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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Sep 18. 2019

패키지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그것

슬픈 예감은 늘 틀린적이 없다 #3

                                                패키지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그것 #2 에 이어


생기 넘치던 구 시가지에서 굳이 트램을 타는 수고를 들여 도착한 휑한 바츨라프 광장 한가운데에서 인솔자는 자유시간 세 시간을 허락(?)하며, "몇 시까지 여기로 모이세요" 하고는 바쁘게 움직여 자리를 떴다. "이 부근에 어디가 좋아요?" 하는 간단한 물음조차 허락되지 않은, 극히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이 일은 마치 인솔자에게 버림을 받은 듯 느껴졌지만 [옵션을 진행하지 않겠다] 결정한 이상 별 다른 수가 없다 생각했다. 마침 가까이에 여행 안내소가 있어 지도를 부탁하며 근처에 가볼만한 곳을 물어보니 "별 게 없다"는 말을 한다. "모든 볼만한 것들은 다 구시가지에 있다"며 "왜 여기에 왔냐"라고 웃으며 되묻는 그녀의 대답에 짜증이 몰려왔다. 화만 내고 있을 수만은 없어 발길 닿는 대로 언덕을 올랐지만 꼭대기에 위치한 국립 박물관은 폐장 30분 전이고 상가들 역시 별 볼 일이 없었다. 그저 두 발로 이곳저곳 돌아다니기에는 어머니께 (비록 본인보다 더 잘 걸으셨지만) 세 시간이란 시간은 너무 길겠다 뒤늦게 알아차리고 구글맵을 켜서 근처에서 [시장]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시장 구경]은 재미있는 법이니 말이다. 다행히 [하벨 시장]이 근처에 있는 것을 발견하여 이곳으로 한 참을 걸어 내려가 구경을 하다 보니 이내 정해진 시간이 다 되어 약속 장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녀가 "근처에는 하벨 시장도 있고 언덕 아래쪽으로 내려가시는 게 볼 게 많아요"라고 한 마디만 해줬더라면 하고 바라며 동시에 짜증이 나는 것은 본인의 준비 부족을 탓해야 할까? 



[옵션을 진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는 것은 모든 여행 상품 계약서에 고지되어 있다. 하지만 이 [불이익이 없다는 것]에 대한 해석은 여행사와 소비자 그리고 인솔자 모두에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지극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 불이익이 없다는 것은 말 그대로 옵션을 진행한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여행 과정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차별] 이란, 옵션을 선택하지 않아도 적어도 같은 장소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쉽게 말해, 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도 안내자 없이 여행지를 즐길 수 있도록 볼만한 곳, 가볼만한 장소 등의 기본적인 안내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체코의 봄으로 유명하다는 바츨라프 광장에 떨궈진 본인을 비롯한 비 옵션인(?)들에게 이곳에 대해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고 그저 자기 길을 가버린 것은 옵션 진행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분명 불이익을 준 것이 아닐까? 비록 인솔자 본인은 불이익을 주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말하고 또 스스로 그리 믿겠지만 말이다. 


