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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Apr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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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자동차 데이터 획득의 이유 #2

                                                     공유자동차 데이터 획득의 이유 #1 에 이어   


다시 말해, 자동차 한 대의 자율 주행에 관련한 기술 개발을 넘어 복수의 자율 주행차들 사이의 약속과 주행 시스템 전반에 공유 자동차에서 추출된 데이터가 이용됨으로 차들 간에 동시다발적인 Yes/No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의 구축에 이용될 것라 기대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도로 위에 주행 중인 모든 자율주행차들이 하나의 통일된 약속을 기반으로 차선을 바꾸고 교차로를 들어가고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으로 서로 연결되어 교통량을 적절히 분배해 모든 사람이 한 곳으로 몰려 발생할 교통 체증을 근본적으로 없애 결국에는 모두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 도착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기실 이러한 경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미래에 이미 와 있다고 말해도 큰 무리는 없겠다. 게다가 4G 시대를 넘어 5G 시대를 맞이한 이동통신 분야의 발전 역시 이런 경험을 앞당기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완벽한 자율주행 시스템과 엄청난 속도의 이동통신 인프라의 결합은 자가용이라는 개인적인 이동수단을 넘어 버스와 택시 등의 대중교통 전반에 인력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환경을 제공해 모두가 꿈꾸는 주거 환경, 자동차 소유의 개념 등의 그간의 우리들이 생각하고 원하던 삶의 방식 전체를 전혀 다르게 정의할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될 마중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더 이상 강남 아파트를 사려고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르고 순진한 기대일지 모르지만 진정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 이미 인간은 운전이라는 행위의 주도권을 일정 부분 기계와 프로그램에 내어주었다. 2019년 우리는 이 기술이 단지 운전의 주도권을 가지는 정도를 넘어 운전의 주체가 되는 놀라운 사건의 초입을 경험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자동 변속기가 90년대에만 해도 고급 옵션이었으며 흔하디 흔한 ABS 시스템 역시 우리네의 자동차에 보편적인 것으로 자리하게 되는데 30년이 걸렸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숫자로는 크게 보이는 30이라는 이 숫자가 현실에서는 눈 깜짝할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음에 동의한다면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에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그리고 그 언젠가 지금을 떠올리며 너무나 당연해 억지로 기억을 더듬어 찾아야만 생각이 날 정도로 희미한 무엇이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하는 본인의 생각에 큰 무리가 없으리라. 


이번 합의로 발생되는 주행 데이터는 향후 이런 주행 시스템의 안정화에 밑거름이 되는 것은 물론 운전이라는 행위는 자동차에 착석하는 것 말고는 따로 할 일이 없는 인간의 활동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겠다. 핸들을 잡지 않고 액셀에 발을 올릴 필요가 없으며 내비게이션을 이리저리 찾을 필요 없이 음성으로 명령하여 목적지로 차량이 출발하고 알아서 위치를 찾아 주차를 하는 일들이 가능하겠는 말이다. 심지어 공학의 발달로 뇌에서 주는 시그널을 인간의 몸에 이식되어있는 작은 마이크로 칩이 인지해 집으로 귀가할지 친구를 만나러 약속 장소에 갈지를 일일이 input하지 않아도 될 그런 상상 속의 일들 역시 꿈꿔 볼 수 있으리라. 이런 우리들의 상상 속의 무엇을 현실화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운전자들의 습관이며 이를 가장 편하게 획득하는 것이 카풀, 내비게이션, 택시 호출 등의 서비스에서 축적된 데이터라고 이해하면 왜 카카오가 이런 일방적이고 불합리해 보이는 타협안에 도장을 찍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리라 본다. 


문제는 이번 타협으로 과연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얼마나 얻었냐 이겠다. 과연 승차거부는 얼마나 줄었는지 택시를 잡기 힘든 시간에 카풀 등의 대체 자원이 말끔히 배정이 되었는지를 확인해봐야 할 텐데, 어느 쪽 하나,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모양은 아닌 듯 보인다. 오직 이번 결정에 만족스러운 무리는 타협을 이끌어 냈다고 자축하는 국회의원들인 모양인데,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흉측한 모양새가 아닐까 싶다.

이번 대타협으로 인해 택시는 몇 년간을 실패했던 기본요금을 올리는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소비자나 카풀 업체의 경우는 어떠한가. 승차거부를 당하기 싫은 소비자들을 위한 택시 서비스는 추가 요금을 내야 하고, 기본적인 서비스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다. 결국 허울만 멀쩡한 대타협으로 만족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 것인지, 과연 택시는 이 타협안에서 얼마나 희생을 한 것인지, 그들이 과연 희생을 한 것이 하나라도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아울러 이런 졸속한 합의에 만족하며 자랑하는 높으신 분들의 머릿속에 이 타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어떤 것 이었는지를 제대로 인지 했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것은 본인의 삐뚤어진 세계관 때문만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카풀 업체와 소비자 그리고 택시업체 모두가 부인하는 이 대타협이 어떤 의미인지. 대타협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해 심히 의심하게 되는 2019년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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