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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강성 Mar 06. 2024

이기적 유전자 (2)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지음

Chapter 2  자기 복제자(The replicators)


안정을 향하여


도킨스는 이 장을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다윈의 학설이 납득할만한 것인 이유는 어떻게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으로 변할 수 있는지, 어떻게 무질서한 원자가 복잡한 패턴으로 모여 인간을 만들어 내기에 이를 수 있는지 보여 주기 때문이다. 다윈은 인간의 존재에 관한 심원한 문제의 해답을 제공해 준다. 그것은 지금까지 제기된 해답 중에서 유일하게 그럴듯하다.

 

안정한 것


도킨스는 “다윈의 ‘최적자 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은 실제로 ’안정자 생존(survival of the stable)’이라는, 보다 더 일반적인 법칙의 특수한 예이고, 세상은 안정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안정한 것’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 만큼 지속적으로 존재하거나(예: 알프스의 마터호른 봉우리), 금세 사라질지라도 집합적인 이름을 붙일 수 있을 만큼 그 존재가 흔한(예: 빗방울) 원자의 집단이라고 한다.

[마터호른 출처 구글 이미지]

비누 거품이 구형인 것은 기체가 차 있는 얇은 막의 안정한 형태가 구형이고, 지구에서는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고여 있는 물의 안정한 표면은 편평한 형태이다.


소금의 결정이 입방체인 것은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이 함께 담겨 있으려면 입방체가 안정하기 때문이며 태양에서는 수소 원자가 융합하여 더 안정한 헬륨 원자를 만든다.

[염화칼슘의 구조 출처 구글 이미지]

원자와 분자


오늘날 생물들은 매우 복잡한 큰 분자들로 구성되며 그 복잡성에는 몇 개의 단계가 있다. 우리 혈액 중의 헤모글로빈은 전형적인 단백질 분자이다.


헤모글로빈 한 분자에는 574개의 아미노산 분자가 있고, 이들 아미노산은 4개의 사슬을 만들며 이 사슬들이 서로 맞물려 매우 복잡한 구형의 3차원 구조를 만들어 낸다.


아미노산 서열이 같은 2개의 단백질 사슬을 떼어 내면 마치 2개의 용수철처럼 완전히 똑같은 3차원 구조로 돌아간다. 그래서 이 형태가 안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헤모글로빈의 구조]

생명의 기원과 자기 복제자


생명 탄생 이전의 지구에는 물, 이산화탄소, 메탄, 암모니아 등이 단순한 화합물이 있었을 걸로 추측되고, 학자들은(최초는 1953년 스탠리 밀러) 이런 단순 물질을 플라스크에 넣고 전기 방전을 하는 실험을 통해 아미노산이 합성되는 것을 발견했다. 더 최근에는 비슷한 실험에서 퓨린과 피리미딘이라는 유기물이 생성됐는데 이들은 DNA의 구성 요소다.

[아미노산 생성 실험 출처 코스모스]

이런 비슷한 과정이 생물학자나 화학자가 30~40억 년 전에 해양을 구성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원시 수프(primeval soup)’를 만들어 냈을 것이고, 그것들이 다시 자외선과 같은 에너지의 영향을 받아 결합하여 더 큰 분자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자기 복제자


어느 시점에 특히 주목할 만한 분자가 우연히 생겨났는데 이들을 자기 복제자(replicator)라고 부르기로 하자. '자기 복제자'는 스스로의 복제물을 만든다는 놀라운 특성을 지녔다.


그 탄생은 전혀 우연히 발생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수억 년이라는 세월을 통해 우연히 만들어진다는 것은 전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한 그것은 단 한 번만 생기면 충분하다.


'자기 복제자'를 주형이라고 생각해 보자. 여러 가지 종류의 구성 요소 분자(building block molecule)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하나의 거대 분자라고 하자.


