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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Dec 20. 2019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작가 안철수가 정치인 안철수를 말하다

한동안 조용하던 안철수 선생의 근황에 급작스레 [마라톤]이라는 단어가 끼어들며 여러 가지 뉴스를 양산해 내던 지난 10월. 꽉 다문 입에서 전해지던 강인함과 포기를 모르고 일구어낸 그의 창업 스토리로 본인에게 각인된 그의 이미지와 정말이지 딱이나 들어맞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 뉴스는 달리기 대회라는 행사에 참여한 경력을 가진 본인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이 60을 바라보는 그가 풀코스를 달림은 물론, 3시간 46분 14초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완주하였다는 소식은 정말이지 쇼킹했다. 딱 두 번 그것도 10킬로의 짧은 거리의 마라톤을 경험한 본인에게 기실 풀코스라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게다가 3시간 대 라는 그의 기록은 마라톤이라는 극한의 신체활동의 경험이 없는 사람과는 조금은 달랐다. 한 번도 안철수 선생의 정치적 지지자가 아니었던 본인에게 그의 이러한 소식은 그간의 본인의 선택과 판단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될 정도의 사건이었다.


대부분의 마라토너들이 한 번쯤은 읽거나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마라톤 계의 참고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달리기라는 취미를 가지든 아니든 간에 (물론 달리기를 하는 사람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에 틀림없지만) 분명 읽어볼 만한 책이다. 작가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와 그가 생각하는 달리기의 의미 그리고 성공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의 인생이 정말이지 절묘하게 얽혀있어 책장을 넘기며 그 끝이 아쉬울 정도였다.


안철수 선생의 마라톤 완주 소식이 뉴스로 전해진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신간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큰 웃음을 본인에게 선사했다. 책의 이름이 무려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산문집을 몰랐으면 그리 큰 웃음이 나지는 않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본인은 그렇지 못했다. 책 제목을 작가가 직접 지은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런 카피캣의 우스꽝(?)스러운 제목이 만약 출판사의 의견이었다면, 이것이 하루키의 그것과 연관을 시키고자 하는 고도의 전략이라면, 게다가 일종의 병(신) 맛 마케팅이라면, 정말 진정으로 그렇다면, 출판사의 성공적인 전략이라 이해해야겠다.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자 하는 안철수 선생의 진중한 의지와 상반되는 책 제목으로 인해, 본인을 포함한 하루키를 아는 사람들에게 일정 부분 희화화된 그의 저서는 사실 하루키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혹시나 그런 종류의 울림을 얻고자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본인과 같은)이 있다면 그런 기대는 버리기 바란다. 이 책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쓰인 것이 아니다. 물론 책의 대부분이 그의 달리기 생활에 맞춰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가 직접 경험한 마라톤 경험들의 기술과 직접 찍은 달리기 사진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결코 이것이 이 책의 진짜 의미는 아니다.

이 책은 정치인으로서 안철수를 지지했던 지지자들에게 전달하는 그의 진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치계를 떠났다고 말하는 그가 바라보는 오늘의 대한민국과 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확인하는 글이다. 작금의 우울한 대한민국을 걱정하며 그의 정치적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동시에 예전의 경쟁자들에게 건네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선의의 조언은 꼭 다문 그의 입모양처럼 다부지다. 휴가기간에 읽은 책 리스트까지 국민에게 공개하시는 자상한(?) 대통령님과 재임기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임기 막판에 부동산 관련 전권을 달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서울시장님 두 분께서는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그는 이 책에서 그 자신을 [피니셔]라고 말한다. 마라톤 완주를 한 사람을 일컫는 단어 피니셔는 완주를 경험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찬사이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를 인생의 모든 방면에서 피니셔로 살아왔다고 말한다. 시작하는 용기를 냈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 했다고 말이다. 문득 세상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 기업가, 교수 또 정치인... 공통점이라고는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위의 직업들 모두를 [피니셔]로 살아옴을 자부하는 안철수 선생이 문득 멋있게 느껴진다. 너무나도 보잘것 없는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은 부록과 같이 따라왔다.  그의 결정이 무엇이든 그의 귀환이 어떠한 모습이든 그가 다시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 다짐해 본다. 그는 언제든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시작점에 설 준비가 되어있는 피니셔이기에 그의 귀환은 필연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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