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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Apr 03. 2019

발에 대한 오해

날카로웠던 그날의 기억

불행인지 다행인지 본인은 소설 같은 허구의 무엇을 기획하는 능력이 없다. 그저 직접 보고 느낀 것을 내 나름의 방식과 생각으로 구성해 기록하는 방식의 글쓰기 밖에는 해본 적도 또 해낼 재주도 없는 것이 현실이고, 안타깝지만 이 마저도 그다지 능숙하지 못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날의 경험은 마음 같아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같이 "발"이라는 소설을 하나 쓰고 싶은 정도로 아찔했지만 이는 분명 본인의 능력 밖의 일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저 새롭게 느끼게 된 이 "발"이라는 신체 부위에 대해 몇 가지 생각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우연히 시작한 마라톤이라는 극한의 신체 활동은 인간의 정신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 인체를 지탱하는 하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특히나 인체의 가장 아랫부분에 위치해 중력을 온전히 감내하는 "발"이라는 신체기관은 앉거나 누워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매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머슴(?) 같은 부위임에 분명하기레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특히나 신경 쓰거나 아끼지 않으며 살아간다. (하기사 양반분들이 머슴이 있던 말던 신경이나 썼겠는가. 그러면 그 사람은 더 이상 머슴이 아닌 거지)


사실 남자는 그나마 낫다. 여자의 경우 뾰족한 하이힐을 이용해 지상과 응당 접촉해야만 할 뒤꿈치 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여 안 그래도 피곤한 부위에 더한 고통을 심어주는 일을 자행하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대신 여름이면 아름답게 페디큐어로 색깔을 입혀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는 것을 잊지는 않기에 여성의 발의 입장에서 남자들의 냄새나는 발들에게 무조건 억울할 일도 없겠다 싶기도 하다.)  


삶의 거의 매 순간에 이것에 지탱해 살지만 그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솔직히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인간이기에 뜬금없는 "발"에 대한 이런 생각과 느낌이 본인 자신에게도 조금 의아한 것이 사실이지만 얼마 전 본인의 우연한 경험은 근래에 맞닥뜨린 가장 날 것의 그것이었기에 쉽게 잊혀지지도 잊고 싶지도 않았다.단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에 시간에 흐름 속에 흘려보냈을 이 대수롭지 않은 경험을 한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을 위해 또 그 기억을 통해 떠오른 생각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키보드를 두드린다.


옛말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것이 없다"라고 했다. 내 자식이면 그 녀석이 어떤 모습이던 다 이쁘고 소중하다 라는 말이겠다. 그런데 왜 발가락이 아닐까? 발가락도 깨물면 아픈데, 아니 아플 것 같은데 말이다. 인간의 신체 구조상, 아니 굳이 인간이라는 지고한 존재를 결부하지 않더라도 신체의 최전선에 위치할 정도로 공격적이고 두꺼운 복부를 가진 본인에게 직접 발을 깨무는 행위를 시연하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기에 해본 적도 없고 굳이 시도해 볼 필요조차 가져본 적이 없어 확실치 않지만 분명 손 보다 발을 깨무는 것이 훨씬 더 많이 더 깊게 아플 것 같다.


본인이 [깨물면 손 보다 발이 더 아플 것 같다]라 생각하게 된 이유는 얼마 전의 경험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 돌아와서 편한 옷을 입고 양말을 벗어 맨발로 생활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네들의 거주공간은 생각보다 지저분하다. 매일 청소기를 밀고 걸레질을 해도 창을 열면 들어오는 먼지와 외출에서 돌아오며 자연스레 묻혀 오는 여러 가지 외부 물질로 인해 집안은 항상 지저분하다. 게다가 요즘 같이 황사와 미세먼지의 습격이라도 있으면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일 조차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분간이 서지 않는 게 요즈음 대한민국이다. 그런 집을 맨발로 걸어 다니다 보면 가끔 발바닥에 뭔가 느껴진다. 아주 날카로운 무언가가 말이다.


분명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아주 작은 뭔가가 밟힌 것일 텐데, 그런 작은 것이기에 피하지 못해 밟았을 텐데 느낌이 생각보다 짜릿하다. 사실 이런 일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겠다. 당연히 본인 역시도 그저 그렇게 스쳐 지나갔어야만 할 그런 일이었을덴데 이 날은 유달리 그 느낌이 생경했다. 분명 쉽게 눈에 보일 정도로 크고 날카로운 무엇이 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생경한 그 느낌 덕에 평소와는 다르게 발에 밟힌 그 날카로운 무엇을 확인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무른 것이었다. 밟힌 무엇이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무엇이라는 것, 생각보다 훨씬 더 무른 무엇이었다는 사실은 생경함을 넘어 발이라는 신체기관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대부분 이런 일들을 모른 척 살아간다. 자신의 이해에 관련되지 않은 일들은 사실 확인 없이 지나친다. 이런 작은 자극에 일일이 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우리는 너무 복잡하고 둔탁한 세상에 살아가기에 그렇다. 하지만 우연히 밟은 아주 작고 무른 무엇을 우리의 똑똑한 뇌가 아주 큰 것으로 또 날카로운 것으로 과장되게 느낀다는 사실은 늘 둔감하게만 여겼던 발이란 기관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날이 선 특별한 자극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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