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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Jan 09. 2019

스타벅스 공화국

나경원 의원님의 발언에 공감하지 못하는 전직 커피 전문점 사장의 생각

무려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10년을 매진하여 공부하던 전공을 단박에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귀국한 2005년 늦은 여름 어느 날, 친구를 만나러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을 어슬렁 거리는데 평소 즐겨 찾던 커피 전문점에서 파트타임 알바(19:00-마감까지)를 구하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가진 것이라고는 멀쩡한 몸뚱아리 하나뿐이라 생각한 본인에게 너무나 딱 맞는 그런 자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이 20대 후반까지 해결하지 못한 병역의 의무로 9월 훈련소 입소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당장 지원하지 못하고, 혹 본인이 "다시 사회에 나올 때까지 이 공고가 유효다면 꼭 지원하리라"하며 입맛을(?) 다신 기억이 있다. 그리고 정확히 4주 후 10월 첫째 주에 나의 다짐은 이루어졌고 이후 이듬해 1월까지 그곳에서 4개월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렇다. 몸뚱이 하나 멀쩡하다고 생각한 본인은 본인의 기대와는 다르게 국가가 부여한 신체 건강지수(?) 4등급의 그저 그런 () 병자였던 것이다. 뭐 우울하지만 상기의 이유로 퇴소의 날짜가 (사회로의 복귀가) 4주 뒤로 한정되어 있었기에, 태어나 처음으로 해보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커피빈이었다.

아직도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가끔은 그곳을 지나며 예전 그 때 만났던 점장님과 직원분들 또 그 당시의 여자 친구를 생각해보곤 한다.(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무 얼굴도 생각이 안 난다. 특히나 그때 만났던 그녀는...)

멋있어 보였던 나무느낌의 커피빈 초기


얼마 전 뉴스를 보니 평소 존경해 마지않던 아름다우신 나경원 의원님 께서 별 다방과 콩 다방을 비교하시면서자신이 원내대표로 있는 당의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셨는데, 죄송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정치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본인이 실제 뵈었던 여성 정치인들 중 단연코 원 탑 이신 나 의원님을 저격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신혼 때 살던 곳이 나 의원님의 지역구였기에 시장에서 선거운동하시던 모습을 뵌 기억이 있다.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운 외모에 남성시장이 밝아졌다.... 는 무리한 비유겠지만 아무튼 아름다우셨다)


커피 전문점이 태동하던 그때는 1990년 말-2000년 초반이었다. 스타벅스가 1999년 처음으로 이대 후문에 매장을 냈고 그 당시 그곳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본인은 생소했던 커피 전문점이라는 곳에 들어가고자 줄을 서는 여학생 무리를 보게 되었는데, 이 모습이 "경이로웠다"라고 표현할 만큼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을 기억한다. 2005년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 매장은 그 당시 하루 매출이 기백만원이 훌쩍 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불과 20평의 작은 매장에서 직원 5명과 아르바이트 4명이 모든 음료의 제조와 매장의 청소 등을 담당했다. 대부분의 음료 제조는 직원 분께서 전담하시고 아르바이트생은 주문과 청소 등을 분업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 그만둘 때쯤 되자 본인이 만든 음료를 상품으로 내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혹시나 클레임이 걸리나 싶어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출처:나경원 의원님 공식 블로그


아름다우신 나 의원님의 이번 발언을 살펴보면

[예전 잘 나가던 커피빈은 지금 스타벅스에 밀려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이런 결과의 원인은 커피에만 집중한 커피빈의 잘못된 선택에 기인한다]

정도로 이해해도 무리는 없겠다. 물론 나 의원님의 발언 목적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세심히 살펴볼 수 있는 스타벅스 같은 정당이 되겠다"라는 데에 있겠지만 말이다. 상기의 발언이 어떤 근거로 작성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커피,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의 실패를 현재 커피빈 코리아의 저조한 성과의 이유로 지목하는 것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이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도 스타벅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스타벅스 서울 지도

그러나 실제 커피전문점 점포수 1위는 이디야 커피이다.(땅콩 회항 그 집에서 하는)

이디야커피 서울 지도

서울 거의 모든 지역을 커버하는 저 파란색 로고들을 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으리라. 스타벅스는 2위도 아니고 3위 정도의 점포수를 가지고 있는데 2위 자리를 두고 CJ의 투썸 플레이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리다툼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우리들에게 공짜 커피를 사주겠다고 하면 당신의 대답은 무엇인가? 수도권에 사는 대다수는 스타벅스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왜 사람들의 눈에는 스타벅스가 가장 흔히 또 많이 보이고 누군가가 사주는 공짜 커피는 이왕이면 스타벅스에서 마시고 싶어 하는것 일까?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두 가지 물음에 같은 대답이 나오리라 추측하는 이유는 초록색 간판의 커피전문점이 주는 느낌 때문이겠다. 그곳에 들어가고 나가는 것이 힙 해 보인다고 느끼는 그 느낌적인 느낌(?) 말이다. 커피전문점에서 종이컵을 들고 나오는 커리어우먼, 그녀가 들고 있는 컵에 초록색 로고가 위치한다고 상상하는 것이 대수롭지 않도록 세뇌한 스타벅스의 브랜드 마케팅이 먹힌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힙한 곳을 출입하는 사람이 되고자 스타벅스 커피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힙한 장소를 한곳에 집중적으로 몰아 사람들의 뇌리에 잊히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노출한 스타벅스 코리아의 훌륭한 출점 전략이  뒷받침되었기에 점포수 1위의 이디야가 아닌 스타벅스가 가장 많다고 느껴지도록 만들고 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스타벅스 공화국이 되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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