이 '자기 복제자'가 담긴 수프에는 이들 구성 요소들이 많이 떠 다니고, 각 구성 요소가 자기와 같은 종류에 대하여 친화성이 있다면 그런 부분을 만날 때마다 '자기 복제자'에게 들러붙으려고 할 것이며, 이렇게 들러붙은 구성 요소는 자동적으로 '자기 복제자' 내 구성요소들의 서열과 같은 식으로 배열될 것이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어 그 산물이 층층이 쌓여 결정체가 만들어지고, 두 가닥의 사슬이 세로로 쪼개지면 2개의 자기 복제자가 되어 그 각각이 다시 복제를 계속할 수 있다.


각 구성 요소가 동종이 아닌 특정한 다른 종류와 상호 친화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경우 '자기 복제자'는 일종의 ‘음각’의 주형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음각’이 본래 ‘양각’의 사본을 만드는 것이다.

[자기 복제 물질의 합성 과정 출처 위키백과]

최초의 복제 과정이 어떤 것인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안정성’이 갑자기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자기 복제자'가 생겨나자마자 그 사본들은 틀림없이 바닷속에 빠른 속도로 퍼졌을 것이다.


복제의 오류


이런 복제의 과정에서 복제 오류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진정한 의미의 개량으로 이어지며, 몇몇 오류의 발생은 생명 진화가 진행되는 데에 필수적이었다.


최초 '자기 복제자'의 자손인 현재의 DNA 분자도 때로는 오류를 일으킨다. 아마도 최초의 '자기 복제자'는 더 많은 오류를 저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오류가 생겨났고, 이 같은 오류들이 누적되어 왔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원시 수프는 같은 조상으로부터 ‘유래’한 몇 가지 변종 복제자의 개체군들로 채워졌다. 어떤 변종은 다른 종류보다 원래부터 안정한 것이었을 수도 있고, 어떤 분자들은 일단 만들어지면 다른 것보다 덜 분해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변종들은 수프 속에서 비교적 그 수가 많았을 것인데, 그것이 이들의 수명이 길었기 때문일 뿐 아니라 스스로의 사본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명이 긴 '자기 복제자'는 점점 더 그 수가 많아졌을 것이고, ‘다른 조건이 같다고 할 때’ 분자의 개체군은 수명이 길어지는 ‘진화적 경향’이 나타났을 것이다.


다산성과 정확성


어떤 '자기 복제자'가 개체군 내에서 퍼져 나가는 데 보다 더 중요한 특성은 바로 복제의 속도, 즉 ‘다산성(fecundity)’이었다. 즉 짧은 시간에 사본을 만드는 분자가 수적으로 우월하게 되고 더 높은 ‘다산성’을 갖는 ‘진화적인 경향’이 존재했을 것이다.


선택에서 살아남았을 '자기 복제자'- 분자의 세 번째 특징은 복사의 정확성이다. 잘못된 사본을 만드는 확률이 높아질수록 ‘자식’ 그 자체를 잃을 뿐 아니라 현재의 자손 또는 가질 수 있었던 모든 자손 모두를 잃는 것이므로 그렇지 않은 쪽이 수적으로 많아질 것이다.


복제의 오류가 진화의 선제 조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진화를 ‘바라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진화란 '자기 복제자'가 아무리 막으려고 갖은 노력을 해도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생존 경쟁


그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다윈 자신이 강조한 ‘경쟁’이다. '자기 복제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구성 요소 분자는 점점 더 소진되었을 것이고 그 자원을 차지하기 위하여 자기 복제의 여러 가지 변종들 내지는 계통들이 경쟁했을 것이다. 다른 종류의 '자기 복제자'들 사이에 생존 경쟁이 있었던 것이다.


