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학대식 Mar 21. 2019

똑똑한 소비의 기준

가성비의 의미에 대해 #2

                                                         가성비의 의미에 대해 #1 에 이어


제품을 구매하는 것.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돈을 지불하는 인간의 신중한 행동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소비활동이 이런 분명한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니겠다. 제조사들은 오늘도 우리들에게 덜 필요한, 덜 중요한 상품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둔갑시켜 조금은 덜 신중하고 다소 충동적인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기에 엄청나게 발전한 그들의유혹을 뿌리치고 지속적으로 현명한 소비만을 결정하는 깐깐하고 신중한 소비자로 우리를 한정하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다.


어찌 됐건 스스로를 깐깐한 소비자라 여기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갑을 여는데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이 "가성비"라는 단어는 얼핏 보면 아주 쉽게 판단이 가능한 가치이겠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보인은 가성비의 기준을 어디까지 한정하느냐에 따라 좋고 나쁨이 유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다시 말해 차이슨이나 차이팟이 원래의 그것에 비해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가성비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지 않겠냐 라는 생각이다(이중부정 정말로 오래간만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에 합당한 이유를 부여하는 습성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가끔은 도를 넘어서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나 같은 성능을 보여주는 재화를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한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이다.다이슨의 무선 청소기의 경우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무선청소기의

가격의 범위를 훨씬 벗어난 그것이었다.하지만 생경하게만 보였던 그것이 매스컴에 등장하고 일부 계층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자 어느 순간 모든 주부들의 잇템이 되어버린것은 다이슨 청소기가 다른 무선 청소기에 비해 성능이 월등해서 때문은 아니겠다. 


어쨌든 이 고가의 무선 청소기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보자는 생각에 직구가 활성화되었음은 물론 직구 상품을 저렴히 수리해주는 수리 전문점들이 생겨 직구족들의 불편을 잠재움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다이슨 청소기를 구매하는 일련의 현상들이야 누구나 유추할 수 있을만한 내용들이겠다. 그리고 이런 다이슨의 열풍에 슬며시 합세한 중국의 가전제품 제조 회사들은 다이슨의 모양을 완벽히 복사해 1/4의 가격에 다이슨 짝퉁을 팔기 시작한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차이슨의 시작이다. 그렇다 차이슨은 엄연히 짝퉁이다. 예전 본인이 학생이던 시절 이태원에서 구매했던 그 구두처럼 말이다.그리고 본인에게 그 구두는 딱 그만큼의 의미였다. 절대로 매장에 신고 들어가지 못할 그런 정도의 의미 말이다.


                                              세상의 모든 제품에는 그 처음이 그리고 시작이 있다. 


그리고 그 처음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비용을 제조사에게 지불하게 하여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물론 처음의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고 오직 그것만이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겠다.

첫 번째의 도전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오류와 실수를 겪지 않고 바로 다음 단계로의 진입에 성공한 후발주자들의 눈부신 선전(善戰) 덕분에 세상은 일부의 선구자들만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리지널리티를(원작으로서의 예술의 독창성과 신선함을 가지는 것) 가지는 선구자 다이슨과 그것을 그대로 베낀(심지어 아무런 비용 지불 없이) 차이슨을 동일선상에 세우고 성공한 후발주자로 인지하여 대등한 비교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비교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에어팟과 차이팟의 비교 역시 제대로 된 그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적어도 공정한 방법으로 경쟁하는 주자들을 비교해 1등과 2등을 판단하고 그 둘 중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를 소비자에게 묻는 것이 제대로 된 가성비를 판단할 수 있는 상식적인 물음이 아닐까? 차이슨이나 차이팟이 후졌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다이슨과 아이팟의 값싼 버전으로 대변되는 이것들은 오리지널리티를 가지지 못한 제품이고 제대로 된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은 짝퉁이기에 처음부터 비교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슨과 차이팟이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하지 말자. 그냥 가격이 싼 대체품일 뿐이다. 여유가 있으면 절대 구입하지 않았을 그런 예전 본인의 짝퉁 구두처럼 말이다.


출처:Samsung

얼마 전 삼성의 갤럭시 폴드가 발표되자 수많은 한국의 언론은 일제히 삼성이 휴대전화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환호하고 있다. 이제 업계의 선두주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해외의 언론 역시 (전부는 아니지만) 새로운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이다 라고 평가하는 데에는 별 다른 이의가 없어 보인다. 비록 실제 판매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화웨이에서 삼성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폴더블 폰 메이트X 를 내어놓았고, 바로 얼마전 뉴스에서는 샤오미가 갤럭시 폴드의 반값에 폴더블 폰을 출시한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 업계의 선두 삼성에 도전하는 중국 제조사들의 연이은 반격은 갤럭시 폴드을 위시한 폴더블 폰이 새 시대의 휴대전화의 주인공이 되리라는 기자들의 의견에 충분히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아닌가 싶다.


1990년대 휴대전화는 특별히 바쁜 사람들을 위한 그런 사치품이었다. 사치품으로만 여겨지던 그것이 1997년 pcs의 등장과 함께 급속도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무선호출기의 시장을 침삭 했고 이를 넘어 스티브 잡스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12년 전인 2007년 아이폰이라는 전혀 새로운 전혀 다른 차원의 휴대전화를 만들어냈다. Bravo!!!


그리고 지난 10년간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2019년 우리는 이 작은 전자 기기로 피씨의 대부분의 기능을 대체해 언제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마술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번의 갤럭시 폴드는 세상에 아이폰이 등장했던 그때만큼의 충격을 휴대전화 업계 전반에 전하는 크나큰 사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선봉에 삼성전자가 당당히 자리 잡았다. 언제나 애플의 뒤를 쫓기에 바빴던 그간의 모습을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당당한 업계의 선두주자가 된 것이다. Bravissimo!!!!


그리고 그것에 본인은 굉장한 자긍심을 느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한국을 대표하는 그것이기에 그리고 그 한국이 본인의 모국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오직 본인만이 경험한 특이한 무엇이 아니라 생각된다. 다이슨과 애플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가 삼성에 자랑스러워하듯이 다이슨이라는 회사를 가진 영국인과 애플의 미국인이 세계 가전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자국 회사들에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느낌 말이다. 영국인들이 또 미국인들이 그들의 회사를 사랑하고 그들이 힘들게 만들어낸 제품을 값싸게 흉내낸 중국의 짝퉁들을 쉽게 무시하고 또 무시해야만 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들이 맞이하게 될, 아니 어쩌면 이미 맞이하고 있는 현실인지도 모른다.


좋은 상품을 싸게 사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단 가성비라는 단어의 잘못된 이해로 짝퉁을 가성비 좋은 상품으로 오인하는 일은 정말로 없었음 한다. 그들은 번외다. 비교를 같이 할 만한 제대로 된 경쟁상대가 아니란 말이다. 모든 중국 제품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지난 과거야 어쨌든 혁신적인 또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고 그런 제품의 상당수는 중국에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짝퉁을 구매하는 것을 가성비가 좋아서라고 애써 포장하지 말자

세상 모든 소비에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이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볼품없는 이유를 억지로 가져다 붙인 것보다는 차라리 싼 맛에 샀다는 이유가 훨씬 멋지다. 그리고 그것이 분명히 더 합리적이다. 분명히

 








작가의 이전글 캡틴 마블을 봐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