황홀감에 빠져, 쏜살같이 질주하는 트로이카 앞에서는 모든 민족들이 공손하게 뒤로 물러선다고 덧붙입니다.

저의 죄스러운 견해론, 천재적인 예술가가 이렇게 끝을 맺은 것은 어린애답고 순진한 낙천주의의 발작 때문이거나 아니면 그저 그 당시의 검열을 두려워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의 트로이카를 그의 주인공들, 즉 사바케비치들, 노즈드료프들, 치치코프들이 끌고 간다면, 그런 말로는 누굴 마부로 앉혀도 도저히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할 테니까요! 게다가 이건 그래도 구식 말이라서 요즘 말들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요즘 것들은 더 말쑥하거든요…….”


여기서 이폴리트 키릴로비치의 연설은 박수갈채로 중단되었다. 러시아 트로이카 묘사에 담긴 자유주의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래 봐야 박수는 사실 겨우 두세 군데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에 재판장은 방청객을 향해 ‘법정에서 퇴장하라.’라고 위협할 필요성까지는 못 느끼고 그냥 박수 부대 쪽을 엄격하게 쳐다봤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기운을 얻었다.


카라마조프 집안


“사실” 하고 그가 말을 이어 갔다. “갑자기 러시아 전역에 걸쳐 이토록 슬픈 명성을 얻게 된 이 카라마조프 집안이란 어떤 것입니까? 어쩌면 제 말이 지나친 과장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으로 이 가족의 그림 속엔 우리의 현대 인텔리 사회의 다소간 공통된 근본적인 요소들이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고삐 풀린 듯 방탕했던 저 불행한 노인을, 그토록 슬프게 자신의 일생을 마감해 버린 저 ‘가장’을 보십시오. 가난한 식객으로 인생의 행로를 시작하여 뜻밖의 느닷없는 결혼을 통해 아내의 지참금으로 크지 않은 자본을 손에 넣은 세습 귀족이었던 그는 처음에는 하찮은 사기꾼에 아첨 잘하는 어릿광대로서 어쨌거나 상당히 수준 높은 지적 능력의 맹아를 갖추었고 무엇보다도 고리대금업자였습니다. 해를 거듭하면서, 즉 자본이 축적됨에 따라 그는 기세등등해집니다.

그는 호색적인 쾌락 말고는 삶에서 어떤 것도 보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아버지로서의 무슨 정신적인 의무 같은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따위 것들을 비웃고 자신의 갓난아이들을 뒤뜰에서 키우다가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려가 버리자 기뻐하죠. 심지어 그들을 숫제 잊어버리고 맙니다. 이 노인의 모든 정신적인 원칙은 ─ '내가 죽은 뒤에 홍수가 나든 말든'입니다. ‘온 세상이 다 불타더라도 나 하나만 좋으면 그만이지.’라는 식이죠.

어제 이곳, 도시의 한 변두리에서 한 병약한 백치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니, 그는 본 사건에 깊이 연루되어 있으며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옛 하인이자 어쩌면 그의 사생아일 수도 있는 스메르쟈코프입니다. 그는 예심에서 히스테릭한 눈물을 흘리면서 이반 표도로비치가 예의 그 무절제한 정신 세계를 보여 줌으로써 얼마나 자신을 경악하게 했는지를 저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분에 따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허용되며 앞으로 그 어떤 것도 금지되지 말아야 합니다 ─ 바로 이렇게 저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라더군요.

‘만약’ 하고 그가 제게 말했습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아들 중 아버지의 성격을 가장 많이 닮은 자가 있다면, 그것은 그분, 즉 이반 표도로비치입니다.’ 더 이상 계속하는 것은 세련되지 못하다는 생각에 이 지적을 인용함으로써 성격 묘사를 중단하겠습니다. 오, 저는 더 이상의 결론을 내리고 싶지도 않으며, 이 젊은 운명 앞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오직 파멸뿐이라며 까마귀처럼 울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어 또 다른 아들이 있습니다. 오, 이자는 음울한 퇴폐적인 세계관을 가진 자신의 형과는 정반대로 경건하고 겸허한 청년으로서 이른바 ‘민중적 근원들’, 혹은 우리의 사유하는 인텔리겐치아의 어떤 이론적 진영에서 이런 기묘한 단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합류하려고 하는 자입니다. 그는, 주지하다시피, 수도원에 합류한 바 있었습니다. 거의 그 스스로 수도사가 되려고 머리를 깎은 것이나 다름없었지요. 제 생각으론, 그의 내부에서 반쯤 무의식적으로 아주 일찌감치 조심스러운 절망이 나타났던 것 같습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선량하고 재능 있는 청년이 하는 일이 모두 잘되길 바라며 그의 젊은 이상주의와 민중적 근원들을 향한 갈망이 훗날에 정신적 측면에선 음울한 신비주의로, 시민적 측면에선 아둔한 국수주의로 바뀌지 않길 바라는 바이니 ─ 이 두 요소는 모두 그의 형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잘못 이해되고 공짜로 획득된 유럽적 계몽으로 인해 초래된 때 이른 퇴폐보다도 더 고약하게 민족을 위협하는 것들이니까요.”

국수주의와 신비주의 얘기가 나오자, 또다시 두세 번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물론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완전히 도취되었다.


우리 시대 가장의 또 다른 아들


“어쨌거나 여기, 우리 시대 가장의 또 다른 아들이 있습니다.” 이폴리트 키릴로비치가 계속 말을 이어 갔다. “그는 우리 앞, 피고석에 앉아 있습니다. 우리 앞에 또한 그의 위업들, 그의 인생, 그의 행적이 놓여 있습니다. 때가 왔기에 모든 것이 펼쳐지고 모든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입니다. 자신의 동생들이 각각 ‘유럽주의’와 ‘민중적 근원들’을 대변한다면, 이 모든 것과 정반대로 그는 스스로 그야말로 러시아 자체를 대변하는 듯하지만 ─ 오, 물론 러시아 전체,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지요! 하지만 여기엔 그녀, 즉 우리의 사랑스러운 러시아가 있으니, 우리 어머니 러시아의 냄새가 나고 또 그녀의 소리가 들립니다.


그는 난폭한 행동을 하고 결투 신청을 해서 우리 은혜로운 러시아의 머나먼 어느 변경 도시로 유형을 가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복무를 하지만 그곳에서도 방탕을 일삼는데 ─ 물론 배가 커지면 항해의 규모도 더 커지게 마련이지요. 우리에겐 비용이, 무엇보다도 비용이 필요해집니다. 자, 그리하여 오랫동안 논쟁을 벌인 끝에 그는 아버지와 6000루블에 합의를 봤고, 그 돈이 그에게 송금됩니다. 여기에는 나머지 돈을 사실상 거절하고 이 6000으로 아버지와의 유산 다툼을 끝낸다는 내용이 담긴 그의 편지가 존재합니다.


이때 그는 고귀한 성품과 교양을 갖춘 젊은 아가씨와 만나게 됩니다. 바로 이 아가씨는 오랫동안 숨어 있던 분노의 눈물에 흠뻑 젖어 우리에게 알리길, 그가, 정말로 그가 먼저 그녀의 부주의하고 무절제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고결하고 또 어쨌거나 관대했던 격정 때문에 그녀를 경멸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일부러 그에게 3000루블을 건네고, 또 이렇게 하면서 상대방의 배반을 돕기 위해 이 돈을 건네는 것임을 상대방이 분명히, 너무도 분명히 이해하도록 만듭니다.