안정성을 증가시키는 복제상의 오류나 경쟁 상대의 안정성을 감소시키는 새로운 방법은 어떤 것이든 자동적으로 보존되고 늘어났을 것이고, 이러한 개량 과정은 누적되었을 것이며, 어떤 '자기 복제자'는 화학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거나 둘레에 단백질 벽을 만들어 스스로 방어하는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최초의 살아 있는 세포가 나타난 것 아닐까? '자기 복제자'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계속 존재하기 위해 자신을 담을 그릇, 즉 운반자(vehicle) 내지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까지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새로운 경쟁 상대가 나타나 살아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짐에 따라 생존 기계는 더 커지고 더 정교해졌으며 이 과정은 누적되고 계속 진행되었다.


오늘날의 '자기 복제자'


40억 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자기 복제자'는 이미 먼 옛날에 자유를 포기하고, 오늘날 덜거덕거리는 거대한 로봇 속에서 바깥세상과 차단된 채 안전하게 집단으로 떼 지어 살면서, 복잡한 간접 경로로 바깥세상과 의사소통하고 원격 조정기로 바깥세상을 조종한다.


그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론적 근거이기도 하다. 이제 그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며, 우리는 그들의 생존 기계다.


Chapter 3  불멸의 코일(Immortal coils)


생존 기계


생존 기계는 인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식물, 박테리아 그리고 바이러스를 포함한다. 지구상 생존 기계의 총수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고 심지어 종의 총수마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양한 생존 기계


생존 기계는 종류에 따라 그 외형이나 체내 기관이 매우 다양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모두 동일한 종류의 DNA라는 분자다.


그러나 '자기 복제자'는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 종류의 생활 방법들을 이용하기 위하여 다종다양한 기계를 만들었다. 이처럼 DNA는 매우 신비하게 일하며, 오늘날 DNA는 생존 기계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


DNA의 구성단위


DNA 분자는 뉴클레오티드(nucleotide)라고 하는 작은 단위 분자로 구성된 긴 사슬이다. 그것은 우아하게 맞물린 한 쌍의 뉴클레오티드의 나선형 사슬, 즉 ‘불멸의 코일’인 ‘이중 나선’으로 되어 있다.


뉴클레오티드를 구성하는 단위는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 G(구아닌)의 네 종류밖에 없고, 이는 모든 동식물에서 동일하며 단지 이들이 연결되는 서열(sequence)이 다를 뿐이다.

[뉴클레오티디의 구성 출처 구글 이미지]

DNA는 각 세포에 분포되어 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 수는 평균 약 10의 15제곱개다. 이 세포들 각각에는 그 신체에 대한 완전한 DNA사본이 들어 있다.


마치 거대한 건물의 모든 방에 그 건물 전체의 설계도가 들어 있는 ‘책장’이 있는 것과도 같고 세포 내의 ‘책장’은 핵이라고 불린다.


인간의 설계도는 46권이나 되며, 이 수는 종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각 ‘권’을 염색체라고 부른다. 염색체는 기다란 실처럼 보이는데, 유전자는 그 실에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복제


DNA 분자는 두 가지 중요한 일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복제다. 처음 수정되었을 때는 설계도의 원본 하나가 들어 있는 한 개의 세포였는데 이 세포가 계속 분열되어 10의 15제곱개의 세포를 만들어낸다.


DNA가 하는 두 번째 중요한 일은 다른 종류의 분자, 즉 단백질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이다.

[DNA 복제 과정 출처 구글 이미지]

하나의 생존 기계는 하나가 아닌 수십만이나 되는 유전자를 가진 운반자다. 몸을 제조한다는 것은 유전자 각각의 기여도를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협력 사업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몸의 여러 부분에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몸의 한 부위가 여러 유전자의 영향을 받기도 하며, 한 유전자의 효과가 다른 많은 유전자들과의 상호 작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유전자는 개체의 특성을 정한다


유전자들의 복잡한 상호 의존성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복합체’와 같은 집합 명사를 쓰지 않고 ‘유전자’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성’이라는 현상 때문이다.


유성 생식은 유전자를 섞는다. 하나의 개체에 들어 있는 유전자의 조합은 일시적이지만 유전자 자체는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며 생존한다. 이것이 이 장의 중심 논제다.

