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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Apr 08. 2019

창업자들을 위한 경고

WARNING #8

이 글은 지난 1년여간 이곳에서 만나고 관찰하게 된 여러 스타트 업의 관찰기이자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주는 작은 경고장인 동시에 코워킹 스페이스 뷰랩의 첫 해 보고서이다. 


(이전 글(창업자들을 위한 경고 WARNING #7)에 이어)


19. 흔히들 스타트 업에서 유연한 생각이 나오고 이것은 대기업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 말한다. 

물론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엄청난 숫자의 인원으로 체계화된 조직에서 유연함이라는 것은 

자칫 조직에 어울리지 않은 인재상으로 또 게으름의 상징으로 비칠 수 있기에 더더욱 그러하리라. 

대기업에 다닌다고 유연한 생각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래야할 여유가 아니 이유가 없을 뿐이다.

이미 조직이 갖추어진 커다란 회사에는 엄연히 보고의 순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보고의 순서로 인해 대부분의 유연한(?) 아이디어는 중간에 사장된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힘들어하는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매일의 수렵을 위해 자신의 몸을 쉼 없이

움직이는 것에 지치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그들의 생활방식이 힘들어 어느 한 곳에 정착하여 

경작을 시작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렇듯 인간이란 본디 예측 가능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바 조직에서 익숙한 사람이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이전의 무엇을 새로 고치는 것을 불편히 여기는 현상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다.

게다가 유기체의 산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인간의 나이 40을 넘어서는 주위 환경의 변화에 더욱 

민감해지는 것은 이미 그 시간을 살아본 사람들만이 공감할 슬픈 이야기이겠다.

그러니 신박하고 유연하고 심지어 기똥차다고 생각되는 아이디어가 이 글을 쓰는 본인 같은

꼰대(?)들의 손을 거치면서 산산조각 나는 일은 인간의 자기 보호의 발로로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정신 건강에 좋으리라.  그리고 이런 일을 반복되어 겪다 보면 그 문화에(그것이 좋든 싫든) 적응을 

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족속이니 유연한 아이디어가 대기업에서 나오기가 어렵다고 하는 말은 

이런 이유에 근간하는지도 모르겠다.


20. 대기업은 이미 먹을거리가 있다. 그러니 그들에게 도전이란, 낯선 무엇에의 적응이란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겠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하는 우리네에겐 이 유연한 생각과 낯선 무엇이

즉, 대기업이 그들의 큰 덩치로 인해 놓치고 있는 아이디어가 성공의 유일한 열쇠이고 이곳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 발전시키는 것이 업무의 전부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한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대기업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을 만한 그런 틈새를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가 꼭 유연한 근태에서 

나온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겠다. 

자유로움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출현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21. 요즘 가장 유행하는 멋져 보이는 말 중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이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사실 그 사전적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흔치 않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란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뜻으로 직역할 수 있으며, 그 뜻은 

생계를 유지하거나, 삶을 영위하는 데에 원격 통신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자신의 업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사람들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으로 작가, 

번역가 그리고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의 하나로 꼽히는 크리에이터 나 프로그래머 등이 이에 속하겠다.

원격 통신기술이라는 어려운 단어보다는 인터넷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이해하는데 훨씬

편할 이들의 근무환경은 아니나 다를까 유연하다. 즉 정해진 출퇴근 시각이 없다는 말이다.

이런 시간적인 유연함과 더불어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 역시 인터넷이라는 기술로 커버해 인터넷 접속이 

허락되는 어느 곳에서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출퇴근에 지친 일개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그렇기에 엄청난 매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들만의 특권이겠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일을 할 때에만 가질 수 있는 특권임을 우리는 생각지 않는다. 

개인이 혼자 일할 때와 누군가와 같이 일하는 경우에는 지켜야 할 룰과 기준이 너무나 다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한 조직의 일원이라 자각함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나보다 앞서는 결정과 노력이 전재되어야 한다는 말이겠다.

그 조직이 크던 작던 그들의 규칙이 나의 자유로움에 앞서는 것이 진정한 팀워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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