"배심원 여러분, 우리는 방금 이 3000루블 얘기를 꺼냈는데, 다소간 앞질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이런 사람이, 이런 성격의 소유자가 그 당시 정말 그렇게, 그런 수치와 그런 치욕과 그런 극단적인 굴욕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돈을 받은 뒤에 말입니다 ─ 그냥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바로 그날 그 돈의 절반을 따로 떼 내어 부적 주머니 안에 꿰매 넣은 채 온갖 유혹과 엄청난 궁핍에 시달리면서도 꼬박 한 달씩이나 그것을 자기 목에 달고 다닐 만큼 확고한 의지를 지닐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가 정말로 부적 주머니에 자신의 돈을 꿰매 넣을 결심을 했다 할지라도 진짜 드미트리 카라마조프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여러분한테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유혹을 받았을 때 ─ 즉 새로운 애인을 어떻게든 또다시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 ─ 그는 자신의 부적 주머니를 헐어서 우선 급한 대로 거기서 뭐 100루블만이라도 떼 놓을 수 있었을 겁니다. 어쨌거나 '비열한 놈이긴 하지만 도둑놈은 아니다,' 어쨌거나 1400루블은 다시 갖다주지 않았는가'라는 식이 되니까요.

그 다음엔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에 또다시 부적을 헐어서 또다시, 그러니까 이젠 두 번째로 100루블을 꺼내고 그다음엔 세 번째, 그다음엔 네 번째, 이런 식으로 한 달이 채 가기도 전에 결국엔 마지막 100루블만 남기고 다 꺼냈을 겁니다. 이 100루블이라도 다시 갖다주면 어쨌거나 결과는 똑같을 게 아닌가,하는 식이죠. 즉, '비열한 놈 이긴 하지만 도둑놈은 아니다. 2900루블을 탕진했지만, 어쨌거나 100루블은 돌려 주지 않았는가, 도둑놈이라면 이것마저도 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겁니다.

그리하여 끝으로, 이제 마지막 직전의 100루블마저 탕진한 뒤엔 그야말로 마지막 100루블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이 100루블을 갖다준다는 건 도대체가 무가치한 일이다 ─ 에잇, 이것마저도 써 버리자!'라고 말했을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드미트리 카라마조프라면 바로 이렇게 행동했을 겁니다! 부적 주머니에 관한 전설 - 이것은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실제 현실과 모순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예심을 통해 알려진 재산 논쟁, 부자간의 가족 문제를 모두 순서대로 정리하고 다시, 또다시 한 번 더 유산 분배 문제에 관한 한 그 셈에 있어서 누가 누구를 속였거나 누가 누구에게 속임을 당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도출한 뒤, 미챠의 머릿속에 확고부동한 이념처럼 자리 잡은 이 3000루블과 관련된 의학 감정에 대해 언급했다.


7 사건의 개요


분노를 자극한 특수한 원인 - 질투


"의학자들은 정신 감정을 통해 피고인이 제정신이 아니며 조증 환자임을 우리에게 증명하려고 애썼습니다. 저는 그가 정말로 제정신이라고, 하지만 바로 이것이 실은 제일 나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면, 차라리 훨씬 더 똑똑하게 굴었을 테니까요. 그가 조증 환자라는 것에 관한 한, 그야말로 오직 한 가지 점 ─ 즉 정신 감정 결과에서 지적되었듯, 피고인이 문제의 이 3000을 아버지로부터 미처 다 지불받지 못한 것으로 간주했다는 그 점에 대해서만은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돈 얘기만 나오면 피고인이 항상 광적으로 흥분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광기의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훨씬 더 타당한 관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피고인이 완전히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저 짜증과 적의에 사로잡혀 있었을 뿐이라는 젊은 의사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자, 피고인이 지속적으로 미칠 듯한 적의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3000이라는 금액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의 분노를 자극했던 특수한 원인, 바로 ─ 질투때문인 것입니다!”


여기서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그루셴카를 향한 피고인의 숙명적인 정열의 풍경을 모두 장황하게 펼쳐 보였다. 그는 피고인 자신의 표현을 사용하여 피고인이 ‘이 젊은 여성을 때려 주려고’ 그녀를 찾아갔던 순간부터 시작하여 그 일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하지만 때려 주는 대신 그녀의 발밑에 눌러앉았으니 ─ 이것이 이 사랑의 시발점이었던 것입니다. 한데, 이와 동시에 노인, 즉 피고인의 아버지도 이 여성에게 눈독을 들였으니 ─ 놀랍고도 숙명적인 일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에겐 이 여성이 직접 제시한 고백도 있습니다. 그녀는 ‘나는 양쪽을 다 골려 주었어요.’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전에는 그럴 마음이 없었지만,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에 이 생각이 들었고 ─ 결국 부자 둘 모두 그녀 앞에 무릎을 꿇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한 젊은이를 유혹해 놓고서도 그녀는 그에게 희망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진짜 희망이 그에게 주어진 건 그저 가장 마지막 순간, 그가 자신을 괴롭힌 여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서서 연적이기도 했던 자기 아버지의 피로 붉게 물든 손을 그녀를 향해 내민 그 순간에 가서였습니다.


본 사건의 묘사를 맡았던 저 유능한 젊은 청년 라키친은 이 여장부의 성격에 대해 집약적이고 특징적인 몇몇 어구를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때 이른 환멸, 때 이른 기만과 타락, 자신을 버린 유혹자-약혼자의 배반과 가난, 그리고 명예를 소중히 여겼던 집안의 저주, 끝으로, 어쨌거나 그녀가 지금도 자기 은인으로 생각하는 어느 부유한 노인의 후원 등. 그리하여 내부에 좋은 것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을 수도 있는 이 젊은 가슴속에 너무나 일찍부터 분노가 숨어 있게 되었던 겁니다. 재산을 모으는 이해타산적인 성격은 이렇게 생겨났습니다. 사회에 대한 냉소와 복수심도 이렇게 생겼고요.’


자, 그리하여 이 한 달 동안 피고인은 희망 없는 사랑과 도덕적 타락으로 괴로워하고 또 자기 약혼자를 배반하고 자기의 명예를 믿고 맡겨진 남의 돈을 착복하지만 ─ 이게 아니라도 피고인은 끊임없는 질투로 인해 거의 광적인 흥분에, 광란 상태에 다다릅니다. 한데 대체 누구를 향한 질투입니까, 바로 자기 아버지를 향한 질투가 아닙니까!


또한 저 실성한 노인이 피고인의 정열의 대상을 바로 그 문제의 3000루블로 꾀고 유혹합니다. 그 노인의 아들은 그 돈을 원래 자기 것으로, 자기 어머니의 유산이라고 간주하여 가뜩이나 아버지를 힐난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것을 참아 내기란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선 조증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었을 겁니다. 문제는 바로 이 돈 때문에 그토록 추잡하고 냉소적으로 그의 행복이 산산조각 났다는 데 있는 겁니다!”


어떻게 아버지를 죽일 생각이 싹트게 되었는가


그다음,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점차 어떤 식으로 피고인의 내부에서 아버지를 죽일 생각이 싹트게 되었는가에 대한 얘기로 옮겨 간 뒤 실제 사실을 거론하면서 그 경위를 추적해 갔다.