[유성생식의 모형 출처 구글 이미지]

인간의 설계도


인간의 46개의 염색체는 23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아버지로부터 유래한 23개와 어머니에게서 유래한 23개가 특정한 권의 페이지와 대응한다. 어떤 경우에는 한쪽에 적힌 내용이 다른 쪽의 내용보다 우세한 경우 전자를 우성(dominant) 유전자, 후자를 열성(recessive) 유전자라고 부르며, 2개의 유전자가 염색체의 같은 위치에서 경쟁할 경우 이들을 서로의 대립 유전자(allele)라고 부른다.

[염색체 출처 구글 이미지]

감수 분열과 교차


1개의 세포가 2개로 갈라지는 정상적인 세포 분열에서 그 각각의 세포는 46개의 모든 염색체 사본을 전부 받는다(체세포 분열(mitosis)). 그러나 생식 세포, 즉 난자 또는 정자를 만들 때는 각 23개밖에 갖고 있지 않게 된다(감수 분열(meiosis)).

[체세포 분열과 감수분열, 출처 구글 이미지]

생식 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아버지 쪽의 염색체 조각들은 서로 떨어져서 어머니 쪽 염색체의 해당 조각과 바뀌는데 이 과정을 교차(cross over)라고 한다. 교차는 어머니 쪽의 두루마리 테이프와 그에 상응하는 아버지 쪽의 두루마리 테이프를 맞잡아 들고, 그것에 적힌 내용이 무엇이든 대응하는 부분을 잘라서 바꾸는 것과 같다.

[염색체의 교차 출처 구글 이미지]

그나마 염색체 안에서 분명히 나눌 수 있는 기준선이라고 한다면 '시스트론(cistron)'이 있다. 시스트론은 '단백질 사슬의 시작 메시지'부터 '단백질 사슬의 종결 메시지'까지 이어져 특정한 단백질을 지정하는 암호화된 설명서를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유전자를 시스트론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차는 시스트론의 경계선을 고려하지 않는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유전자는 자연선택의 기본적인 단위가 될 수 있을 만큼 긴 세대에 걸쳐서 생존해야 한다. 즉, 유전자는 복제의 정확도가 뛰어난 자기 복제자여야 하는 것이다.​


유전 단위와 유전자의 평균 수명


두루마리 테이프에 적혀 있는 인접한 암호 문자의 서열을 '유전 단위(generic unit)'라고 부르도록 하자. 유전 단위는 짧으면 짧을수록 세대를 거쳐서 더욱 오래 살 것이다. 특히 교차에 의해 쪼개질 확률이 적을 것이니 말이다. 인접한 시스트론 몇 개로 이루어진 시스트론군도 교차 때문에 해체되기 전까지 수 세대에 걸쳐 살아남을 수 있다.


이에 비해서 염색체는 필시 교차를 통해서 아주 조그마한 일부분이라도 쪼개질 테니 그 염색체가 다음 세대까지 그대로 전달될 확률은 0%에 가깝다. 다시 말해서 염색체의 수명은 한 세대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라도 하나의 염색체가 완전히 당신과 같은 사람은 없다. 유전 단위가 작으면 작을수록 다른 개체도 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사본 형태로 이 세상에 여러 번 나타날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돌연변이


새로운 유전 단위가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방법은 교차를 통한 구성이다. 그 외에 두 가지 드문 종류의 방법이 있다. 점 돌연변이와 역위이다.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는 어떤 책에 오자가 단 하나 있는 것과 같은 오류다. 다시 말해서 유전자 서열 중 한 개의 염기가 바뀌어서 생기는 돌연변이 현상이다.