약속된 시간을 조금 지나니 옵션을 진행한 사람들이 장소로 돌아와 합류해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다름 아닌 [면세점]이었다. 패키지여행을 진행할 때, [옵션]과 함께 늘 각오(?)해야만 하는 이 [쇼핑센터 방문]에서 참으로 허탈한 일들이 경험되었다. 일행을 대할 때 늘 축 쳐진 모습으로 지극히 소극적이던 그녀가 쇼핑센터에서 극적으로 부활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높은 피치의 음성으로 sales를 하는데, 면세점에 고용된 직원들보다 활기찼던 그녀의 모습이 여행이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선명한 기억으로 자리한다. 물론 이해할 수 있다. 면세점이나 쇼핑센터에서 판매되는 금액의 일부를 상점 쪽에서 가이드나 인솔자에게 [페이백]하는 일은 패키지여행 상품에서 너무나 공공연한 일이니 말이다. 단지 평소에는 힘없어 보이고, 심지어 자유시간을 세 시간이나 주면서 주변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조차 설명하기를 귀찮아하듯 보였던 불과 몇 시간 전의 그녀의 모습이 면세점에서의 활기찬 얼굴에 오버 랩 되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나름의 반항으로 아무것도 사지 않고 또 어머님이 사시겠다는 것을 포기(?)시키고 면세점을 뒤돌아 나오며 은근한 승리감을 느낀 건 본인의 작은 그릇 때문일까. 이 외에도 기분이 나쁠만한 에피소드는 여행의 마지막까지 충만했다.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에서 로컬 가이드의 의견을 교묘히 조작해 원래의 루트가 아닌 자신의 원하는 짧은 루트로 손님들을 몰아가고자 한 일,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떠밀려 탑승한 전기보트에서 "여러분들은 운이 좋으시네요"라며 비야냥 대듯 조잘대던 일, 특히나 마지막 날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며(누가 원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간 진행했던 상품에서 만난 손님들과 자신이 여전히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심지어 몇몇은 끝날 때 금일봉을 주더라"라고 말할 때는 그녀의 입을 봉해버리고 싶었던 것이 사실임을 고백한다. 


해외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수많은 채널에서 패키지여행 상품이 팔리고 있다. 몇 개의 대형 여행사가 신문 한 구석에 광고를 내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과 달리, 엄청난 숫자의 중소 여행사가 생겨나고 다양한 채널로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대부분의 경우 가격적인 부분에서 하향 평준화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하향 평준화된 상품 구조를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고 상품을 구매하느냐] 하는 부분이겠다. 문두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오늘날 우리들이 구매하는 (가격적인 메리트가 상당한) 패키지여행은 분명히 그 구조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보이지 않는 부분(사각지대)은 역시나 [옵션]과 [쇼핑]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가 쉬울 듯하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은 판매가 이면에 존재하는 필연적 지출 부분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겠다.(싼 게 비지떡이라 했지.....


여행사에서 권장(?)하는 대부분의 옵션들은 현지에서 자신이 직접 진행할 때 그 가격이 싸다는 것 쯤이야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정도 차액쯤이야 기분 좋게 여행사에 주겠다는 마음 가짐을 가지는 것이 속 편하다. 나를 대신해 예약해주고 지도를 찾으며 헤매는 일 없이 쉬이 장소에 도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옵션 상품에 마음이 동(動) 한다면 가격 따위는 잊고 그저 시간을 즐기기를 추천한다. 단 옵션을 행하지 않겠다면 사전에 그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충분히 공부해야만 하겠다. 본인이 함께한 인솔자처럼 광장 한가운데 아무 말없이 풀어놓는 그런 황당한 일들이 발생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들은(인솔자나 가이드 들은) 결코 그들의 주머니를 채워주지 않는 이런 비(非) 모범적인 손님들에게 약간의 친절함과 도움 따위도 주려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냉혹한 사람이 아닌 인솔자도 있겠다. 그리고 분명 그 절대적 숫자가 더 크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본인과 같은 최악의 경우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행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에 정해진 정답이나 모범 답안은 없다. 그러나 여행을 시작하기 전 사전 준비를 하고 여행지에서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정하고 이것을 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분명 더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이것은 자유여행이 아닌 패키지여행에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 꼭 사고 싶은 기념품 등등은 여행사가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저 넋 놓고 인솔자나 가이드를 믿고 그들의 뒤를 쫓아 여행을 즐기겠다는 생각은 현명하지 않아 보인다. 나의 소중한 시간, 나의 의지로 결정한 여행이라는 소중한 경험이 온전히 나의 것으로, 오랜 시간 그때를 기억하면 살며시 미소 지을 수 있는 삶의 활력소가 되길 원하는 우리 모두가 여행의 결정과 동시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이것이 아닐까? 나를 위한 여행, 온전히 내가 중심인 여행이 되고자 꼼꼼히 자료를 수집하고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여행을 결정한 나만이 본인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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