“처음엔 선술집을 돌면서 떠들어 대기만 하는데 ─ 요 한달 내내 그렇게 떠들어 댑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서 이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완전한 호의를 보여 주고 맞장구를 쳐 주고 우리의 성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길 요구합니다. 안 그러면, 우리는 성질을 내며 온 술집을 부숴 버릴 것처럼 난동을 부릴 겁니다.(여기서 2등 대위 스네기료프의 일화가 언급되었다.)

요 한 달간 피고인을 보고 그의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마침내, 이것이 이미 그냥 고함이나 아버지에 대한 협박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라 저렇게 미친 듯 협박을 하다가 어쩌면 실행에 옮겨질 수도 있다고 느꼈습니다.(여기서 검사는 수도원에서의 가족 회합, 알료샤와 나눈 대화들, 피고인이 식사 후 아버지의 집으로 잠입해서 연출한 추악한 폭행 장면을 묘사했다.)

피고인이 이 장면을 연출하기 전에 이미 미리부터 결국엔 아버지를 죽이겠노라며 용의 주도하고 세심한 계획을 세웠다고 완강하게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저한 건 오늘까지, 즉 오늘 베르호프체바 양이 이 치명적인 서류를 법정에 제시하기 전까지였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직접 ‘이건 살인 계획서, 살인 프로그램입니다!’라는 그녀의 외침을 들으셨습니다. 그녀는 불행한 피고인의 불행한 ‘술에 취한’ 편지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정말로 이 편지는 사전에 미리 계획한 프로그램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은 범행 사십팔 시간 전에 쓰였으며, 이를 통해서 우리는 이제 피고인이 자신의 무서운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사십팔 시간 전에 내일 돈을 손에 넣지 못할 경우, ‘오직 이반이 떠나 주기만 한다면’ 아버지를 죽이고 또 아버지의 베개 밑에 놓여 있는 ‘붉은 리본으로 묶은 봉투’ 안에 든 돈을 가져가겠노라고 맹세했음을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어쨌거나 취중에 쓴 것이 아니냐, 하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뭔가가 축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중요한 겁니다. 즉, 맨정신에 생각했던 것을 취중에 써 버린 것이 되니까요. 맨정신에 생각하지 않았다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쓰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여러분! 여기에 덧붙여, 그가 숙명적인 순간을 피하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는 것, 피비린내 나는 결말을 보지 않기 위해 참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은 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일 모든 사람들에게 3000을 부탁해 보겠다.’라고 그는 자신의 독특한 언어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주지 않는다면, 그땐 피를 보는 수밖에 없다.’ 다시금 반복하건대, 취중에 이렇게 썼고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저렇게 쓰인 대로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여기서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미챠가 범행을 피하고자, 돈을 손에 넣고자 기울인 온갖 노력을 상세하게 묘사하기 시작했다. 그다음, 그는 ‘뒤뜰’에서 감시 초소로 돌진하여 거기서 ─ 바로 거기서 스메르쟈코프가 간질 발작을 일으켰고 다른 하인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 자, 전장은 깨끗이 치워졌고 ‘신호’는 자기 손에 들어 있으니 ─ 이 얼마나 대단한 유혹입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쨌거나 저항을 해 봅니다. 그는 잠시 이곳에 머물면서 우리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는 호흘라코바 부인 댁으로 향합니다.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이 대화의 결말을, 또 이어서 피고인이 갑자기 그루셴카가 삼소노프 집엔 아예 있지도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을 묘사한 뒤, 그리고 그녀가 자기를 그야말로 기만하고선 지금 그, 즉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집에 있다는 생각이 들자 질투와 초조함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이 불행한 사람의 순간적인 광기를 묘사한 뒤, 이 사건의 숙명적인 의미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유념해 둬야 할 점이 있습니다. 즉, 그토록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건만 그 와중에도 그는 놋쇠 공이를 집어 들었습니다. 왜 하필 놋쇠 공이였을까요, 왜 다른 어떤 흉기가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우리가 이미 한 달 내내 이런 풍경을 관조해 왔고 또 그것에 대비해 왔다면, 흉기가 될 만한 뭔가가 눈앞에 어른거리자마자 우리는 그것을 흉기로 생각하고 집어 들지 않았겠습니까. 이런 종류의 물건은 뭐든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 이런 생각을 우리는 이미 한 달 내내 해 왔던 겁니다. 바로 그랬기 때문에 그토록 순간적으로, 이론의 여지도 없이 그것을 흉기로 인정했던 겁니다!

자, 그렇게 그는 아버지의 정원에 나타나는데 ─ 전장은 깨끗이 치워졌고 증인이 될 만한 사람도 하나 없고 밤은 깊어 어둠만이 자욱하고 질투는 깊어져만 갑니다. 그 여자가 여기에 있다, 자신의 연적과 함께 말이다, 그놈의 품 안에 안겨서 이 순간 자기를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생겨나자 ─ 그는 숨이 막혀 옵니다. 아니, 의혹이 뭡니까, 이 마당에 와선 의혹이고 자시고 없습니다. 자기가 멋지게 속아 넘어갔다는 건 손바닥 들여다보듯 뻔한 사실이니까요.

자, 그래서 이 불행한 사람은 창문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점잖게 방 안을 들여다본 뒤 다소곳이 단념하고서 무슨 위험하고 부도덕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서 빨리 재앙을 피해 현명하게 떠납니다. 그러니까 피고는 이런 식의 얘기를 우리더러 믿어 달라는 겁니다. 우리가 피고인의 성격이 어떤지 훤히 알고 있고 여러 사실들을 통해 그의 정신 상태가 어떠했는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판에, 무엇보다도 피고인이 그때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신호'들을 알고 있었던 판에!"


여기서 ‘신호’ 얘기가 나오자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잠깐 자신의 논고를 중단하고 스메르쟈코프 얘기를 늘어놓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는데, 이로써 스메르쟈코프에게 살인 혐의를 두려는, 이 삽화(揷話)를 낱낱이 파헤쳐서 이런 생각 자체를 완전히 근절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8 스메르쟈코프에 대한 논고


어떻게 스메르쟈코프에 대해 혐의를 둘 가능성이 생겼나


“첫째, 어떻게 그런 혐의를 둘 가능성이 생긴 겁니까?”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이런 질문으로 운을 뗐다.

“다름 아닌 피고인 자신이 체포될 순간부터 스메르쟈코프가 죽였다고 맨 처음 외쳤지만 이렇게 외친 그 첫 순간부터 재판이 진행 중인 이 순간까지도 자신의 고소 내용을 확증해 줄 사실을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을뿐더러 ─ 사실은 고사하고 사람이 알아들을 만한 얼마간의 의미를 담은 암시를 하는 것조차 못 했습니다.


이어서 이 고소 내용을 오로지 세 사람만 확증해 주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두 동생과 스베틀로바 양이지요. 하지만 피고의 큰동생은 오늘에야 비로소 그런 혐의 내용을 알렸으며 그나마도 틀림없이 정신 이상과 열병의 발작으로 인해 병을 앓고 있는 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다음, 피고인의 작은동생은 조금 전에 직접 우리에게 알린 바와 같이 스메르쟈코프가 유죄라는 자신의 생각을 증명할 만한 어떤 사실도, 아예 손톱만큼도 갖고 있지 않으며 그저 당사자인 피고인의 말과 ‘그의 얼굴 표정’만 보고서 그렇게 단정 짓는다고 합니다.