[점 돌연변위 출처 구글 이미지]

‘역위(inversion)’는 염색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가 거꾸로 된 방향으로 다시 붙는 돌연변이 현상을 말한다. 때로는 염색체의 일부가 단순히 거꾸로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그 염색체의 엉뚱한 부분에 붙기도 하고, 아주 다른 염색체에 붙기도 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보통 이러한 돌연변이는 개체가 적응하기에 불리하게 작용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때때로 이로 인해 유전 물질 조각들이 가까이 연관되어 함께 일할 수도 있고 양쪽이 모두 존재할 때만 이로운 효과를 내는 2개의 시스트론은 아마도 역위에 의해 서로 가까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자연선택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새로운 ‘유전 단위’를 선호할 수 있고, 이 경우 그 유전 단위는 미래의 개체군 내에 퍼질 것이다. 유전자 복합체가 여러 해에 걸쳐 이와 같은 방법으로 대폭 재조립되고 ‘편집’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나비의 의태


도킨스는 그 예로 ‘의태(mimicry)’라고 알려진 현상을 든다. 어떤 종류의 나비는 맛이 끔찍해서 새들이 그 나비의 색깔을 보고 피하게 되는데 다른 종류의 나비가 맛이 없는 나비의 색깔과 형태로 태어나 새들이 속게 된다. 이것이 의태가 진화하는 과정이다.

[맛이 없고 독이 있는 ‘제주왕나비’(좌)를 의태한 ‘바이스로이‘ 나비(우) 출처 구글 이미지]

이렇게 실제로 역위와 그 밖의 우연한 재배열로 유전 물질이 자동적으로 편집되어서, 이전에는 무작위로 흩어져 있던 다수의 유전자가 하나의 염색체상에서 긴밀한 연관 집단을 이루었다. 이 집단 전체는 하나의 ‘유전자’인 양 행동하고 또 다른 집단인 '대립 유전자'도 가지고 있다.


시스트론이 한 몸을 이탈하여 다른 몸으로 들어가기 위해 정자나 난자에 실릴 때 이전의 항해에서 같이했던 이웃과 한 조각배에 실리듯이, 같은 염색체 상에서 서로 이웃한 시스트론은 단단히 뭉쳐 길동무를 이루고 이들은 감수 분열 시기가 되더라도 반드시 같은 배에 탑승한다.


여기서 도킨스는 이와 같이 ‘여러 세대에 걸쳐 존속할 가능성이 있는 염색체의 작은 토막’을 ‘유전자’라고 정의하고, 이 책의 제목인 ‘이기적 유전자’의 ‘유전자’는 바로 이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연선택의 단위


유전 단위를 실제로 더 이상 나눌 수 없고 독립적인 입자로 다를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은 그레고르 멘델(Gregor Mendel)의 위대한 업적이다.


유전자는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손자, 손녀에 이르기까지 다른 유전자와 섞이지 않고 그대로 중간 세대를 거쳐 여행한다(이러한 사실이 다윈의 생애 중에 밝혀졌으나 다윈은 생전에 그것을 몰랐다고 한다).

[멘델과 유전법칙을 밝혀 낸 완두콩 출처 구글 이미지]

유전자 입자성의 또 다른 측면은 그것이 노쇠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유전자는 자기 마음대로 몸을 조작하며, 죽을 운명인 몸이 노쇠하거나 죽기 전에 그 몸을 버리면서 세대를 거쳐 몸에서 몸으로 옮겨 간다. 유전자는 불멸의 존재다. 유전자의 기대 수명은 1백 년 단위로 측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반면에 유성생식을 하는 종에서 개체는 자연선택의 중요한 단위가 되기에는 너무 크고 수명이 짧은 유전 단위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선택의 기본 단위로 가장 적합한 것은 종도 아니고, 개체군도 아니고, 개체도 아닌 유전자라는 것이다.