스베틀로바 양의 증언은 아마 더욱더 대단한 것일 겁니다. ‘피고인이 우리한테 하는 말을 그대로 믿으세요, 거짓말 같은 걸 할 사람이 못 되거든요.’ 바로 이것이 스메르쟈코프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이 세 사람, 피고인의 운명에 지나치게 많이 관여되어 있는 사람들의 물증의 전부입니다. 이런데도 스메르쟈코프가 범인이라는 얘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호응을 얻었으며 지금도 그렇게 호응을 얻고 있으니 과연 이것이 믿을 수 있는 일입니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까?"


스메르쟈코프의 성격


여기서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병적인 정신 이상과 광기의 발작으로 자기 목숨을 끊은’ 고(故) 스메르쟈코프의 성격을 가볍게 스케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스메르쟈코프를 정신이 박약한 사람으로, 다소간 희미한 교양의 맹아를 갖고 있긴 했지만 자기 머리로는 감당하기 버거운 철학 사상 때문에 넋이 나갔고 책무와 의무에 대한 이런저런 현대적 가르침에 경악해 버린 사람으로 ─ 이런 것을 자신의 주인 나리이자 어쩌면 아버지일 수도 있는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방탕한 삶을 통해 실제적으로 배웠고 이론적으론 주인 나리의 차남인 이반 표도로비치와 여러 이상한 철학적 대화를 나눔으로써 폭넓게 전수받은 사람으로 소개했다.


"‘이놈은 간질병에 걸린 암탉입니다.’라고 피고는 스메르쟈코프에 대해 자기만의 독특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자, 그래서 이런 그를 피고는 (피고가 직접 증언하듯) 자신의 하수인으로 선택한 뒤 잔뜩 겁을 주어 마침내 자신의 앞잡이 겸 스파이 노릇을 하도록 만듭니다. 그렇게 그는 집 안을 드나들며 엿볼 수 있는 처지로서 자기 주인 나리를 배반하고 피고에게 돈뭉치의 존재를, 또 주인 나리의 방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신호를 알려 줍니다. 하긴, 어떻게 알려 주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그분이 저한테 호통이라도 칠라치면 곧장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쓰러집니다.’ 타고나길 아주 정직한 젊은이로서 주인 나리가 잃어버린 돈을 돌려준 일을 계기로 주인 나리로부터 그 정직함을 인정받고 신임을 얻게 되었던 만큼, 이 불운한 스메르쟈코프는 자기가 은인으로서 사랑한 주인 나리를 배반했다는 회한으로 괴로워했던 걸로 봐야 됩니다. 간질병으로 심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박식한 정신과 전문의들의 증언에 따르면, 언제나 끊임없이, 물론 병적으로 스스로를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차남 이반 표도로비치가 예의 그 참극을 앞두고 모스크바로 떠나려 했을 때, 스메르쟈코프는 그에게 남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럼에도 그 겁 많은 습성 때문에 감히 그에게 자신의 모든 걱정을 분명하고 정언적인 말로 발설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그냥 암시를 하는 것에 만족했는데, 그 암시들이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던 겁니다.

자, 그리하여 이반 표도로비치가 집 마당을 떠나는 순간, 스메르쟈코프는 자신이 이른바 고아나 다름없이 의지할 데 없는 신세가 됐다는 느낌에 젖은 채로 집안일을 보러 지하 창고로 갑니다. 그러곤 계단을 내려가면서 ‘혹시 발작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만약 지금 일어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자, 바로 이런 기분, 이런 의혹, 이런 질문들 때문에 그의 목구멍엔 늘 그렇듯 조만간 간질 발작을 동반한 경련이 일어나고, 그는 의식을 잃은 채로 지하 창고의 바닥으로 냅다 굴러 떨어집니다. 자, 이토록 자연스럽고도 우연한 사건에 대해 무슨 의심이나 무슨 계시를 보려고 수작을 떨고 또 행여나 그가 일부러 아픈 척한 것은 아닐까, 꼬투리라도 잡아 보려고 안달하다니요!


설사 일부러 그랬다고 한들, 당장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는 무엇을 위해 그런 연기를 해야 했을까요? 저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십시오. 살인을 계획해 놓고선 간질 발작을 일으켜서 미리, 그리고 어서 빨리 집안의 주의를 자기한테 쏠리게 하기 위해서였을까요? 범행이 있었던 날 밤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집에는 다섯 명이 있었고 피고가 아니라면 살인자는 어쩔 수 없이 스메르쟈코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제 자살한 이 불운한 백치에게 이토록 '간특하고도' 어마어마한 혐의가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스메르쟈코프는 어떻게 죽였을까


여러분, 심리 분석은 제쳐 둡시다, 의학도 제쳐 두고 심지어 논리 자체도 제쳐 두고 그저 사실들에만, 오직 사실들 하나에만 집중해서 그 사실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지 살펴봅시다. 스메르쟈코프가 죽였다면 대체 어떻게 죽였을까요? 혼자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피고인과 공모를 했을까요?


우선 첫 번째 경우, 즉 스메르쟈코프 혼자 죽였을 경우부터 살펴봅시다. 물론, 살인을 했다면 뭔가 목적이 있어서, 뭔가 이득을 노리고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스메르코프는 피고인과 같은 살인의 동기들, 즉 증오, 질투 등과 같은 것은 손톱만큼도 갖고 있지 않았으므로 틀림없이 그저 돈 때문에, 주인이 봉투 안에 돈을 넣는 것을 자기 눈으로 보고서 바로 그 돈을 갈취하기 위해서 죽였을 수밖에 없습니다.


드미트리에게 왜 돈과 신호를 알려줬을까


자 이렇게 살인을 계획한 그는 다른 인물 - 더욱이 이 일에 극도로 연루된 인물인 피고인에게 곧장 돈과 신호에 대한 모든 정황을 알려 줍니다. 즉, 돈 봉투가 어디에 있는가, 그 봉투 위에는 뭐라고 적혀 있는가, 그것을 무엇으로 묶어 놨는가, 무엇보다도 주인 나리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이 신호를 알려 줍니다. 아니, 그럼 그야말로 자기 정체를 폭로하기 위해 이런 짓을 한다는 겁니까? 아니면 경쟁자를, 가뜩이나 그 방 안으로 들어가 돈 봉투를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경쟁자를 찾기 위해서?


예, 사실, '어쨌거나 그는 너무 무서워서 알려 준 것이 아닌가'하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그토록 대범하고 짐승 같은 일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획한 데 이어 그것을 실행에 옮길 만한 사람이 세상을 통틀어 자기 하나밖에 모르는 정보를 - 더욱이 자기가 입을 다문다면 온 세상을 통틀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그런 정보를 알려 줄 리 만무합니다.


천만에요, 사람이 아무리 겁을 집어먹었어도 그런 일을 계획한 이상, 이미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아무에게도 최소한 돈 봉투와 신호 얘기만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면 그건 미리부터 자기 정체를 오롯이 폭로하는 것이 되니까요. 설령 정보를 불라는 강요를 받았을지라도 일부러 뭐든 다른 걸 생각해서 적당히 둘러 뿐, 이것에 대해 선 입을 다물었을 겁니다!


오히려, 설령 그가 돈에 대해서라도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나중에 죽이고서 이 돈을 갈취했다 할지라도, 아무도 그에게 돈을 노리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절대 걸 수 없었을 겁니다. 왜냐면 그를 빼면 이 돈을 본 사람도, 또 그런 것이 집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던 사람도 아무도 없으니까요. 설령 그에게 혐의를 걸었다고 할지라도, 아무도 그럴 만한 동기를 미리 알아채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가 주인 나리의 사랑과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음을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물론 그는 제일 마지막에 가서야 의심했을 것입니다.


제일 먼저 의심의 대상이 되었을 법한 사람은 그럴 만한 동기를 가진 자, 그런 동기가 있다고 자기 입으로 소리친 자, 그걸 숨기지 않고 모든 사람 앞에서 드러낸 자였을 터이니, 한마디로 말해서 드미트리 표도로비치를 의심했을 겁니다. 만일 스메르쟈코프가 살인을 저지르고 돈을 훔친 뒤 그 집 아들에게 혐의를 씌웠다면 - 물론 이것이 살인자 스메르쟈코프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니었겠습니까? 아니, 그런데 살인을 계획한 스메르쟈코프가 이 집 아들인 드미트리에게 미리 돈과 봉투와 신호를 알려 준다니 - 무슨 이런 논리가 다 있습니까!


왜 간질 발작 연기를 했을까


스메르쟈코프는 자신이 계획한 살인의 날이 오자 간질 발작이 난 척 연기를 하면서 실족하여 쓰러지는데, 이는 대체 무엇을 위해서입니까? 물론, 첫째로, 자기 몸을 치료할 계획이었던 하인 그리고리가 집 지킬 사람이 그야말로 아무도 없음을 알고서 당번병 노릇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물론 주인 나리가 자기를 지켜 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알고서 아주 드러내 놓고 아들이 올까 봐 엄청난 두려움에 떨며 경계심과 주의력을 더욱더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끝으로, 발작으로 만신창이가 된 스메르 쟈코프가 즉시 곁채의 다른 방, 즉 그리고리의 방으로 옮겨지고 그들 부부의 침대 칸막이 뒤에 눕혀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곳의 칸막이 뒤에 누워서 그는 최대한 좀 더 그럴듯하게 병자처럼 보이기 위해 물론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하여 이런 식으로 밤새도록 그들을 깨우기 시작하는데(그리고리와 그의 아내의 증언에 따를 때 실제로도 이랬습니다.) - 그러니까 갑자기 벌떡 일어난 뒤 주인 나리를 보다 더 손쉽게 죽이기 위해서 이 모든 짓을, 이 모든 짓을 했단 말입니까!


하지만 그가 그렇게 발작이 난 척 연기를 한 것은 바로 환자였던 그에게 혐의를 두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고 피고인에게 돈과 신호에 대해 알려 준 것도 바로 상대방이 꾐에 넘어가서 제 발로 와서 죽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말이죠, 피고인이 살인을 저지르고 돈을 갖고 달아나는 와중에 소란을 피우고 야단법석을 떨어서 증인들을 깨울 때, 그러니까 그때 스메르쟈코프도 일어나서 나갔을 것이다, 하는 식인데 - 아니, 대체 무엇을 하러 간단 말입니까?


아니, 그럼 주인 나리를 다시 한번 죽이고 이미 가져가 버린 돈을 다시 한번 가져가기 위해서입니까? 여러분, 지금 웃고 계십니까? 저도 이런 가정을 한다는 자체가 부끄럽지만, 좀 보십시오, 정작 피고인은 바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잖습니까. 자기가 다녀 간 뒤, 그러니까 그리고리를 쓰러뜨리고 일대 소란을 일으켜 놓은 채 이미 집을 나왔을 때 그 녀석이 일어나 나간 다음 살인을 저지르고 돈을 훔쳤다,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저는 스메르쟈코프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즉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고 광기에 휩싸인 그 집 아들이 진짜로 찾아와서는 그냥 점잖게 창문만 엿보았을 뿐, 신호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모든 이득을 자기, 즉 스메르쟈코프한테 고스란히 남겨 둔 채 물러나리라는 것을 손가락 세듯 미리 알고 또 계산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숫제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스메르쟈코프가 범행을 저지른 순간은 언제인가


여러분, 여기서 저는 진지하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는 바입니다. 스메르코프가 범행을 저지른 순간이 대체 언제입니까? 바로 그 순간이 언제인지를 가르쳐 주십시오, 이게 없으면 그에게 혐의를 걸 수도 없으니까요.

'어쩌면 그 발작은 진짜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린 환자가 비명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갔다.'- 자, 이 경우는 어떻습니까?


한번 살펴본 뒤, 슬슬 가서 주인 나리나 죽여 볼까,하고 혼잣말을 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인사불성 이 되어 누워 있던 그가 저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어쨌거나, 여러분, 공상에도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둘이 공모했다면


예민한 사람들이라면 '그건 그렇지만, 뭐 그 경우엔 두 사람이 서로 짰다면, 그러니까 둘이서 같이 죽이고 돈을 나누어 가졌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거요?'라고 말할지도 모르겠군요. 예, 정말로 심히 의심이 가는 대목이며, 첫째, 대번에 그것을 확증해 줄 만한 증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한 놈은 살인을 비롯한 온갖 수고를 떠맡고, 다른 한 놈은 공모자랍시고 간질 발작이 난 척 연기나 하면서 모로 누워 있다 - 그것도 미리부터 주인 나리와 그리고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의심을 사고 괜히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하는 거죠.


대체 무슨 동기에서 두 공모자가 이런 미치광이 같은 계획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아마 스메르쟈코프는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그냥 살인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정도만 동의했을 거고 그러곤 소리도 지르지 않고 저항도 하지 않고 주인 나리가 죽도록 내버려 두었다는 혐의를 받을 거라는 예감이 들자 - 미리부터 드미트리 카라마조프에게 그 시간 동안 자기는 간질 발작이 난 것처럼 해서 누워 있게 해 달라고, 그럼 도련님이 저기 가서 원 없이 실컷 죽이더라도 저는 모른 척하겠습니 다.'라는 식으로 허락을 구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역시나 이 간질 발작 덕분에 온 집안이 발칵 뒤집힐 것이 뻔한데, 드미트리 카라마조프가 이걸 미리 알면서도 이런 설득에 그러자고 동의했을 리 만무합니다. 그가 동의를 했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해도 드미트리 카라마조프가 살인범, 그것도 직접적인 살인범에 주동자이고 스메르쟈코프는 그냥 소극적인 가담자, 아니, 그저 너무 무서운 나머지 어쩔 수 없이 묵인해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며 재판관 측에서도 이 정도는 이미 틀림없이 판별하셨을 법한데, 자, 정작 우리가 보는 상황은 어떻습니까?


피고인은 체포되자마자 대번에 모든 걸 스메르쟈코프 한 사람한테 덮어씌우고 오직 그 한 사람만이 유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기와 공모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스메르쟈코프 혼자 했다는 거죠. 그놈 혼자 이런 일을 저질렀다, 그놈이 죽이고 돈을 빼앗았다, 죄다 그놈이 한 짓이다! 하고요. 아니, 세상에 공범자란 사람들이 당장에 서로를 고발하는 법이 대체 어디 있습니까 - 이런 일은 결코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로써 카라마조프에게 얼마나 큰 모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유념해 두십시오.