물리적 DNA 분자는 어느 것이든 그 생명이 매우 짧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DNA 분자는 그 사본 형태로 1억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즉 도킨스는 "유전자를 정의하는 속성은 유전자가 사본 형태로 거의 불멸이라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유전자-이기주의의 기본 단위


소수의 유전자가 고비를 넘기고 세대를 걸쳐 살아남는 것은 그 유전자가 중요한 무언가, 즉 생존 기계를 잘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유전자는 자기가 들어 앉아 있는 몸의 배 발생에 영향을 주어 그 몸이 경쟁 유전자, 즉 대립 유전자의 영향 하에 있을 때보다 조금 더 잘 살아남고 더 많이 번식하도록 한다.


도킨스는 유전자 수준에서 이타주의는 나쁘고 이기주의는 좋다는 것이다. 유전자 풀 속에서 대립 유전자 대신 자기의 생존 확률을 증가시키는 유전자는 어느 것이든 그 정의상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인 것이다.


유전자의 협력 사업


그런데 유전자가 세대를 통해 여행할 때 아무리 독립적이고 자유로울지라도 그것은 배 발생 과정을 제어하는 데 전혀 자유롭지도, 독립적이지도 않다고 한다. 유전자는 매우 복잡한 방법으로 유전자끼리 그리고 외부 환경과 상호 작용을 한다.


그러나 다른 조건이 같다면, 대립 유전자가 영향을 미칠 때보다 (생존에 유리하다면) 다리를 더 길게 만드는 하나의 유전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차이’이고, 진화에서 중요한 것은 ‘유전자에 의해 제어되는 차이’이다.


노화 이론


피터 메더워 경(Sir Peter Medawar, FRS, 1915년~1987년, 1960년에 후천성 면역 내성을 발견한 공로로 프랭크 맥팔레인 버넷과 함께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았다)은 “늙은 개체가 죽는 것은 그 종의 나머지 개체에 대한 이타적 행위다. 왜냐하면 번식할 수 없을 정도로 늙어서도 살아 있는 개체는 세상을 어지럽히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라는 종래의 전통적인 가설을 배척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피터 메더워 경, 출처 구글 이미지]

우수한 유전자와 치사 유전자


성공한 유전자가 갖는 일반적인 특성은 자기 생존 기계의 죽음을 적어도 번식한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늙은 몸에서 치사 효과를 나타내는 유전자는 개체가 어느 정도 번식을 하고 나서 그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어린아이나 젊은 몸을 치사시키는 유전자에 비해 유전자 풀 내에서 성공적일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노쇠 현상은 후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와 반치사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 축적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산물일 뿐이다. 즉 이들은 단지 후기에 작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선택의 그물 구멍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메더워가 강조하는 점은, 선택은 다른 치사 유전자의 작용을 늦춰 주는 유전자를 선호하고, 좋은 유전자의 작용을 빠르게 하는 유전자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인간이 어떤 연령 이전에는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유전자를 속여서 자신이 들어 있는 몸을 실제 연령보다 젊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도킨스는 젊은 몸의 화학 특성을 흉내 냄으로써 후기에 작용하는 유해한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던져 보지만 딱히 뭔가 결론을 내리거나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유성 생식과 교차


유성 생식은 개체가 자기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한 방법으로서는 ‘비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도킨스는 이 부분에 대해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유성 생식이 유성 생식을 가능케 하는 유전자에게 이롭다면 이것으로서 유성 생식의 존재도 충분히 설명된다고 주장한다. 유성 생식이 나머지 유전자 모두에게 이로운가 아닌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도킨스는 실제로 살거나 죽거나 하는 것은 결국 유전자 전부를 지닌 개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선택적인 개체의 죽음과 번식으로 인한 장기적인 결과는 유전자 풀 내에서 유전자의 빈도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진화는 유전자 풀 속에서 어떤 유전자는 그 수가 늘어나고 또 어떤 유전자는 수가 줄어드는 과정이다. 유전자 풀은 유전자가 살아가는 새로운 형태의 수프다. 옛날과 다른 점은 오늘날의 유전자는 언젠가는 죽을 생존 기계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 풀 내 동료 유전자들 집단과 협력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이 장을 마무리한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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