그가 살인의 주범이고 스메르쟈코프는 그냥 묵인을 한 상태에서 칸막이 뒤에 누워 있기만 했는데, 이제 와서 그는 가만히 누워 있던 사람에게 죄를 덮어씌웁니다. 이렇게 되면, 가만히 누워 있던 자는 화를 내면서 오로지 자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실직고할 수도 있는 노릇이 아닙니까. '둘 다 가담하긴 했지만, 단, 나는 죽이진 않았다, 나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그냥 허용하고 묵인했을 뿐이다,' 하는 식으로요. 스메르쟈코프는 자기가 벌을 받는다고 해도 모든 것을 그에게 덮어씌우려고 한 저 살인의 주범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하찮은 벌일 것이라는 점을 헤아릴 수 있었을 겁니다.


스메르쟈코프는 피고인이 확고하게 그에게 혐의를 돌리며 그를 단독 살인범으로 지목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모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스메르쟈코프는 예심에서 돈 봉투와 신호를 피고인에게 알려 준 것이 자기 자신이었으며 자기가 아니었더라면 피고인은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라고 털어놓기까지 했습니다. 만약 그가 정말로 공범이었다면 예심에서 자기가 직접 이 모든 정보를 피고인에게 알려 줬다는 사실을 그토록 쉽게 알려 주었겠습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공범으로 몰릴 걱정이 없는, 무고한 사람뿐입니다.


스메르쟈코프의 유서


자, 그런데 그는 자신의 간질병과 이 모든 참극으로 인해 병적인 우울증의 발작에 시달린 나머지, 어제 목을 맸습니다. 목을 맨 뒤 독특한 문구로 쓰인 유서를 남겼습니다. '아무에게도 죄를 돌리지 않기 위해서 나 자신의 의지와 의향에 따라 목숨을 끊는다.'라는. 이 유서에서 '살인범은 카라마조프가 아니라 나다.' 하는 말을 덧붙였을 법도 한데, 그는 이런 말을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어떤 일에선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도 또 다른 일에선 그렇지 않았단 말입니까?


그리고 어찌 되었습니까, 조금 전에 여기 이 법정에 3000루블의 돈이 제시됩니다. 문제의 그 봉투 속에 들어 있던 바로 그 돈으로서 지금 여러 증거물과 함께 저 탁자 위에 놓여 있는데, '어제 스메르쟈코프한테 받았다.'라는 거죠. 하지만 배심원 여러분, 여러분도 조금 전의 그 슬픈 광경을 기억하실 겁니다. 저는 두세 가지 정도의 견해만 말씀드리겠는데, 첫째, 반복하거니와, 스메르쟈코프가 어제 양심의 가책 때문에 돈을 내놓고 직접 목을 맸다는 점입니다.(양심의 가책이 없었다면 그는 돈을 내놓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반 카라마조프가 직접 공언했듯, 스메르쟈코프가 이반 카라마조프에게 처음으로 범행을 자백한 건 물론 어제 저녁의 일인데, 안 그랬다면 그가 왜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겠습니까? 어쨌거나, 이렇게 자백까지 해 놓고선 도대체 왜, 또다시 말씀드리지만, 바로 내일이면 무고한 피고에게 무서운 재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유서를 통해 우리에게 이 모든 진실을 알리지 않았을까요?


3000루블이 그 돈이 맞나


돈 하나만으론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저뿐만 아니라 이 법정 안에 있는 두 인물이 극히 우연하게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는데, 다름 아니라 이반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가 현청 소재지로 사람을 보내 금리가 5퍼센트인 5000루블짜리 유가 증권 두 장을 만 루블의 현금으로 바꾸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그저, 돈이라면 어떤 시점엔 누구나 갖고 있을 수 있으며 3000을 가져왔다고 해서 이 돈이 바로 그 돈, 바로 그 상자 혹은 봉투에서 나왔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반 카라마조프는 왜 어제 즉시 신고하지 않았을까


끝으로, 이반 카라마조프는 어제 진짜 살인범에게서 그토록 중요한 정보를 들었음에도 태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왜 즉시 이걸 신고하지 않았을까요? 왜 모든 걸 아침까지 미뤄 뒀을까요? 저로선 그 이유를 추측해 볼 권리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는 벌써 일주일째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의사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환영이 보이고 죽은 사람들을 만난다고 자 기 입으로 고백했습니다. 오늘 기어코 그를 덮치고 만 섬망증이 발발하기 직전, 그는 느닷없이 스메르쟈코프의 죽음을 알게 되자 갑자기 혼자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 봅니다.


즉, '이 녀석은 어차피 죽은 몸이니까, 이놈에게 혐의를 돌리고 형을 구하자. 나한테는 돈도 있다. 돈다발을 들고 가서 스메르쟈코프가 죽기 직전에 나한테 주었다고 말하자.'라는 거죠. 여러분은 이것이 부정직한 일이라고, 아무리 죽은 사람일지 라도, 또 설령 형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할지라도 이건 부정직한 일이라고 말씀하 시겠지요?


정말 그렇긴 하지만, 그가 무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느닷없이 하인의 사망 소식을 듣고서 판단력에 최종적으로 손상을 입은 나머지 그 자신도 정말로 그랬다는 식으로 상상하게 됐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여러분도 조금 전의 광경을 보셨을 테고, 그 사람의 상태가 어떤지 보셨을 테지요. 그는 두 발로 서서 말을 하긴 했지 만, 그의 정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쓰인 대로 실행되었습니다


조금 전 열병 환자의 증언에 이어 서류가 나왔으니, 그것은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르기 이틀 전에 베르호프체바에게 쓴, 자신의 앞으로의 범행에 대한 상세한 프로그램이 담긴 편지였습니다. 자, 그럼 왜 우리는 프로그램과 그것의 작성자들을 찾는 걸까요? 그건 범행이 이 프로그램과 똑같이 실행됐기 때문, 다름 아닌 그것의 작성자의 손에 의해 실행됐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배심원 여러분, '쓰인 대로 실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아버지의 방에 지금 우리의 애인이 있다는 굳은 확신에 차 있었던 만큼 절대로, 절대로 아버지의 창문 앞에서 겁을 집어먹고서 점잖게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천만에요, 그는 안으로 들어갔고 - 일을 끝냈습니다. 필경 자신이 증오하는 연적을 보자마자 신경이 곤두선 상태에서 홧김에 그를 죽였을 것이고 그것도 아마 놋쇠 공이로 무장된 손을 한 번 휘둘러서 단번에 죽였을 것이며, 그러고 나서는 집을 샅샅이 뒤져 그녀가 거기 없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럼에도 베개 밑에 손을 쑤셔 넣어 돈 봉투를 꺼내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찢어진 겉봉투는 지금 여기 물증 탁자 위에 있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여러분께서 제 생각으론 아주 특징적인 한 가지 정황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범인이 능수능란한 살인범이었다면, 그야말로 돈만 노린 살인범이었다면 - 아니, 그래 겉봉투를 우리가 본 대로 마룻바닥의 시체 옆에 그냥 던져 있겠습니까?


스메르쟈코프라면 봉투를 던져뒀을까


또 가령 범인이 돈을 노리고 살인한 스메르쟈코프였다면, 자신의 희생양인 시체를 앞에 두고 구태여 봉투를 뜯어보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이 그냥 통째로 들고 가 버렸을 겁니다. 그가 보는 데서 돈을 봉투에 집어넣고 봉인을 했으므로 그는 봉투 안에 돈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고, 고로 봉투째 싹 갖고 가 버렸다면 강도질이 있었는지 어땠는지도 어떻게 알겠습니까? 배심원 여러분, 한 가지 묻겠는데, 과연 스메르쟈코프가 이렇게 행동했을까요, 봉투를 마룻바닥에 던져뒀을까요?


아니요, 틀림없이 이렇게 행동했을 법한 사람은 미친 듯 흥분하여 이미 앞뒤를 판단하기 어려워진 살인자, 도둑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어떤 것도 훔쳐본 적이 없고 게다가 그 순간 이부자리 밑에서 돈을 꺼낼 때도 도둑으로서 훔친 것이 아니라 마치 도둑맞은 자기 물건을 그 도둑한테서 도로 찾아가듯 훔친 살인자였을 것인데 - 드미트리 카라마조프야말로 이 3000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고 급기야 조증에까지 이르게 됐잖습니까. 해서, 그는 이전엔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봉투를 손에 넣자, 그 안에 돈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겉봉투를 찢은 다음, 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심지어 찢어진 봉투를 마룻바닥에 던져두면 자신의 유죄를 증명해 줄 대단히 불리한 증거가 된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생각 없이 그냥 도망쳐 버린 겁니다.


이런 생각도, 이런 고려도 전혀 할 수 없었던 건 역시나 스메르쟈코프가 아니라 카라마조프였기 때문인데, 사실 그에게 그럴 여유나 있었겠습니까! 그는 도망치는 와중에 자기를 따라잡은 하인의 고함 소리를 듣게 되는데, 하인은 그를 붙잡아 저지하다가 놋쇠 공이를 맞고 쓰러집니다.


피고인은 왜 다시 정원으로 뛰어내렸을까


피고인은 동정심에서 그를 향해 밑으로 뛰어내립니다. 글쎄요, 피고인이 갑자기 우리에게 주장하는 바론, 그가 그때 하인을 향해 아래로 뛰어내린 것은 안쓰러운 마음에 동정심에서 어떻게 하인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살펴보기 위해서였답니다. 하지만, 어디 이런 순간에 이와 같은 동정심이 들 법합니까? 천만에요, 그가 뛰어내린 것은 자신의 악랄한 짓을 목격한 유일한 증인이 살아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밖의 다른 감정, 다른 동기는 모두 다 부자연스러운 게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유념해 둘 것은 그가 그리고리를 붙잡고 그의 머리를 손수건으로 닦아 주며 애를 쓰다가 그리고리가 죽었다는 확신이 서자 앞뒤를 잃은 사람처럼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다시 그곳, 자기 애인의 집으로 달려갔다는 점입니다. 아니, 어떻게 온몸이 피투성이라는 것도, 해서 그 즉시 탄로 날 수 있다는 것도 생각지 못했을까요?


어쨌거나 피고인은 온몸이 피투성인 것에는 숫제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우리에게 주장합니다. 이 점은 인정할 수 있고 또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에 범죄자들에겐 늘 이런 일이 일어나곤 하니까요. 하나에 대해선 지옥과 같은 계산 능력이 작동하지만 다른 것에 대해선 생각이 짧은 거죠. 그 순간 그는 오로지 그녀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만 생각했던 겁니다. 어서 빨리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만 했기 때 문에 그녀의 집으로 달려가 자신으로선 예상도 못 했던 어마어마한 소식을 듣게 된 겁니다. 그녀가 자신의 '옛 사람', '틀림없는 그 사람'과 함께 모크로예로 떠난 것입니다!"


9 전속력의 심리 분석. 질주하는 트로이카. 검사 논고의 피날레


'옛 사람', '틀림없는 그 사람'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지금껏 명백히, 자기 자신의 초조한 열광을 자제하려고 일부러 엄격하게 설정된 틀을 추구하는 신경질적인 연사들이라면 누구나 들먹이길 아주 좋아하는 엄격히 역사적인 진술 방법을 택했지만, 논고가 여기까지 다다르자 ‘옛 사람’, ‘틀림없는 그 사람’에 대해 특별히 장황한 말을 늘어놓았으며 이 주제와 관련하여 자기 나름대로 다소간 흥미진진한 생각을 피력했다.


“모든 사람들을 미칠 듯이 질투해 온 카라마조프는 ‘옛 사람’, ‘틀림없는 그 사람’ 앞에서 갑자기 단번에 기가 꺾여 움츠러들고 맙니다. 더더욱 이상한 것은 그가 그 자신으론 예상도 못 했던 연적이 얼굴을 드러냄으로써 이렇게 새로운 위험이 나타날 것에 대해서 이전엔 거의 어떤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는 줄곧 이것을 까마득히 먼 일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원래 카라마조프는 늘 현재의 순간만을 사니까요. 심지어 그는 그 존재를 무슨 허구로 간주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가 이 새로운 연적을 감추고 또 아까 자기를 속였던 이유는 새로이 날아온 이 연적이 이 여자에게 환상이나 허구이기는커녕 오히려 그녀의 삶에서 그야말로 모든 희망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는 것을 순식간에 가슴이 저리도록 절실히 깨닫고서, 정말 순식간에 이걸 깨닫고서 그는 마음을 접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카라마조프는 '나도 이렇게 불행한 지경에 빠졌는데, 내가 지금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것, 제안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자문하면서 모든 것을 깨달았으며, 또한 범죄로 인하여 자신의 모든 앞길이 막혀 버렸고 자신은 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일 뿐,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자, 그래서 그는 순간적으로 미치광이 같은 한 가지 계획에 천착하게 되는데, 카라마조프의 성격으로 볼 때 유일하고 숙명적인 출구로 생각됐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 출구란 바로 ─ 자살입니다.


‘그녀, 그녀한테로 가자 ─ 그곳에서, 오, 그곳에서 온 세상이 들썩일 만한, 이제껏 유래가 없었던 연회를 열어, 오래도록 기억되고 얘깃거리가 되도록 하자. 야만적인 고함 소리와 집시들의 광적인 노래와 춤이 펼쳐지는 가운데 축배의 잔을 들고 내가 숭배하는 여인의 새로운 행복을 축하하고, 그러고 나선 ─ 곧바로 그녀의 발치 아래서, 그녀가 보는 앞에서 내 두개골을 박살 내고 나의 삶을 벌하리라! 그녀도 언젠가는 미챠 카라마조프를 기억하리라, 이 미챠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되고 미챠를 안쓰러워하리라!’


여기서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미챠가 길 떠날 채비를 하는 광경, 즉 페르호친 집과 가게에서 있었던 일, 마부들과의 흥정 등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한결같이 증인들에 의해 확증된 무수한 말들과 증언들, 몸짓들을 인용했는데 ─ 그 광경이 청중들의 확신에 무서울 정도로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도, 사실들의 총합이 영향을 미쳤다. 미친 듯 흥분하여 날뛰고 이미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하게 된 이 사람이 유죄라는 것은 격퇴할 수 없는 사실로 보였다.


“그는 이미 스스로를 지키고 자시고 할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이폴리트 키릴로비치가 말했다. “두세 번 정도는 거의 자백을 한 거나 다름없었는데, 끝까지 말을 안 했다 뿐이지 거의 암시를 하기도 했습니다.(여기서 증인들의 증언이 줄줄이 인용되었다.) 심지어 길을 가는 도중에 마부에게도 ‘지금 자네가 살인자를 태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나!’라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말을 할 수는 없었지요. 우선은 모크로예 마을로 들어가서 그곳에서 이 서사시를 끝마쳐야 했으니까요.


왜 자살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때 그는 왜, 대체 왜 자살을 하지 않았을까요, 왜 기왕지사 내린 결단을 포기했을까요, 왜 자기 권총을 어디다 두었는지도 잊어버렸을까요? 바로 사랑을 향한 이 열정적인 갈망과 그 희망이 그때 곧바로 그를 저지했기 때문입니다. 한순간이나마 이 열정적인 갈망이 체포의 공포뿐만 아니라 양심의 가책마저도 눌러 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 당시 범인의 심적 상태가 틀림없이 다음과 같은 세 요소에 노예처럼 종속되어 완전히 짓눌려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첫째, 취중이었고 정신도 몽롱하고 소란스럽고 춤을 추며 발을 구르는 소리며 째질 듯한 노랫소리가 들리고, 그리고 그녀, 그녀는 술기운이 올라 발그스레해져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그렇게 술에 취한 상태로 그를 향해 웃는다, 이 말입니다!


둘째, 숙명적인 대단원은 아직 먼 일이다, 최소한 코앞에 닥치진 않았다 ─ 기껏해야 다음 날은 되어야 이리로 찾아와 나를 잡아가겠지, 기껏해야 다음 날, 그것도 겨우 아침 녘은 되어야 될 것이다, 하는 식의 고무적이고 요원한 꿈이 있었을 겁니다. 저는 그가 처형장으로, 교수대로 끌려가는 죄수와 비슷한 어떤 경험을 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즉, 아직 길고도 긴 거리를 지나가야 한다, 한 걸음씩 내디디면서 수천 명의 군중들 곁을 지나간 다음, 방향을 틀어 다른 거리로 나간 뒤에도 이 거리의 끝까지 가야지만 저 무서운 광장이 나오는 것이다! 하는 식인 거죠.


‘저쪽에선 아직도 미처 손을 쓰지 못했을 거다.’라고 그는 생각했겠지요. ‘아직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을 거다, 오, 어떻게 나를 변호하고 어떻게 반격을 가할지 계획을 짜고 곰곰이 생각을 할 시간은 아직도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지금 ─ 지금 이 여자는 정말 얼마나 매혹적인가!’ 그의 마음은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용케 자기 돈의 절반을 떼 내어 어딘가에 감추는데 ─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 막 아버지의 베개 밑에서 가져온 3000 중 절반이 고스란히 어디로 사라질 수 있었는지를 저 스스로도 해명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가 모크로예에 온 건 이미 처음도 아니고, 그때도 거기서 꼬박 사십팔 시간 동안 술판을 벌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낡아 빠지고 커다란 목조 건물을 헛간 하나, 복도 하나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제 생각으론, 바로 그때, 정확히 그 집에서 체포되기 직전에 돈의 일부분이 무슨 구멍 같은 곳이나 무슨 틈새나 마루 쪽 밑이나 어디 구석이나 지붕 밑에 감추어졌을 것 같은데 ─ 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랬을까요?


돈은 어떤 경우에나 꼭 필요한 겁니다! 사람은 돈이 있으면 ─ 어딜 가나 사람대접을 받는 법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이런 순간에 이러한 계산이 진행되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여겨집니까? 하지만 그는 이 일이 있기 한 달 전에 역시나 그에게 가장 불안하고 숙명적인 어느 순간에 3000 중 절반을 떼 내어 자신의 부적 속에 꿰매 넣었노라고 자기 입으로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지금 곧 이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증명할 테지만,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런 생각 자체는 카라마조프가 쭉 숙고해 온 것이기 때문에 그에게 낯익은 것이었겠죠.


두 개의 심연


두 개의 심연을 상기해 주십시오, 배심원 여러분, 카라마조프는 두 개의 심연을, 두 개를 동시에 관조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 집에 대해 가택 수색을 벌였지만 발견한 것이 없습니다. 그 돈은 지금도 아직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다음 날 사라져서 지금쯤 피고인의 손에 들어갔는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체포됐을 때 그는 그녀 곁에 있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그녀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는데, 그 순간 모든 것을 완전히 잊었기 때문에 체포자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아직 어떤 대답을 할지도 머릿속에서 미처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거죠. 그도, 그의 머리도 불시에 체포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그는 망연자실하고 공포에 눌린 나머지 자기에게 심히 불리한 말도 몇 마디씩 툭툭 내뱉었습니다. ‘피! 나는 이런 대접을 받아도 싸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자제력을 발휘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등 ─ 뭐 하나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었지만 단 하나, 무턱대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는 죄가 없습니다!’라며 발뺌할 준비는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아직은 담장이 멀쩡하니까 저기, 담장 너머에 뭔가를, 무슨 바리케이드라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하는 식이었죠.


질주하는 트로이카


여러분은 이 순간 러시아를 대표하여 이 자리에 있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의 선고는 이 법정뿐만 아니라 전 러시아를 향해 울려 퍼질 것이며 러시아 전체가 자신의 변호사이자 판관인 여러분의 말을 경청할 것이고 여러분이 내릴 선고에 기운을 얻거나 아니면 실망하게 될 겁니다. 우리의 숙명적인 트로이카는 어쩌면 파멸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이미 오래전부터 러시아 전역에서는 두 팔을 내뻗어 저 무자비한 광란의 질주를 저지하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러시아의 기대를 괴롭히지 말아 주십시오, 친부 살해를 정당화하는 선고를 내림으로써 가뜩이나 커지고 있는 그 증오를 더 증폭시키지 마십시오……!”


한마디로 말해서,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몹시 도취되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논고를 비장하게 끝맺었으며 ─ 그가 불러일으킨 인상이란 굉장한 것이었다. 한편 그 자신은 논고를 끝내자 서둘러 퇴정했는데, 반복하건대, 다른 방으로 들어섰을 땐 거의 졸도 일보 직전이었다. 법정에서 박수갈채를 보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진중한 사람들은 흡족해했다. 오직 부인네들만이 그다지 탐탁스러워하지 않았지만 그들도 멋진 웅변만은 마음에 들었으며 더욱이 그들은 결과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터라 모든 희망을 페츄코비치에게 걸었다.


휴정이 선언되었지만, 아주 짧은 시간 십오 분, 길어야 이십 분 정도였다. 방청석에서는 이야기를 나누고 감탄을 연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중 어떤 것들은 내 기억 속에도 남아 있다.

“참으로 진지한 논고였습니다!” 어느 무리에서 한 신사가 자못 인상을 쓰며 한마디 했다.

“심리 분석을 너무 남발한 감은 있어요.”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래도 모든 게 사실이 아닙니까, 격퇴할 수 없는 진리였죠!”

“그래요,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결론을 내려 준 셈이죠.”

“하지만 걸핏하면 모욕을 느끼는 성격이기도 하죠. 게다가 수사도 너무 화려했고 문장도 너무 길었어요.”

“게다가 사뭇 위협조더군요, 유념해 둬요, 줄곧 위협조로 나왔잖아요. 트로이카 얘기 기억나시죠? ‘저들에겐 햄릿들이 있지만 우리에겐 아직은, 일단은 카라마조프들이 있을 뿐입니다!’ 이 말은 참 대단했어요.”

“이건 자유주의 쪽에 아첨을 한 겁니다. 그게 무서운 거죠!”

종이 울리기 시작했고 다들 자기 자리로 돌진했다. 페츄코비치가 연단으로 올라왔다.


<12장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